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드는 밤을 만든 음료수의 역사 내가 밤을 샐 때, 누가 내 곁에 있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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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마마, 신에게는 아직 12시간의 공부 시각이 남아있습니다.”

짝! 등짝이 달아오른다. 엄마는 정성스레 깎은 사과를 팽하고 방문을 쾅 닫았다. 하필 엄마가 돌아올 때 만화를 보고 있어서, 그리고 또 하필 저런 말로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니. 나는 한순간에 효자에서 사도세자가 되었다.

하지만 만화는 독해를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한 장치였을 뿐. 나는 시험을 포기하지 않았다. 시침은 9시를 향해 진군한다. 때가 되었다. 나는 가방에 숨겨놓은 음료수를 깐다.

야밤의 벼락치기 행군은 고되다. 이미 몇 차례의 위기를 겪은 나는 커피와 레드불의 지원을 받아 정신줄을 간신히 잡고 있었다. 그러다 깨달았다. 시험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우리의 밤을 앗아가는 이 음료들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이지?

밤샘음료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커피다. 커피는 밤에 진행되는 이슬람 종교의식에서 졸음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난 <교황이 세례한 사탄의 음료>에서 밝혔던 것과 같이 물 대신 알콜을 마시던 유럽인들에게 커피의 등장은 인간의 의식을 바꾸는 것이었다. 음료를 마시고 정신이 또렷해질 수 있다니.

그런 커피가 널리 퍼지게 된 것은 커피하우스라는 오늘날의 카페였다. 1650년 최초의 커피하우스는 무역도시도 상업도시도 아닌 옥스퍼드 대학 인근에 생겼다는 것이 특별하다. 덕분에 많은 대학생들은 커피하우스에서 공부를 했다. 오늘날의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족)과 다른 점이라면 그들은 학교 자체를 나가지 않았다.

대학에서는 커피하우스 때문에 학생들이 학업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댓츠노노. 학생뿐만이 아니라 교수와 지식인들도 대학보다 커피하우스에 모여 토론했다. 커피하우스는 값싼 대학이자, 최신 정보와 인맥을 접할 수 있는 페이스북 같은 존재였다. 대학과 커피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시간은 많이 흘렀고 인류는 카페인에 내성이 생겼다. 멀리 동방의 자그마한 나라에서는 자신의 성실을 증명하기 우해 다 마신 커피 컵으로 금자탑을 쌓는 문화가 생겼다. 그들은 더욱 강한 것을 원했다. 밤을 새우는 것으로는 부족해, 다음 날까지 멀쩡한 정신이 필요하다고!

그렇게 붕붕드링크가 등장했다. 2011년 ‘서울대 학생들 이렇게 산다’라는 전시에 등장한 이 음료는 수험생들에게 잠이 오지 않는 밤을 선물했다. 박카스에 레모나 2포, 마지막으로 포카리스웨트를 섞어주면 물보다 빠르게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효력이 다하면 정신만 붕붕 떠올라 붕붕드링크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서울대만 갈 수 있다면! 수험생들에게 붕붕드링크의 부작용은 들리지 않았다. 공부 좀 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붕붕드링크는 서울대 주스라고 불릴 정도였다. 물론 나 같은 일반학생은 붕붕드링크를 마신다고 해도 서울대보다 저승을 가는 게 더 빠를 것 같아서 포기.


다행히도 붕붕드링크의 시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식약처의 검증을 받은 에너지 드링크들이 마트와 편의점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레드불, 핫식스, 몬스터 에너지 등은 밤을 새워야 하는 학생과 직장인들에게 환영받았다. 그런데 에너지 드링크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시작은 치약회사의 셀러리맨의 태국 출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9년 ‘디트리히 마테쉬츠’는 시차에 피로를 호소하다가 한 음료를 마시고 알 수 없는 힘을 얻는다. ‘크라팅 다엥’이라고 불리는 이 음료는 한국의 박카스, 일본의 리포리탄D같은 음료였다. 하지만 효과를 제대로 본 디트리히 마테쉬츠는 이 음료의 제작자를 찾아간다.

크라팅 다엥의 제작자는 ‘찰레오 유비다야’였다. 그는 농장에서 오리를 기르며 자양강장제를 만들었다. 디트리히 마테쉬츠는 그에게 협업을 제안한다. 그렇게 크라팅 다엥에 탄산수를 넣고 설탕을 줄였다. 외관과 가격을 고급화시켰고 해외시장을 위해 영어로 이름을 바꾼다. 크라팅 다엥의 뜻은 붉은 소. 그렇다. 레드불이다.

1987년, 레드불은 에너지 드링크라는 새로운 장르의 음료수를 세계에 선보인다. 사람들은 오늘 잘 잠을 내일로 미룰 수 있게 되었고, 인류의 밤은 한층 더 밝아졌다.


현대사회는 에너지 드링크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부나 일을 할 때도 마시지만, 놀 때도 마시니까. 사실상 잠을 자지 않는 자들은 모두 에너지 드링크를 마신다. 동시에 카페인 누적으로 인한 건강악화를 우려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적당히 조절해서 마시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라고 결론을 맺기에는 우리가 사회에서 받는 경쟁과 생존문제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런 피로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반항은 무리한 에너지 드링크의 음용을 막고 잠을 청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해서 눈을 붙였다가 시험시간에 늦었습니다. 저를 불쌍히 여겨주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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