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무쌍화탕전 대추쌍화, 겨울 제일 무협음료

강호에 한기가 넘친다. 직장이란 문파에 속한 이들은 피로가 가득하고, 무리 짓지 않는 학생과 취준객들은 추위에 혼을 약탈당했으니. 그중 제일은 나요. 이미 내 육신은 감기에 의해 주화입마에 빠졌다. 콜록콜록. 애석하도다. 감기를 물리칠 호걸들은 모두 병원과 약군에 은둔하여 버리다니!

이때 지인에게 한 음료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마시기 전에는 따뜻한 손난로요. 마신 후에는 기력이 샘솟아 감기를 불태워 무쌍을 찍는다는 고수 중의 고수. 나는 그 음료의 존함을 물었다. 지인은 말했다. “쌍화… 대추쌍화”


임금의 눈을 피해
태어난 자, 쌍화

시간을 돌려보자. 쌍화의 출생에 대해서는 호사가들 사이에서 여러 이야기가 입에 오르내린다. 어떤 한의사의 말을 빌리면 그의 어미는 궁녀요. 아비는 임금이 아니었다. 그저 궁궐에서 일을 하는 평범한 사내였다.

하지만 둘의 만남은 궁중 한의사에 의해 발각되고 말았으니. 오전에 오한을 호소한 남자와 오후에 찾아온 궁녀가 같은 증상이었기 때문이다.

맥을 짚는 솜씨가 제일경이었던, 그는 알면서도 일을 함구했다. 대신 두 사람에게 처방한 탕약에게 ‘둘(雙)이 화목하라(和)’는 의미를 담아 ‘쌍화탕’이라 이름을 지었다.


쌍화의 자손 중
대추의 무공이 발군이니

태생이 비밀스러운 쌍화는 궁궐을 나와 민중 속에 몸을 숨겼다. 때로는 허준 선생의 동의보감에서, 또 때로는 다방 커피잔에서 그를 보았다는 이가 있다. 최근에는 갈색 유리병에 적을 두는 이가 늘었다.

역사가 깊은 만큼 쌍화 사이에서 문파가 갈리고 갈등을 거듭한다. 광동의 정파 격인 ‘대추쌍화’는 기골이 장대하고 풍채가 넉넉하다는 소문을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편의점이라는 객점에 찾아가니 쌍화음료 사이에서 원근법을 무시하는 거한이 있었다.

대추쌍화의 가격을 물으니 1,500원이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그의 몸을 잡았다. 대추쌍화는 두꺼운 유리갑옷 밖으로 더운 기운을 내뿜자 차갑던 내 손은 봄이 돼버리니. 나는 개나리 스텝을 밟으며 비명을 지를 수밖에.


네 안의 뜨거움을
다스리고 싶은가?

뚜드드득. 대추쌍화의 황금빛 무장이 풀렸다. 코에 느껴지는 기백만으로 사무실 책상을 한약방으로 바꾸니 나는 내 감기가 심해 헛것이 보인다 생각했다. 드디어 시음. 대추쌍화를 내 안에 들인다.

짭짤하고 씁쓸함에 숨은 약간의 달콤함. 생각보다 대추쌍화의 맛은 여린 첫걸음을 떼었다. 허나 내가 마음을 푸는 찰나 녀석은 놀라운 열기로 목구멍에 돌진한다. 맵다. 너무 맵고 뜨겁다.

혈혈단신으로 들어간 대추쌍화는 대추는 물론 당귀와 천궁, 감초와 작약 등을 좌우 앞뒤 거칠게 휘두르며 전진하니. 목구멍에는 불꽃이 쏟아지고 커다란 불덩이가 된다. “내 몸… 내 몸이 타고 있어!”

나의 정신은 몽롱해졌다가 잠깐의 잠을 허했다. 눈을 뜨니 감기가 불타서 사라진 내 몸을 마주한다. 정말 신기하도다. 이것이 삼매진화의 경지인 것인가.


병마와 피로에서
일상을 구한 영웅이여

고마움을 표하려 했을 때 대추쌍화는 사라졌다. 대추쌍화는 내 안에 뜨거움을 남긴 체 차게 식어버렸다. 비록 자연재해나 전쟁 그리고 그 둘을 섞은 형님들의 군대 썰을 막은 것은 아니지만. 한 사람의 재난을 구한 것만 해도 그는 영웅이라 불러도 좋다.

떠나간 그를 기리기 위해 대추 쌍화를 책상 위에 모신다. 사무실 문파의 당주인 상사는 반가워한다. 그는 이 대추 쌍화라면 일당백도 가능한 업무력을 얻지 않냐고 말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오늘은 야근인 것 같다. 아아 잘못했다. 아아아 대추 쌍화도 야근은 막지 못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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