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음료광고 속 어색한 해외스타 그것은 자본주의의 맛인가 개인의 취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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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수 광고 하면 떠오르는 외국 형들)

“고든램지가 카스를?”

두 귀를 의심했다. 입맛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스타 셰프가 무한도전에 나와 벌칙을 받았나라고 생각하는 찰나 고든램지가 카스를 두고 “훌륭한 맥주야”라고 말했다는 말에 웃음이 터졌다. 차라리 최고의 문장가인 김훈 선생이 마시즘 리뷰를 보고 울면서 가갸거겨를 다시 하는 게 빠르겠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카스의 메이킹 필름을 봤다. 조금이라도 수가 틀리면 엄청난 독설을 쏟아내기로 유명한 스타 셰프가 카스를 마셨다. 긴장감에 침이 꼴깍 넘어가는 순간. 국제적인 욕잡이와 국내적인 욕받이의 만남은 온화한 램지옹의 미소로 끝났다. 부정에 부정을 더하면 강한 긍정이 된다는 영어 선생님의 말씀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해외스타의 음료광고 : 자본주의의 맛이냐, 개인의 취향이냐?

(음료수 광고 하면 떠오르는 외국 형들)

램지옹의 출연은 기억 속에 잠자고 있던 음료수 광고를 떠올리게 했다. 당시에는 “형이 여기에 왜 나와?”하면서 웃고 넘어갔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말 좋아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난다. 웃긴 것은 매한가지지만, 최대한 너그러운 마음으로 음료광고 속에 출연했던 우리 형들을 소개한다.

» 고든램지 : 라거밖에 모르는 바보형

(어떤 의미에서 고든램지 어록 중 가장 충격적인 한 방)

고든램지(Gordon Ramsay)가 누구인가? 미슐랭 스타를 16개나 가진 말 그대로 스타 셰프다. 안타까운 점이라면 요리의 맛이 욕의 맛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일 뿐. 바야흐로 독설의 아이콘인 그에게 우리가 기대한 모습은 “이걸 지금 맥주라고 준거냐? 한국은 여물 먹인 워낭소리의 오줌을 맥주라고 부르나 보지?”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는 훌륭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입맛에 카스가 잘 맞았을지도 모른다. 더 가디언의 칼럼(Beer with Gordon Ramsay)에 따르면 고든램지가 마시는 맥주는 오직 버드와이저와 벡스뿐이다. 두 맥주 모두 가볍고 시원한 라거맥주다. 기자는 그에게 더 비싼 에일맥주들을 소개했지만 대부분 그의 목구멍을 통과하지 못하고 뱉어졌다. 그런 그에게 가벼운 라거를 넘어 청량함의 끝을 달리는 카스를 줬다. 어떨까?

의외로 국내맥주를 마신 몇몇 외국인은 이 청량함을 신기해한다. 이것을 맥주라고 부르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치킨과 어울리는 최고의 음료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토록 밍밍하고, 청량한 맛은 다양한 안주를 곁들여 먹는 우리의 음주문화와 가장 어울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저 램지옹이 너무하게 띄워줬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 한국사람들이 그동안 카스나 하이트로 비롯되는 대기업 맥주들을 너무 싫어한다는 게 더욱 큰 문제다. 사실 맛보다도 수십 년간 라거스타일이 마치 맥주의 전부인 것처럼 다양성에 눈을 가리게 한 맥주회사의 안일함에서 나온 분노가 아닐는지.

» 스눕독 : 쇼미더소주, DJ! 드랍 더 이슬!

램지옹의 충격적인 맥밍아웃(?) 덕분에 화제가 된 광고가 있다. 바로 미국의 랩스타 스눕독(Snoop dogg)의 참이슬 광고다. Charm Izzle for shizzle. Pour one for my nizzle.이라는 라임적(?)으로 완벽한 카피에 나도 모르게 참이슬 한 병을 들고 웨싸잇을 외치며 씨워크를 출 뻔했다.

(역시 술친구를 잘 만나야, 말술을 피하는 법)

래퍼 대 래퍼로 대답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이 광고가 페이크란 사실을 들었다. 당시의 참이슬 광고모델은 공효진이었다고(…) 다만 싸이의 행오버(Hangover)라는 뮤직비디오를 통해 신명 나게 소주를 마시고, 놀고, 해장하는 스눕독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음악적으로는 몰라도 음주적으로는 완벽한 작품이었다. 스눕형 소주 좀 마실 줄 아네.

외국인들에게 소주는 어려운 술이다. 해외 판매량이 매년 늘고 있다고는 하나, 한국을 떠난 이민자나 유학생의 증가율 정도이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본다. 사실 소주는 맛보다 소주를 마시는 문화나 감성이 더욱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에 처음 들어온 외국인들은 소주를 어려워 하지만, 언젠가 그 문턱을 넘어 돌아올 수 없다. 바로 소주가 달게 느껴질 때.

» 효도르 : 얼음황제도 녹여버린 선유꿀의 달콤함

(효도르 인생 중 가장 달콤한 순간)

고든램지와 스눕독은 양반이다. 얼음황제라 불리던 효도르 예밀리아빈코(Fedor Emelianenko) 앞에서는 말이다. 2007년 한국을 방문한 효도르는 꿀물을 마시는 광고를 찍어 많은 한국인과 세계인, 그리고 본인 자신까지도 놀라게 만들었다. “내가 이런 걸 찍었다고? 시키는대로 꿀만 들었는데?”

‘도전하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아름답다’며 시작하는 영상은 파이팅 넘치는 효도르의 경기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화면은 꽃에서 꿀을 따는 벌의 모습으로 바뀌고, 다시 꿀물을 원 드링크하는 효도르로 매끄럽게 전환된다. 놀랍고 예측할 수 없는 몽타주의 법칙. 마지막 장면에서 효도르는 어색한 한국말로 “선유꿀 좋아요”라는 명대사는 임성한 작가도 울고 갈 정도였다.

꿀도ㄹ… 아니 효도르 형님이 실제로 꿀물을 좋아했을 수도 있다. 동서고금을 떠나 인류는 꿀 빠는 삶을 추구해오지 않았던가. 이런 양봉업자들의 노력으로 꿀은 천연감미료로 사용된다. 사실 꿀 자체가 훌륭한 음료로 꿀을 발효한 술인 미드(Mead)는 포도주보다 오랜 역사를 지녔다… 고 계속 말하가는 효도르에게 꿀밤을 맞겠지?

아무리 효도르의 주먹이 매워도, 선유꿀 광고의 충격만 할까. 광고를 본 효도르 측은 15억 5천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건다. 계약내용과 계약금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결과는 2심까지 모두 패소. 링 위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던 효도르의 생애 첫 달콤한 패배였다.

» 스타는 맛을 규정할 수 없고, 우리는 원효대사가 아니다.

1989년 주윤발의 “사랑해요 밀키스”를 시작으로 많은 해외스타들이 음료광고에 나타났다. 허나 스타가 음료수를 좋다고 말한다고 해서 싫어하는 음료수가 원효대사의 해골물처럼 달콤해지는 것도 아니다. 맛에 대한 오명을 바꾸고 싶은 카스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편견을 바꾸는 방법에서 고민이 부족했다.

비록 고든램지보다 욕도 못하고, 스눕독보다 랩도 못하고, 효도르 새끼손가락에도 바스러질 마시즘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마음껏 웃었는데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음료를 다른 이들에게 잘 전달하는지 반성을 하게 된다. 우리의 음료에 대한 애정은 훌륭해, 사랑해요, 존맛 같은 단어에 담기는 너무 크다.

램지옹과 맥주 한잔 하고 싶은 밤이다. 물론 당신 맥주는 카스야. 평생.

* 사진출처
01. billboard.com, gordonramsay.com, mmafigthers.ru
02. OB맥주
03. kheephop.wordpress.com
04. PSY-Hangover
05. 양봉농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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