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나잇, 창용영화제 답답하고 짜증 날 때 마실 법한 음료 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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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이다. 9회 말 KIA 타이거즈 마무리 투수 임창용 선수가 마운드에 올라간다. 관중석은 술렁인다. 이것이 바로 창용불패의 효과인가? 아니다. 팬들은 최근 귀신같이 상대팀에 동점과 역전을 허용하는 임창용 선수의 경기를 보고 ‘창용영화제’라고 부른다. 장르는 스릴러.

임창용 선수를 탓할 수는 없다. 우리는 그의 천재적인 기량을 빼앗아가는 세월을 원망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첫 타자를 볼넷으로 1루에 진출시켰다. 곧바로 내 마음은 사막 안에 귀뚜라미 보일러를 틀어놓은 듯이 푹푹 찐다.

내 마음의 불을 잠재워 줄 소방 음료수

그래서 준비했다. 답답하고 짜증 나고 화가 날 때 마실 법한 음료수. 야구경기는 길고, 나의 고통도 그에 발맞출 테니까 하나하나 마셔보도록 할까.

9회 말 1사 1루 : 야구에는 맥주, 오늘따라 맥주가 쓰다

맥주는 야구와 잘 어울리는 음료수다. 특히 야구장 안에서 맥주보이들이 파는 맥주가 별미다. 보통 생맥주인데도 맑고 시원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집에서 야구를 시청할 때는 무슨 맥주를 마셔야 할까. 예전에는 하이트 아니면 카스였지만 선택지가 많아졌다.

클라우드는 국산 맥주도 맛이 발전했구나를 느끼게 해줬다. 제조과정에서 물을 타지 않아 보통 국산맥주보다 맛과 향이 진하다. 청량한 라거맥주여서 그런지 뜨거웠던 속을 시원하게 바꿔준다. 때마침 다음 타석에 등장한 외인 투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운다. 그래! 국산이 최고야!

하지만 상대는 KIA 타이거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어디선가 칭찬을 하면 귀신 같이 경기를 망친다. 곧바로 안타를 맞았다. 방망이로 심장을 맞은 기분. 이럴 때일수록 수…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과거 술에 취해 경기장에 난입했던 타이거즈 팬들을 기억하고 자제해야 한다.

9회 말 1사 1, 3루 : 누가 투수한테 냉수 좀 가져다주세요!

목이 타들어간다.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서 타자를 출루시키다니. 이 팀은 막힘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것 같다. 차라리 명절에 고속도로의 입구를 지키게 했다면 귀성길도 뻥뻥 뚫렸을 것 같은데, 왜 이들은 야구장에 있는 거지. 속에 불이 나는 것 같다. 몸이든, 야구경기든, 집이든 불이 났을 때는 소방수가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소방수를 찾느냐이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나는 아이시스 8.0을 들었다.

아이시스 8.0은 제법 세련되게 생겼다. 허리가 잘록해서 마시거나, 들고 다니기에 불편함이 없다. 아이시스의 뒤에 붙은 숫자 8.0은 처음에 레벨(Level)을 말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알칼리의 비율을 말하는 것이었다. 상대팀 타자의 폭격에 산성화 된 나의 마음을 중화시키는 맛이다. 하지만 아이시스 8.0을 마시는 것만으로 이 경기를 끝까지 볼 수 있을까.

9회 말 2사 만루 : 몰라, 틀렸어, 이건 꿈이고, 난 잘 거야

망했다. 분명 10분 전에는 이기고 있던 경기를 지키지 못했다. 룰루랄라 퇴근 준비를 하던 타자들은 다시 추가 근무를 해야 할 판이다. 나 또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시청하고 있는 야구 경기를 껐다가 다시 켜보고, 풀카운트가 되어있길래 미련 없이 꺼버렸다. 잠이나 자야지.

문제는 화가 나서 잠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이러려고 몇 시간 동안 야구를 본 건가 자괴감이 든다. 손을 뻗어 마지막 음료수를 집는다. 릴랙스 드링크 ‘스위트 슬립’이다. 스위트 슬립에는 테아닌이라는 성분이 있어 심신을 안정시켜준다. 잠이 잘 온다는 것도 스트레스가 줄어들면 편안하게 잘 수 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음료수이지만, 마트나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이다. 반면 많은 릴랙스 드링크가 그러하듯 스위트 슬립도 맛으로써는 훌륭하지 않다. 탄산 속에 민트맛이 진하게 난다. 하지만 나의 심정은 쓰디써서 한약도 달게 느껴질 것 같기에 상관없다.

스위트 슬립을 마시자 진정이 된다. 후. 내가 너무 했던 것 같다. 겨우 한 경기였을 뿐인데 말이다. 오히려 우리 같은 강팀에게 역전승을 한 상대팀은 얼마나 기뻤을까. 좋은 선물을 한 것이라 생각하자. 마음이 흐뭇하다. 그리고 곧 잠이 든다.

경기 종료 : KIA 타이거즈 승리!

아침에 일어나서 경기 결과를 확인했다. 엥? 확실하게 졌을 줄 알았는데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처리했다. 결국 우리가 이겨버리고 말았다. 하하하하 내가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보지 못했다니. 너무나 기뻐서 다시 보기를 반복했다.

임창용 선수도 부담감과 스트레스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정작 속이 답답하고 화가 나고 짜증이 날 사람은 내가 아닌 임창용 선수였을 것 같다. 부디 스트레스 없이 잠을 잘 수 있기를. 그에게 오늘 리뷰의 음료수를 추천해본다. 굿나잇 창용영화제.


표지사진 : 스포츠한국, 김성태기자

소스사진 : R.B.I BASEBALL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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