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뛰면 건담을 마셔야 해 #건담카페, 덕후의 음료를 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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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즘의 일본 진출에 지인들은 말한다. “이 자식 이거 마시는 일은 안 하고, 덕질이나 하겠구먼!” 안타깝게도 나는 덕후가 아니다. 심지어 만화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에 가깝다. 물론 현대인의 교양인 드래곤볼과 슬램덩크는 읽어줘야 한다. 그리고 21세기 소년, 죠죠의 기묘한 모험, 일해라 토가시! 정도만 꾸준히 볼뿐이다.

덕질이 아닌 음료를 추구하러 온 마시즘 일행은 프로페셔널하게 오다이바 시티에 있는 ‘코카콜라 스토어’를 향했다. 오늘도 부지런하게 길을 잃어버린 찰나, 달려가는 한 무리의 남자들을 보았다. “무슨 일이지?” 시선을 돌린 곳에 그것이 있었다. 실물 크기의 건담이.


건담을 보니
심장이 뛰기 시작했어

오다이바 시티 앞에는 19.7m의 크고 아름다운 유니콘 건담이 있었다. 뒷모습만 봤을 뿐인데 귀에 중후한 엔진 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심장이 6기통으로 업그레이드가 되어 쿠쿵쿠쿵 뛰었다. 와 이건 뛸 수밖에 없다. 우산이 재껴지는지도 모르고 건담을 향해 달려갔다.

그 이후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비를 맞으면서 열심히 인증샷을 찍었던 것 같고, 손에 들린 비닐봉지로 보아선 프라모델을 몇 개 산 것 같고, 도쿄플라자 안에 있는 어마어마한 건담들을 보면서 왜 우리 집 TV에는 ‘투니버스’가 나오지 않았을까를 후회했던 것 같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3시간이 지난 후였다. 이래서는 안 돼. 나는 덕후가 아니라 음료 리뷰어라고. 서론이 길었던 만큼 오늘은 진지하게 음료만 이야기 하자.


그래서 준비한 주제
바로 건담 카페다

오다이바. 정말 멋졌다. 건담과 후지TV 본사, 코카콜라 스토어… 모든 게 꿈만 같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다음 행선지를 위한 베타 테스트에 불과했다. 오늘 방문할 곳은 아키하바라(あきはばら). 바로 덕후들의 수산물 도매시장 같은 곳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인사를 온 곳은 ‘건담 카페(Gundam cafe)’다. 오다이바에도 건담 카페가 있었지만, 그곳은 프라모델과 굿즈가 주였다. 하지만 이곳에는 건담 덕후를 위한 음료가 있다는 소식에 방문을 했다. 세기말 같은 분위기가 날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텔레토비 세트장 같은 내부에 약간 실망. 이래서 3D는 안 돼!

하지만 음료가 나오자 이곳이 우주 전함처럼 느껴졌다.


보아라
이것이 건담라떼다

굿즈샵과 별도로 마련된 건담 카페에서는 음료와 메뉴를 판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건담 캐릭터를 그려 넣은 건담 라떼다. 건담만 시키기에는 아까워서, 자쿠를 부르고, 조종사도 필요하니까 히이로까지. 총 3잔을 시켰다. 작붕이란 없었다. 라떼아트란 장르는 건담을 위해 태어난 거구나.

맛… 그것은 중요치 않았다. 사실 쇠 맛 같은 게 나면 메카닉이 느껴질 것 같았는데. 이리도 고운 음료에 맛을 기대하면 욕심쟁이다. 황송하게도 건담라떼에서는 평범 그 자체의 라떼 맛이 났다. 고마워라. 역시 건담 카페에 줄을 서서 건담라떼를 마시는 이유가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멋진 음료가 맛이 평범이나 해요.”


덕후의 음료
심장이 떨리면 사야 한다

(초신수인줄 알고 사왔는데 그냥 물이었다)

내년이면 불혹에 접어드는 ‘건담’ 뿐만이 아니다. 도쿄의 곳곳에는 수십 년은 된 만화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화란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닌, 어른이 될 때까지 함께 성장한 친구의 느낌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끝나버린(혹은 보지 않는) 작품을 음료수 같은 일상 소품으로 옮겨 즐기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지극히 일본스러운’ 음료들이 부럽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캐릭터와 콜라보를 하는 음료수는 많이 있지만 아직 이벤트성에 그칠 뿐. 음료도 캐릭터도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서 더욱 두 가지의 덕질을 멈춰 선 안 되겠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캐릭터가 음료로, 반대로 오래 사랑받는 음료가 캐릭터로. 경계를 허무는 멋진 일들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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