칠성사이다, 왕좌의 게임 대한민국 최고의 사이다는 누구일까?

나의 주말 아침은 언제나 연기로 시작했다. 나는 아침밥을 먹는 내내 배를 만지며 찡그리고 있었다. 이러면 엄마가 사이다를 사준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역시나 엄마는 아들 배가 아프냐며 슈퍼에 나가 사이다를 사줬다. 와! 사이다다. 근데 사이다가 묘하게 달랐다.

“칠성이 아니라 즐(KIN)?”

엄마는 나 한테 한 번 속고, 킨사이다에 한 번 더 속았구나!

사이다가 우리의 선택을 받기까지는 엄청난 경쟁이 이뤄진다. 그들의 경쟁은 단순한 맛과 가격의 대결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전략과 음모, 암투가 판치는 전쟁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전쟁의 서막 : 사이다 천하 5분 지계

편의점,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이다는 5종류다. 칠성사이다, 킨사이다, 스프라이트, 나랑드사이다, 7UP으로 나눌 수 있다. 이들에 의해 음료수의 진열대가 나뉘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중에서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칠성사이다다. 1950년 탄생한 이후로 한 번도 업계의 1위를 놓친 적이 없으며, 사이다 시장 점유율의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사이다계의 지존(?)이다. 바야흐로 한국 사이다의 역사는 칠성사이다의 챔피언 방어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도전자들을 살펴볼까?

1. 거울 전투 : 칠성사이다 VS 킨사이다

유재석에게 박명수, 손오공에게 베지터가 있다면 칠성사이다에게는 킨사이다가 있다. 칠성사이다와 킨사이다가 너무 비슷하게 생긴 나머지 칠성의 영어 이름이 킨(KIN)이라고 생각한 친구들도 많았다. 사실 칠성사이다를 마시든, 킨 사이다를 마시든 맛은 비슷하니까 큰 고민이 없었던 것 같기도.

그러나 칠성사이다 입장에서 킨사이다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였다. 하얀색 배경에 초록색으로 포인트 컬러를 주는 것은 칠성사이다의 고유 디자인인데, 아무리 봐도 킨사이다는 칠성사이다의 별무늬를 물방울무늬로 바꾼 것에 불과해 보였다. 결국 칠성사이다는 킨사이다를 고소하기에 이른다.

킨사이다는 억울했다. 30년 가까이 (따라 하며) 잘 지내왔는데 이제야 왜? 그들은 칠성사이다와 킨사이다의 디자인은 분명히 다르다며 아래와 같은 증거사진을 제출했다.

이건 거의 자수를 한 격(?)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법원은 킨사이다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사실. 사실 두 제품은 이미 많은 국민들에게 알려져 있어 상호와 상표를 헷갈릴 일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역시 판사님도 칠성사이다와 킨사이다를 구분하여 마시지 않는 분이 분명하다.

칠성사이다의 매서운 공격에 카운터 펀치를 날린 킨사이다. 이후로도 행복하게 칠성사이다의 디자인을 따라 한다(최근에는 고유한 디자인을 바꾸어 아쉽다. 킨사이다는 따라해야 제맛).

2. 논개 전투 : 칠성사이다 VS 스프라이트

칠성사이다가 아무리 국내에서 날고 기는 사이다라고 해도 세계 헤비급 챔피언 앞에서는 긴장을 할 수밖에 없다. 1992년 스프라이트가 국내에 들어온다는 소식이 들린 것이다. 위기에 빠진 칠성사이다는 제갈공명 부럽지 않은 묘책을 짜낸다. 바로 스프라이트와 비슷한 사이다를 출시하는 것.

그래서 만들어진 상품이 ‘스프린트’다. 이름도 디자인도 맛도 스프라이트와 비슷한 스프린트는 칠성사이다의 유통망을 타고 전국 곳곳에 뿌려진다. 스프린트의 맛을 묘하게 떨어뜨려서 스프라이트인 줄 알고 스프린트를 마신 사람들은 다시는 스프라이트를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막 한국에 발을 디딘 스프라이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닮은 음료수 하나가 자신의 이미지를 깎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프라이트는 곧 스프린트를 상대로 소송을 건다. 결국 롯데칠성은 스프린트 사업을 접게 되고, 안타까운 마음에 ‘스프린터’라는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기에 이른다. 맙소사.

스프린트, 스프린터에 크게 당한 스프라이트는 결국 한국에서 철수한다. 그리고 2013년 복수의 칼을 갈고 돌아오는데…

3. 제로 칼로리 전투 : 칠성사이다 VS 나랑드사이다

국내에서 만들어진 사이다 중에서 나랑드사이다를 빼놓을 수 없다. 나랑드사이다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것처럼 느껴지는 동안을 자랑하지만, 사실 1977년생으로 올해 41살이 되었다. 하지만 출시 직후 칠성사이다에 밀려서 사라지고 30년 동안 리뉴얼에 리뉴얼을 거듭해서 나왔다.

다시 사이다 시장에 등장한 나랑드사이다의 큰 무기는 바로 ‘제로 칼로리’였다. 칼로리뿐만 아니라 당, 색소, 보존료까지 제로를 기록한 나랑드 사이다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나랑드사이다는 3년 이내에 사이다 시장의 10%를 점유하겠다는 큰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나랑드사이다의 커져가는 인기를 눈 감아줄 칠성사이다가 아니다. 칠성사이다는 나랑드사이다와 같은 스펙의 칠성사이다 ZERO를 출시한다(또한 킨사이다는 칠성사이다를 따라 킨사이다 ZERO를 출시한다). 스펙은 같지만 인지도에서 확 밀리는 나랑드 사이다는 점점 밀려 마트에서 자판기, PX로 후퇴를 하게 된다.

4. 적이야 동지야? : 칠성사이다 VS 7UP

또 하나의 외국 사이다인 7UP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서는 사이다를 말할 때 스프라이트 혹은 7UP(세븐업)이라고 말해야 할 정도로 사이다의 대명사다(사실 사이다는 한국과 일본에서만 쓰는 말). 해외에서 승승장구하던 7UP의 눈에 작고 아름다운 나라 한국이 눈에 띄었다. 어디 이곳에 자리를 펴볼까?

1985년 해태음료와 손을 잡고 한국에 상륙한 7UP. 하지만 해외에서나 잘 나갔지, 한국에서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음료수에 불과했다. 결국 칠성사이다에게 잽 하나 날리지 못하고 K.O. 그 뒤로 7UP의 험난한 한국 적응기가 시작된다.

해태음료에 있던 7UP은 1995년 롯데칠성으로 제조사가 바뀌게 된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칠성사이다의 판매량에 밀려 뒷방 노인 신세. 다시 해태음료로 돌아오게 된다. 하지만 해태음료는 얼마 가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된다. 7UP 역시 있는 듯 없는 듯 판매되다가 2007년 초라한 최후를 맞는다.

7년의 세월이 지났다. 2014년 7UP이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과거에는 칠성사이다를 처치하겠다고 등장했던 7UP이 칠성사이다의 손을 잡고 국내에 상륙하며 말한다.

“이제 내 상대는 칠성사이다가 아니라, 스프라이트야!”

한국은 너무 좁아. 세계 정복을 위한 칠성사이다의 꿈

한국을 제패한 칠성사이다. 새로운 도전을 준비한다. 바로 탄산계의 NBA 미국에 진출하는 것이다. 올해 미국의 대형 슈퍼마켓 크로거에 입점하게 된 칠성사이다. 깨끗하고 산뜻한 맛과 엄청난 두뇌를 가지고 미국을 점령할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늘 수십 년간 지속된 사이다 전쟁을 되돌아본다. 그 사이 많은 사이다들이 사라졌다. 배맛이 나는 축배사이다부터 해태사이다, 매실맛 사이다까지… 탄산 튀기는 사이다들의 전쟁의 승자를 축하하고, 패자를 기리며 오늘 사이다 한 잔을 마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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