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제일 비싼 술은 얼마일까? 단 한 방울로 연봉이 날아가는 술

학창 시절 얼굴만 알던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인사를 마치기도 전에 친구는 요즘 돈을 너무 벌어서 걱정이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나는 마냥 기뻤다. 드디어 나에게 부자 친구가 생기다니. 친구는 고민을 들어줘서 고맙다며, 자기가 아는 사람과 함께 술을 한 잔 사주겠다고 말했다. 이 녀석 정말 착하잖아.

가는 도중 친구는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 네트워크 마케팅에 대해, 부자아빠 가난한아빠 같은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내 머리 속은 오로지 무슨 술을 마실까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그까짓 술 뭐듯 사줄 수 있다며 일단 이야기를 하자는 친구에게 말했다.

“친구야 오늘 같은 날을 기다리며 마시고 싶었던 술을 적어왔어”

오늘 마시즘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술들에 대한 포스팅이다. 여러분도 나처럼 부자친구를 둘 때를 대비해서 항상 이름을 암기하고 있자.

와인을 만화 ‘신의 물방울’로 배웠다면 샤또 디껨이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프랑스 보르도주에서 생산된 화이트 와인으로 1811년 빈티지가 가장 유명하다. 혜성이 출현한 해이기 때문이다. 혜성이 지구를 지나가면 와인의 맛은 특별해진다. 그래서 샤또 디껨 1811의 별명은 ‘대혜성 와인’

맛도 최강이다.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에게 100점 만점에 100점을 받았는데 와인에 담긴 맛과 향의 농축미가 엄청나다고 한다. 미각의 압축파일이랄까. 마시는 순간 온갖 맛있는 맛과 향이 머리가 아찔할 정도로 뿜어져 나온다고. 신의 물방울을 읽었다면… 꼭 정복하고 싶은 샤또 디껨 아니겠는가.

볼펜처럼 생겼지만, 레드와인이다. 호주의 펜폴드라는 와이너리에서 2004년에 만들었으며 세계에 12병 밖에 없다. 무엇보다 병의 모양이 독특한데 닉 마운틴이라는 유리장인이 하나하나 공을 들여 만든 병이라고 한다. 너무 공을 들인 나머지 마개도 없다. 공기도 주인도 차단시키는 철벽방어를 자랑한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와인을 마시기로 결정했다면 펜폴드에서 와인 전문가를 전 세계로 파견해주기 때문이다. 그들은 특별히 제작된 와인 오프너로 병을 열고, 디켄트를 한 후, 완전한 시간과 조건에 맞춰 서비스를 해준다. 비싼 와인만큼 세계에서 가장 비싼 병따개가 옵션으로 들어있는 격.

프리미엄 진의 대명사 봄베이 사파이어는 맛도 맛이지만 비주얼 깡패다. 봄베이 사파이어는 해마다 디자인 대회를 개최하는데 그중 카림 라시드(Karim Rashid)가 만든 레버레이션이 가장 유명하고, 아름답고, 비싸다. 다이아몬드를 연상하도록 만들어진 봄베이 사파이어 레버레이션은 전 세계에 5병 밖에 없다. 과자가 부록이고 질소가 메인인 우리나라 과자들은 우스울 정도. 이 정도면 술은 거들 뿐이고 보석이 주가 아닐까?

영화 ‘킹스맨’의 첫 장면에서 나온 위스키다. ‘음… 달모어 62’라는 말은 그저 그런 양주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1942년 단 12병만 만들어진 최고급 위스키 중에 하나여서 생산지에 가도 모조품을 전시해 놓을 정도로 진귀한 위스키다. 그런데 그것을 몇 해전에 어떤 청년 사업가가 하루 밤 사이에 소주 마시듯 홀랑 마셔버려 영국 뉴스에 대서특필이 되었다. 술 한 잔 마신 거 가지고 무슨. 근데 얼마라고요. 2억? 아마 술 깨고 많이 놀랐을 것 같다.

샴페인 계의 만수르 아르망드 브리냑은 각종 돈의 인증에 쓰인다. 미국의 래퍼(이지만 비욘세 남편으로 더 유명한) Jay Z의 ‘Show me what you got’이라는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면서 화제가 되었다. 힙합의 멋은 역시 돈자랑이지. 그 뒤에 많은 래퍼들, 스포츠 스타들의 파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샴페인이 되었다.

아르망드 브리냑은 또 다른 기록을 가지고 있다. 하룻밤 사이에 최고 술값 영수증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 3억 6천만원 가량이 찍혀있는 클럽에서 쏜 것이라고 알려졌다. 그런데 정작 술을 쏜 사람은 레모네이드와 콜라만 마셨다 23살 애송이기 때문이다… 는 아니고 알렉스 호프(Alex Hope)야 내가 너를 형이라고 불러도 될까?

난파된 배에서 숙성된 와인에서는 무슨 맛이 날까?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U Boat에 의해 격침당한 난파선에는 1907 에드시크가 담겨있었고 90년이 지난 다음에야 세상에 나타났다. 보통 숙성기간을 과도하게 넘긴 와인은 상할 수 있는데, 난파선 내부의 높은 수압과 낮은 바닷물의 온도 때문에 더욱 강해져서 돌아왔다. 난파선 빈티지라니. 와인덕후의 심장 뛰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1977년 인양된 2,000병 중 대부분이 판매되었다.

맥캘란 라리크 서퍼두는는 유리공예의 거장 르네 라리크(Rene Lalique)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 50년 넘게 숙성된 최고급 위스키가 담겨있다지만 유리병이 더욱 유명하다. 프랑스의 유리병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들어 자그마치 6년이 걸렸기 때문이다. 저 유리병에는 미숫가루나 보리차를 담아도 억대로 팔릴 수 있다. 술은 내가 양보할 테니, 병은 내가 갖게 해줘.

세계에서 가장 비싼 보드카다. 디바 보드카는 다이아몬드 및 기타 보석들을 잘게 부수어 만든 필터로 걸러낸 보드카는 맛이 아주 깔끔하다고 한다. 특히 향수병처럼 생긴 병의 모양이 인상적인데 병의 가운데에 나란히 있는 작고 반짝이는 것들은 다이아몬드, 토파즈, 루비 등의 보석들이다. 프러포즈 용으로 술잔에 반지를 숨길 필요도 없다. 다 마시고 쏟아지는 보석을 제조사에 보내면 반지, 귀걸이 등 다양한 액세서리를 만들어주니까.

코냑의 DNA라고 불리는 헨리 4세 두도뇽에는 100년 이상 숙성된 코냑의 원액이 들어가 있다. 이 정도 코냑을 보관하기 위해서는 유리로는 시시하다는 생각에서 일까? 금과 다이아로 병을 도배해놓았다. 저기 금색으로 보이는 것은 24K 금이고, 탄산처럼 보이는 것은 모두 다이아다. 약 1,600개가량의 다이아가 들어갔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1병에 20억을 훌쩍 넘는다. 한 방울만 흘려도 에쿠스가… 날아간다고 볼 수 있다.

헨리 4세 두도뇽과 같은 디자인으로 제작된 데낄라 레이 925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술이다. 멕시코 혁명 100주년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데낄라로 아주 심혈을 들여 만들었고, 더욱 심혈을 들인 병에 담겼다. 금연하던 아빠가 쓰시던 은단처럼 생겼지만, 저게 모두 화이트 다이아다. 스뎅처럼 생긴 것들은 모두 백금이다. 약 40억을 호가하는 가격인데 술 한 병에 아파트 몇 채가 왔다 갔다 한다고.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이 술은 만들어지고 나서 아직까지도 구매하거나, 마셔본 사람이 없다.

»전설의 그 술, 마셔볼 수 있을 것인가

기대를 가지고 친구집에 도착했다. 동료 분은 편의점에서 오징어 안주를 사 왔다. 방은 비록 우리 자취방만큼 작았지만, 분명 돈을 버느라고 집을 사지 못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우리 그럼 무슨 술을 마셔야 할까? 데낄라 레이? 역시 돈자랑은 아르망드 브리냑 정도을 마시는 게 좋겠지?” 친구의 동료는 그게 얼마냐고 물었다. “글쎄요. 제일 비싼 것도 3억 조금 넘기밖에 더 하겠어요?”

나는 또 심취하여 세계에서 제일 비싼 술 10가지를 내내 말하고 있었다. 동료의 얼굴이 굳어갔다. 조용히 하이트, 카스, 클라우드를 냉장고에 다시 넣는 소리가 들린다. “너 그냥 가라.”

친구가 아직 돈을 덜 번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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