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콜라 독립만세 815콜라, 콜라독립선언을 외치다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기로에 서있습니다. 모두들 아시다시피 미국에서 들여온 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코카콜라 때문에 우리는 역사를 바꿀 결정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만약 코카콜라가 국내에서 철수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아 생각만 해도 억장이 백만 번 무너지는 일입니다. 물론 대다수의 국민은 펩시를 택하겠지만, 곧 코카콜라를 찾아 이민을 떠나겠지요. 이렇게 5,000년이 넘는 유한반도 역사가 음료수 하나로 끝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콜라가 필요합니다. 이는 단군할아버지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지요. 코카콜라가 철수할 그 날을 대비한 우리 민족만의 콜라가 하루빨리 나타나야 합니다.

815, 콜라독립의 막을 열다

우리는 (아마도) 독립운동가의 자손이기 때문에 콜라를 마실 때도 독립을 생각합니다. 콜라 독립운동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1998년 범양식품에서 ‘콜라독립 815(이하 815콜라)’라는 음료수로 전국적인 콜라 독립운동을 벌인 바 있습니다.

범양식품. 그들은 사실 1973년부터 국내 코카콜라의 생산과 판매를 담당하는 보틀링 파트너였습니다. 코카콜라는 현지 업체를 통해 그 나라의 시장에 진입하지요. 다음 단계는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계약 연장을 빌미로 보틀링 파트너를 인수하는 것입니다. 이에 반기를 든 회사가 바로 범양입니다.

코카콜라와 계약해지를 당했지만 그들은 용감했습니다. 20년 동안 장사를 하며 만들어둔 유통망이 있었고, 코카콜라의 어깨너머 배운 기술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1998년 역사적인 음료수, 815콜라가 거리에 뛰쳐나오게 됩니다.

815, 콜라시장의 14%를 차지하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감히 콜라의 대명사인 코카콜라와 맞짱(?)을 뜨다니. 이것은 드래곤볼에 나오는 최종 보스인 마인부우에게 손오공도 아닌 야무치가 덤비는 격이라고. 하지만 815콜라는 코카콜라 아니면 펩시였던 콜라시장을 3등분 하였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시다시피 1998년은 IMF 외환위기가 있었던 때입니다. 사람들의 주머니는 텅텅 비었지만, 금 모으기 운동 같은 애국심이 똘똘 뭉쳤던 때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 국민정서를 자극하는 815콜라가 나옵니다. 10대와 20대에게는 815콜라를 마시는 것만 해도 애국이었고, 집회나 모임에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815콜라를 나눠주었습니다. 아 들끓는 민족의 콜라여.

코카콜라는 이러한 콜라독립운동에 신경을 쓸 새가 없었습니다. 벨기에에서 코카콜라를 마신 사람들이 병원에 후송되는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815콜라는 이 사건을 언급하며 ‘한국사람들은 안전한 한국콜라를 마셔야 한다’라는 이상하지만 그럴듯한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그렇게 아무도 깰 수 없었던 10%의 점유율을 넘어 약 14%까지 콜라독립의 꿈은 이루어지는 듯했습니다.

815, 무너진 콜라독립의 꿈

(사진출처 : 오마이뉴스 김연기)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결국 음료수는 맛으로 평가를 받는 법입니다. 가슴으로는 815콜라를 응원하지만, 혀는 코카콜라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만 갔습니다.

일정한 맛을 내는 코카콜라의 시스템과 달리 815콜라는 제작할 때마다 맛이나 탄산의 편차가 강했습니다. 때문에 “815콜라는 1%가 부족하다”라는 편견이 애국시민들 사이에 퍼지게 된 것입니다.

잠깐의 인기에 취해(?) 815콜라의 가격을 높인 것. 그 사이 코카콜라와 펩시가 815콜라를 견제하기 시작한 것. IMF 조기 졸업과 함께 들끓는 애국심도 가라앉은 것들도 이유가 될 수 있겠죠. 그렇게 대중들에게 815콜라는 어려운 시기를 함께했던 시즌 음료수로 기억되었습니다. 계속 나오고 있었는데 말이죠.

815콜라의 최후는 쓸쓸했습니다. 2004년 생산이 중단되었을 때도, 그리고 얼마 못가 범양식품이 파산을 하였을 때도 국민들은 함께 꾸었던 콜라독립의 꿈을 잊고 있었지요. 애석한 일입니다.

독립운동만큼 어려운 콜라독립운동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는 콜라독립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글로벌한 음료수인 콜라에 지역 특산품을 접목시킨 파리콜라(Paris cola)를 만들었습니다. 용감한 페루인들은 노란색 콜라인 잉카콜라(Inca Kola)를 만들어 코카콜라를 압도했습니다. 페루에서 철수한 코카콜라가 잉카콜라를 인수해버린 것이 함정이지만.

이들은 말합니다. 코카콜라라는 동일한 맛으로 식문화가 길들여지는 것은 위험하다고. 그들은 자국의 특징에 맞춘 콜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815콜라는 망했지만 콜라독립의 꿈을 접지 않았습니다. 2014년에는 프로엠에서, 2016년에는 웅진식품에서 콜라독립의 꿈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느덧 3번째 도전. 광복절을 맞아 815콜라가 빛(光)을 되찾을(復)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맛과 영향력에서 자랑스러운 우리의 콜라가 만들어지는 날 외치겠습니다. 대한콜라 독립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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