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맨2에 등장하는 술 이것은 액션을 빙자한 음주기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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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국 극장가를 강타한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는 우리에게 한 가지 교훈을 남겨주었다. 술집에서 기네스를 마시는 영국 신사를 건들면 인생을 마감할 수 있다는 것을. 왜 하필 영화를 보는 내가 기네스가 아닌 콜라를 마신 것인지 후회하게 만들 정도로 멋진 장면이었다.

각설하고 나도 이제 기네스 좀 마실 수 있는 남자가 되었다. 그리고 영국 신사가 된 에거시는 ‘킹스맨2 : 골든서클’로 돌아왔다. 심지어 추석 연휴였고, 밖에는 비가 내렸다. 당장 장우산을 챙겨서 이들을 영접하러 떠났다.

전작이 너무 완벽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새로운 재미요소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영화 이야기냐고? 아니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음료 이야기다. 오늘은 음주적으로 흥미로운 영화 ‘킹스맨2’에 등장하는 술 이야기다.

킹스맨2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전작에 대한 복습을 하지 않을 수없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술 중에 하나인 ‘달모어 62’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곳곳에 기네스, 나폴레옹 블랜디 1815, 샤또디켐 등 영국인들의 술부심을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중에 최고는 단연 칵테일의 왕 ‘마티니’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마니티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007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였다. 본드는 그 유명한 명대사 “마티니, 젓지 말고 흔들어서”라는 대사를 남기며 마티니의 새로운 공식을 만들었다. 킹스맨에서 해리와 에그시는 그 공식을 깬다. “마티니 (보드카 말고) 당연히 진으로 뜯지 않은 베르무트를 바라보며 10초간 저어서” 이는 에그시 마티니 혹은 바라보는 마티니라는 이름을 붙게 되었다.

(킹스맨2에서 해리가 마티니를 만들 때 쓰는 진 No.3)

칵테일은 진에다가 베르무트를 5:1로 섞으면 땡이다. 하지만 배합에 따라서 맛의 차이가 달라 까다로운 술이다. 제임스 본드의 경우는 독한 보드카지만 젓지 않고 흔들면 얼음이 녹아 부드럽게 마실 수 있다. 에그시는 거기에 변칙을 더한다. 베르무트를 바라보기만 하고 진을 마신다. 정말 독하다.

결국 킹스맨은 동네 양아치였던 에그시가 자신만의 진정한 마티니 레시피를 찾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본드 이후에 수많은 영화에서 마티니를 마셨지만, 그를 대체할 사람은 에그시가 아닌가 싶다. 킹스맨2에서도 에그시는 종종 마티니를 찾는다. 요즘 본드형은 맥주 마시던데(ㅠ)

간지 나게 마티니를 마시는 것도 잠시. 킹스맨2는 시작부터 시원하게 킹스맨 본부를 미사일로 날려버리면서 시작한다. 집도, 동료도, 강아지도 잃은 에그시가 할 수 있는 일은 또 다른 생존자인 멀린과 술을 마시는 것이다. 그런데 이 술. 와인도 싱글몰트도 브랜디도 아닌 버번이다. 가장 영국적인 영화에 미국의 술이라고?

여기에서부터 킹스맨2의 주요 무대는 영국이 아닌 미국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버번의 본고장 미국의 켄터키로 향하는 것이다. 이 버번에는 스테이츠맨(STATESMAN)이라는 상표명이 적혀있는데, 실제로 켄터키의 버번위스키 브랜드 올드 포레스터(Old forester)에서 킹스맨과 콜라보를 하여 출시했고 한다.

(사진출처 : Old Forester/Brown-Forman )

이쯤 되면 마시즘의 이번 글이 올드 포레스터의 광고가 아니냐고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나도 못 샀다. 한정판으로 제작된 스테이츠맨은 국내에 단 50병이 들어왔다고 한다. 기사는 예전부터 나왔는데 누가 샀는지, 마셨는지는 모르겠으니 입만 탈뿐이다. 그만큼 입맛이 당기게 영화를 만들었다.

킹스맨은 영국의 문화부심. 그 안에서 미국이란 와인에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는 캐주얼하고 교양 없는 모습으로 무시된다. 하지만 킹스맨2에서 배경이 미국으로 옮겨지자 그들만의 문화가 드러난다. 몸에 꼭 맞는 슈트 대신 서부개척시대에 인부들이 입으며 시작되었다는 데님 패션부터 그들이 마시는 술. 그렇다 버번이 그들의 문화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의 독립을 이루어 낸 것은 위스키다. 멀리 새로운 대륙을 찾아온 그들은 맥주를 마시고 싶었지만 없어서 럼을 마셨고, 럼에 필요한 당밀이 없자 옥수수와 호밀로 만든 술이 바로 버번이다. 버번은 옥수수 함량이 51%가 되는 미국 스타일의 위스키다.

버번은 알콜도수를 재는 단위, 프루프(Proof)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사실 당시에는 알콜의 농도를 측정할 방법이 없었다. 버번의 경우는 총알에 사용되는 화약과 버번을 섞어 불이 붙는지의 여부로 알콜농도를 확인한 것이다. 굉장히 마초스러운 방식이 킹스맨2에서도 깨알같이 등장했다.

총평 : 음주측정을 통과해버린 킹스맨이여

영국을 찍고 미국의 술 문화를 보여주겠다며 날아간 킹스맨2. 심지어 요원들의 이름도 데낄라, 샴페인, 진저에일 등 술 이름을 달고 나왔지만, 그들의 활약이 기대보다는 겉절이에 불과했다는 점이 아쉽다. 유쾌, 상쾌, 통쾌한 액션도 좋지만 이런 술냄새 나는 표현들이 참 좋았는데… 그래도 이만큼 버번을 땡기게 만드는 영화는 없었으니까, 아빠의 추석 양주를 훔쳐 마시는 걸로 아쉬움을 대신한다.

사실 다음 시리즈가 나와도 당장 달려가서 볼 용의가 있다. B급 액션의 탈을 쓴 이 영화의 속내는 외국 술 덕후의 세계기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매너가 사람을 만들고, 술은 문화를 만든다. 과연 킹스맨의 다음 행선지는 어느 나라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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