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샴페인은 터지나🍾 #샴페인의 역사, 불량품에서 승리주까지

드디어 기아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마시즘 초기부터 <굿나잇, 창용영화제>, <직관러의 맥주VS집관러의 맥주> 등 타이거즈에 대한 애증을 밝혀온 필자는 1점 차 9회 말 만루 상황에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았을 때에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정말 힘들었던 올 시즌을 압축해서 보여준 경기였다.

“펑” 어디선가 하얀 기포가 솟아오른다. 단체고글을 쓰고 등장한 선수들이 하나, 둘 샴페인을 터트린다. 아! 그제야 관객들이 부르는 “기아 없이는 못 살아” 노래가 귀에 들어온다. 정말로 우리가 이겼다.

샴페인을 터트린다는 것은 우승자들만 할 수 있는 특권이다. 모두가 아무 때나 저렇게 난동을 부렸다간 엄마의 복장이 터지기 때문이다. 1등만 샴페인을 잡을 수 있는 더러운 세상… 하지만 샴페인을 원망하지 말자. 알고 보면 샴페인 역시 평범하고 그저 그런 녀석이었으니까.

우리는 탄산이 있는 스파클링 와인을 샴페인이라 뭉뚱그린다. 하지만 샴페인은 프랑스 샴페인(샹파뉴)에서 나오는 스파클링 와인을 부르는 말이다. 1693년 수도사 돔 피에르 페리뇽이 “나는 지금 별을 마시고 있네”라며 샴페인을 처음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대중적이지만, 애초에 샴페인은 불량품이었다.

샴페인이 되었다는 것은 양조과정이 어긋났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병에 발효가 덜 끝난 와인을 담으면 효모는 겨울 동안 잠자코 있는다. 하지만 봄이 돌아오면 당분을 먹으며 탄산을 만들게 된다. 문제는 너무 많이 만든다. 병이 깨지고. 와인이 땅에 뿌려지고. 양조자의 멘탈도 터진다.

양조자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당황스러울 수가 없다. 1년 농사가 흙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심지어 와인이 이곳저곳 뿌려져서 청소까지 해야 하는 더러운 상황. 어떻게 겨우 수습을 하여 판매를 보냈지만 운송 중에 터지는 경우도 많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17세기, 샴페인은 영국에 소개된다. 추운 샴페인 지방에서 올라온 와인들은 따뜻한 런던 날씨에 다시 한번 펑펑 터진다. 하지만 영국 귀족들은 보글보글 올라오는 거품에 반해버린다. 그리고 샴페인 지역에 와인을 정기적으로 주문한다. 아니 일반 와인 말고, 그 보글보글한 거로 달라고!

영국인들은 운송과정 중에 병이 터지는 치명적인 단점도 해결한다. 그들은 샴페인 지역보다 내구성이 좋은 유리병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기 때문. 또한 로마시대 때부터 내려왔지만 잊혀 있던 코르크 마개를 사용하게 되면서 탄산가스로 병이 터지는 일을 크게 줄인다.

언제나 병이 폭발할까 전전긍긍하던 샴페인의 양조자들은 새로운 희망을 본다. 우리의 불량품이 특별하게 보일 수도 있겠구나. 곧 그들은 유럽의 왕족과 귀족들에게 자신들의 스파클링 와인을 선보인다. “이것이 바로 불량.. 아니 우리 지역의 특별나고 고급진 와인인데요.”


와인농가의 불량품은 효자상품이 되었다. 많은 귀족들은 너도나도 샴페인의 특별함에 반했고, 특히 나폴레옹은 승리를 기념하여 샴페인을 개봉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샴페인 회사들은 F1 그랑프리의 스폰서가 되었다. 그들은 각종 유명한 자동차 대회에 샴페인을 부상으로 선물을 하며 홍보를 노리고 있었다. 1967년 프랑스의 자동차 경주대회 르망 24시(The 24 Hours of Le Mans)의 우승자 댄 거니(Dan Gerney)도 마찬가지로 마찬가지로 샴페인을 받았다.

다만 그가 너무 흥분한 나머지 샴페인을 터트려 버렸다. 그는 샴페인을 주변 동료와 팀, 관계자, 기자 모두에게 뿌리다. 아차! 하지만 이 행위는 이후 F1에서 기아타이거즈까지 각종 스포츠의 우승 세리머니가 된다.

# 누구를 위하여 샴페인을 터트리는가

이후 댄 거니는 말한다. 그는 경기 초반까지만 해도 우승을 하지 못할 거라 낙담했다고 한다. 하지만 운이 좋아 마지막에 우승과 샴페인을 거머쥘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기쁘기도 하지만, 다른 팀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래서 모두가 이 샴페인을 함께 마셔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서로의 노고를 축하하기 위해 샴페인을 뿌린 것이다.

댄 거니의의 말은 샴페인의 주인공은 누구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샴페인은 환희의 음료다. 하지만 승자만의 전유물은 아닌 것이다. 아직 찌질한 나의 과거를 위해, 돌아올 승리를 위해, 또 우리를 경쟁자를 위해 샴페인을 터트리자. 고생했다. 축하한다. 이제… 엄마가 오기 전에 청소를 하자.

  • 표지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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