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안 넘치게 따라줘 #캔맥주를 크림맥주로 만드는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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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회는 잘난 척의 다른 이름일까?”

매점 빵 한 입에도 울고불고 달려들었던 녀석들의 입에서 집이 얼마고, 차가 얼마고 하는 게 신기하다. 문제는 대화가 오갈수록 말이 맥주처럼 거품이 차오르기 시작한다는 것. 세계 증시가 어떻고, 한국 정치가 어떻고. 내가 주소를 잘못 착각해서 동창회가 아니라 경제인 연합회나 다보스 포럼에 온 건 아니겠지?

“야~ 우리 2차 맥주 하러 갈 건데 너는 안 가냐?”

응 안 간다. 2차를 주도하는 저 친구는 지금 보험을 팔기 위해 혈안이 되었거든. 아마 지금 빠지지 않으면 보험가입서에 사인을 할 때까지 지옥의 음주 파티가 될지 모른다. 그것도 모르는 녀석들은 크림 생맥주, 크림 생맥주 노래를 부른다. 집에서 심심하게 캔맥주나 마실 내가 불쌍하다며.


그래서 준비했다
나의 크림 맥주서버

집에 돌아왔다. 어두운 방 안에서 고독하게 빛나는 녀석이 있다. 맥주 계의 마이다스의 손 ‘맥주 서버(Beer Server)’다. 이 녀석 앞에서는 평범한 머글인 나도 고독하고 젊은 CEO가 된다. 통장은 변함없이 기분만 그렇다는 게 함정이지만.

오직 한 사람을 위한 맥주 바. 나는 맥주서버의 아우라에 누가 되지 않도록 외투를 정리한다. 손톱을 깎을 때만 사용하는 신문도 한 번 펼쳐본다. 음 오늘의 운세는… 맥주 마시기 참 좋은 날 같군. 나의 호들갑을 이해해 주시라. 이 마성의 기계를 다루기 위해서는 허세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캔맥주를
크림맥주로 만드는 기적

맥주서버. 맥주거품기라고 불리는 이 녀석은 맥덕이라면 하나쯤은 갖추고 싶은 드림카 같은 것이다. 캔맥주를 거품이 풍성한 크림 맥주로 만들어 주니까. 방법은 간단하다. 맥주서버를 열어 캔을 넣는다. 캔 뚜껑 부분에 호스를 넣어 닫는다. 맥주서버 레버를 아래로 누르면 맥주가 위로 누르면 거품이 쏟아진다.

산토리의 ‘산토리 더 프리미엄 몰츠 크리미 서버’의 히트 이후로 많은 종류의 맥주 서버가 만들어졌다. 나처럼 집에서 분위기를 즐기기 위한 맥주서버도 있지만, 휴대용 맥주서버들도 많고 가격도 저렴하다. 피크닉 혹은 모임에서 한 번 사용하면 주목받기 참 좋다. 대신 모두의 맥주를 제조해줘야 한다는 게 단점.


오로지 나만을 위한
크림 맥주 파티

그렇다면 “크림맥주는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대답해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일반적으로 맥주를 잔에 따르면 거품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맥주서버는 초음파를 이용해 입자가 작은 거품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거품층은 쉽게 꺼지거나 마실 때 밀리지 않고 입에 부드럽게 들어온다. ‘크림’이라는 이름도 그래서 붙었다.

무엇보다 맥주 거품의 풍미를 배운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실제 일본에는 맥주서버 장인이 있다. 똑같은 생맥주를 몇 번 레버를 제치는가로 가게 메뉴가 구성되어있다고 한다. 감히 그분의 경지까지 닿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렇게 저렇게 맥주를 제조해보면서 마시는 재미가 특별하다.


맥주는 한 모금도
대충 마셔선 안 돼

고요하고 적막한 방에서 마시는 맥주의 느낌은 특별하다. 마치 조조영화를 보는데 극장에 나 혼자 남아있는 기분 혹은 술집 하나를 통째로 빌린 기분이 든다. 나는 여전히 실내등을 환하게 켜지 않는다. 아직 나는 이 환상 속에 머무르고 싶기 때문이다.

정성스럽게 만든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켠다. 친구도 중요하고 일도 성공도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내게 필요한 것은 하루의 시간을 온전히 달래 줄 맥주다. 그러니 한 모금도 대충 마실 수 없다. 맥주서버는 그렇게 맥덕인생의 새로운 문을 열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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