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낮과 밤, 그리고 음료수 단풍소다, 톡쏘는 알밤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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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우울함은 단풍보다 일찍 물든다. 연휴기간 밀려있던 드라마, 친구와의 수다까지 낄낄대며 즐기던 모든 것들이 슬프고 덧없이 느껴진다. 햇빛을 못 봐서 가을을 타는 걸까? 오랜만에 신발을 신었다. 아직 나무들은 푸르기만 했다. 아직 가을은 오지 않았구나. 가을 얼리어답터는 낙엽 대신 떨어져 있는 쓰레기에 눈물이 글썽였다.

하지만 나만 청승맞은 게 아니었다. 편의점의 문을 열자마자 그것이 나타난 것이다. 붉고 아름다운 가을. 그 모습을 담은 음료수가 나를 맞아준 것이다. 오늘 마시즘은 가을의 낮과 밤을 위로하는 음료수를 소개한다.

낮에는 단풍구경하러 편의점에 가자

GS25가 또 일을 냈다. 그들은 지난봄에 벚꽃 스파클링과 오월의 장미로 꽃탄산음료(?)라는 장르를 열었다. 내심 여름 특집으로 연꽃음료를 기대했을 정도다.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지만, 방심한 사이에 이 녀석이 나왔다. 이름하야 ‘단풍소다’. 가격은 한캔에 1,000원.

꽃놀이에 이어 단풍놀이까지… 나들이에 대한 그들의 열망을 느낄 수 있는 이 음료수는 포장이 아쉽다. 당근주스 같은 비주얼에 나뭇잎 몇 개를 박아놓은 수준이라니. 한 캔으로는 가을감성이 나지 않아 여러 캔을 쓸어왔다. 딱히 내가 단풍구경을 못 가서 그런 것은 아니고(ㅠ)

누가 사이다에 팬케이크를 빠트렸나?

단풍소다의 뚜껑을 열자마자 달달한 분위기가 코를 지배한다. 오랜만인데 익숙한 이 향. 이 정체는 단풍소다를 한 모금 마신 후에 정확해졌다. 자글자글한 탄산을 타고 올라오는 이 그윽한 달콤함은. 엄마가 해주던 팬케이크였다. 정확히 말하면 팬케이크 위에 올라오는 만능 시럽의 맛.

그렇다. 단풍소다에는 단풍국에서 만든 메이플 시럽이 들어있다. 캐나다 사람은 팬케이크는 물론, 고기, 연어, 하얀 눈에도 메이플 시럽을 떨어뜨려 먹는다고… 놀리려 했으나 나는 이를 음료수로 마시는 중. 호불호에 갈리는 것이 당연하지만 팬케이크에 환장하는 나에게는 반가운 맛이다.

달콤한 밤을 위로하는 막걸리의 물구나무서기

탄산음료가 낮에 어울린다면, 우리의 밤을 즐겁게 하는 음료는 언제나 술이다. 때문에 단풍소다를 구매하다가 ‘톡쏘는 알밤 동동’을 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알밤 막거리라니. 충청도에 갔을 때나 마실 수 있는 알밤 막걸리기 때문에 이 녀석을 쉽게 지나칠 수 없었다. 나는 단풍구경을 하다가 길가에 떨어진 알밤을 줍는 우리 엄마의 설렘으로 톡쏘는 알밤 동동을 사 왔다. 가격은 1,500원.

하지만 설렘은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포장의 위아래가 뒤바뀐 불량품이었기 때문이다. 캔 뚜껑을 위로하면 글씨도 알밤의 위치도 모두 물구나무를 섰다. 하지만 다른 녀석들도 모두 위아래가 바뀌어 있었고 나는 깨닫게 되었다. 포장을 거꾸로 해서 자연스럽게 음료를 흔들어 마시게 했구나! 작은 디테일이지만 소름이 돋았다.

바밤바, 알밤 막걸리에 몸을 담근 바밤바

톡쏘는 알밤 동동이 마음에 드는 것은 캔 타입이 있다는 것이다. 페트병에 담겨있는 막걸리를 마시면 취화선(?)을 그려야 할 것 같지만, 캔에 담겨있으니 예쁜 컵에도 담아 마실 수 있을 것 같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입구까지 가득 찬 알밤막걸리의 인심을 느끼게 된다. 컵에 따라보니 색도 탄산도 제법 살아있다.

장난 없이 맛있다. 탄산을 가미하지 않은 정통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시큼한 맛도 덜 나고, 적당히 고소하고 달큼한 알밤의 포스가 막걸리와 어우러진다. 막걸리에서 느끼는 바밤바의 풍미는 안주 없이 혼술을 하기에 좋을 듯하다. 밤 10시, 6%의 알콜은 외로운 사람도 기분 좋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가을은 이미 와 있다. 단지 우리가 편의점에 가지 않았을 뿐

편의점에서 옮겨심은 가을이 내 방을 울긋불긋하게 밝힌다. 가을은 혼자 있으면 외롭지만, 음료수와 함께라면 달콤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직 물들지 않은 단풍을 기다리는 가을 얼리어답터의 갈증을 그윽하게 달콤한 메이플과 알밤으로 위로한다. 떨어지는 낙엽 없이도 아름다운 가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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