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수별 새내기유형 #음료수로 알아보는 우정테스트

0
4,228 views

나는 그를 화장실에서 마주쳤다. 당황하는 모습과 앳된 옷차림에서 나는 그를 알 수 있었다. 대학교에 들어가 벚꽃놀이를 보러 다닐 줄 알았으나, 벚꽃잎처럼 무리에서 떨어진 새내기구나. 분명 당황해서 숨긴 비닐봉지에는 분식집에서 산 김밥이 들어있겠지.

그 모습이 가여워 인생의 멘토를 자처했다. 대학생활을 해보니 많은 친구를 사귀는 것보다 좋은 친구 한 명을 얻는 게 더욱 이득이라고 조언을 했다. 그는 어떤 사람이 좋은 친구가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진정한 친구를 찾고 싶다고? 방법을 알려주지. 천 원짜리 한 장이면 돼. 걔한테 음료수를 사달라고 해봐.”


음료수를 보면
그 사람의 인성을 알 수 있다

그렇다. 천 원짜리 지폐 한 장. 그리고 염두에 둔 친구 후보에게 “편의점에 가는 길에 나 음료수 좀 사줄래?”라고 말하는 용기만 있으면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

친구가 사 온 음료수에는 그 사람의 성향이 담겨있다. 또한 앞으로 나눌 우정의 미래를 그려볼 수도 있다.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바로 음료계의 궁예 ‘마시즘’이 알려주는 음료 관심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친구를 찾아 떠나볼까?


∙ 코카콜라를 사줬다

1등 지상주의에 빠졌다.

∙ 펩시를 사줬다

코카콜라를 마시는 사람을 보면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다. 화가 탄산처럼 튄다.

∙ 815콜라를 사줬다

투머치 애국심. 유럽 챔피언스 리그를 보고 있으면 K리그로 리모컨을 돌릴 스타일. 일본 만화책을 보는 날에는 도시락 폭탄이 날아올지 모른다. 그와 친구가 되면 종종 매국노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으니 주의하자.

∙ 닥터페퍼를 사줬다

취향이 분명하고 힙하다. 문제는 자기 취향을 남에게 강요한다는 것. 닥터페퍼에서 ‘체리맛’이 난다고 말하지 않으면 그 화장품&타이어 맛 콜라를 계속 마셔야 한다. (‘엘 프사이 콩그루’라는 닥터페퍼 매니아만 아는 암구호를 외치고 방심할 때 튀자.)

∙ 스프라이트를 사줬다

색깔 있는 음료는 해롭다고 말하는 유색 음료 차별주의자. 하지만 콜라나 사이다나 도긴개긴이거늘 그들은 눈에 보이는 것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타입이다. 그의 눈에 나는 어떻게 보일까? 좋게 보일 리는 없겠지.

∙ 바나나맛 우유를 사줬다

나이만 가득 찼을 뿐 아기 입맛에 아기 취향. 생각이 어릴 뿐인데 외모도 어리다고 믿는다는 것이 문제다. 만나면 매번 어리다고 말해줘야 만족한다. 하지만 호응을 할수록 내가 늙어가는 기분이다. 젊음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면 도망쳐라.


∙ 데자와를 사줬다

그는 신입생이 아니다. 다년간 도서관을 전전한 N수생임이 분명하다. 데자와는 고시짬밥(?)을 먹어본 자만이 마실 수 있는 고시생의 음료기 때문이다. 그동안 동갑인 줄 알고 반말을 썼다면 사과하자. “형 미안해 친구인 줄 알았어. 근데 대학은 몇 번째 오는 거야?”

∙ 레쓰비를 사줬다

무념무상. 고민 자체가 없다. 그 많은 캔커피에서 무엇을 선택했다기보다 짚이는 대로 산 타입이다. 우정에도 존재감이 없다. 귀찮지 않아서 좋지만 없는 거랑 뭐가 다른가 싶다. 하지만 조모임 같은 팀플에서는 재능을 십분 살리는 스타일이다. 다크템플러가 되어 안보이거든.

∙ 오란씨를 사줬다

그가 당신에게 오란씨를 1캔만 건네었다? 그는 횡령범이다. 오란씨는 대부분 1+1 행사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오란씨였지만 다음에는 무엇일지 모른다. (아마도) 앞날이 창창할 예정인 내가 법원에서 “보고 싶다 친구야”를 외치고 싶지 않다면 조심하자.

∙ 핫식스를 사줬다

지독한 극단주의자. 핫식스를 일상에서 즐겨 마시는 부류는 2가지다. 밤새워 공부하는 범생이거나, 밤새워 노는 죽돌이. 어느 쪽이든 어울리는 순간 눈가에 다크서클이 깊어진다. 30대가 되어 팬더로 인생 2막을 살고 싶지 않다면 피하자.

∙ ‘새로 나온 음료수’를 사줬다

재미있는 신상 음료수가 나왔다고 발랄하게 소개하는 녀석. 고맙다고 하지 마라. 당신은 그의 기미상궁일 뿐이다. 아니 새로운 음료 맛 검증을 위한 실험쥐에 가깝다. 평생 그 친구의 손아귀에서 찍찍대고 싶지 않다면 찍소리 말고 도망치자.


∙ 팩소주를 사줬다

대낮에 팩소주를 선물한다? 이는 인생의 막장을 아우토반으로 달리자는 메타포다. 재미있는 생각이라며 어울려 마시는 순간, 강의실 뒤쪽 바닥에 엎드려 어푸어푸 수영을 하는 자신을 보게 될지 모른다. 내가 그랬다.

∙ 갈아만든 배를 사줬다

잠깐 이 자는 프로다. 음주는 밤에 했고 낮에는 다음 음주를 위해 갈아만든 배를 마시며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이다. 술꾼의 경지에 오른 자들만 한다는 자기관리의 산물이다. 그가 건넨 갈아만든 배를 마시는 순간 음주의 수레바퀴가 시작된다. 그때는 돌이킬 수 없다. 숙취가 끝난 순간이 바로 졸업식이다.

∙ 포스트잇이 붙은 사과스퀴즈를 사줬다

그는 당신에게 반했다. 도망쳐.


∙ 칸타타 스파클링을 사줬다

그동안의 인생을 돌아보자.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에게 실수를 한 게 아닐까? 아니면 전생에서라도 내가 몹쓸 짓을 저지른 것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람에게 칸타타 스파클링을 선물하는 일을 저지를 수 없기 때문이다. 뭔지 몰라도 내가 잘못했다고 빌자. 살려줘.


진정한 우정을 찾아
편의점으로 떠나자

“음료수를 고르고, 마시고, 선물하는 것은 모두 이유가 있다.”라는 말을 끝으로 음료관심법 강의를 마쳤다. 그는 큰 깨닳음을 얻은듯 인사를 하고 화장실 밖의 양지로 걸어나갔다. 그래 떠나라! 아직 화장실에서 혼자 점심을 먹으며 좌절하기에 당신은 너무 어리다.

드디어 화장실에는 나 혼자만 남았다. 휴, 하마터면 모르는 사람과 한 화장실에서 점심을 먹을 뻔했잖아.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