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우리는 수박을 버리지 못하고 GS25 신상음료, 갈아만든 고창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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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때는 가을이지만 GS25에서 ‘갈아만든 고창수박’을 출시한 것은 한낱 치기가 아닐 것이다. 물론 여름에 냈어야 했는데, 만든 사람이 낮이고 밤이고 일을 하느라 가을이 왔는지 몰랐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깊어가는 가을에 수박 음료수를 내놓았다. “대체 왜! 수박이어야만 했냐!”

올여름에는 가장 늦었지만, 내년 여름에 가장 빠른 수박

늦은 봄에 작성한 <수박 음료수 삼대장>에서도 말했다. 우리네 음료시장은 ‘한국의 땡모반(태국의 수박주스)’을 두고 발 빠른 경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큰 인기를 끈 수박음료수는 없었다.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동시간대에 나오는 수박이 더 맛있었으니까.

그렇게 수박의 계절은 승자 없는 전쟁으로 끝이 났다. 그리고 ‘갈아만든 고창수박’이 나왔다. GS25 편의점에 가면 만날 수 있다. 남보다 빠를 수 없다면, 엄청나게 늦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음료수는 보여주고 있다. 올해만 늦었지 사실상, 내년 여름을 위한 가장 빠른 출시가 아니었나라고 의심을 해볼 수 있다.

잔인하지만, 건강한 수박주스의 딜레마

갈-아-만-든 고창수박이라. 귀여운 겉모습과 달리 정말 잔인한 이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는 건강에는 제법 괜찮은 주스 제조 방법이기에, 우리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갈아만든 고창수박의 포장에는 HPP수박주스라는 말이 쓰여있다. HPP(High Press Process)는 열을 가하지 않고 압력을 가해서 주스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무식하게 힘으로 쥐어짠 수박은 영양분은 물론이고 맛과 향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다. 손이 많이 가서인지 가격이 조금 된다. 275ml 한 병에 1,500원.

있을 게 없어서, 더 수박 느낌이 난다

갈아만든 고창수박을 마셔본다. 다른 수박음료수와 달리 이 녀석은 덜어내는 것의 간지를 알고 있다. 일단 탄산이 없다. 그리고 설탕을 줄이고, 배를 놓았다. 무엇보다 묵-직 하지 않은 무게감에 물처럼 깔끔하게 목에 넘어가는 것이 좋았다.

결국 남은 것은 이 녀석이 얼마나 수박의 맛을 잘 보여주는가다. 그 점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와 실패가 있다. 일단 적당히 달콤하고, 살짝 시큼한 향이 수박 본연의 느낌을 잘 살렸다. 하지만 모든 수박음료수가 그러하듯 수박을 연상시키기보다 수박바를 생각나게 하는 한계를 넘지 못했다.

수박이면 어떻고, 수박바면 또 어떠하리. 어차피 날씨는 시원하니까, 수박 맛만 나도 여름 휴양지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못다 먹은 수박이 너무 많아서

돌이켜 보면 이번 여름 나기는 수박 겉핥기였다. 예상되었던 엄청난 더위도, 엄청난 폭우도 만나지 못했다. 무엇보다 수박을 별로 먹은 것 같지도 않은데 가을이 와버렸다. 조금만 더 더우면 먹으려고 했는데. 날씨가 시원해졌다. 이런 아쉬움은 ‘갈아만든 고창수박’을 더욱 맛있게 만들어준다.

갈아만든 고창수박은 말한다. 수박을 즐기지 못해 마음이 텅 비어버린 사람들이여. 비록 갈아지고, 짜지고, 음료가 되었지만 수박이 돌아왔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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