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스토어, 소비의 맛 #도쿄 코카콜라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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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운 것은 8할이 콜라다”

이 말을 꼭 해보고 싶었다. 그렇다. 나는 한 모금의 콜라 덕분에 성장해왔다. 다른 친구들이 학습지를 살 때 나는 그 돈으로 콜라를 샀고, 엄마에게 커서 뭐가 될 거냐고 혼이 났다. 그 날의 트라우마로 나는 직업적으로 콜라(를 비롯한 음료)를 마시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갑작스러운 일본행이 결정되었다. 가족들은 쫓기듯 어딜 가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콜라다. 코카콜라 피치는 일본에만 있으니까! 우리는 인피니티 스톤을 찾는 타노스의 심정으로 도쿄에 도착했다. 그리고 코카콜라의 던전을 만나게 되었다.


여기가 아시아 유일의
코카콜라 스토어입니까?

(내 마음의 등대. 코카콜라 스토어)

지난 포스트 <심장이 뛰면 건담을 마셔야 해> 에서 우리가 오다이바 시티의 실물 크기 유니콘 건담에 눈이 팔렸다면, 코카콜라 스토어에서는 영혼을 빼앗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곳은 아시아 유일의 ‘코카콜라 스토어’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을 갖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코카콜라 스토어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길치에 수줍음. 거기에 일본어 능력 제로라는 옵션을 가진 국제미아 지망생이 믿을 거라고는 동료를 따라 졸졸졸 인파를 따라 쫄쫄쫄 걷는 것 밖에 없었다.

한참을 걸었을까?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뀔 무렵 오다이바 아쿠아시티 3층에 선명하고 고운 붉은빛이 보였다. “아 여기가!” 나는 말문을 잃었다.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코카콜라가 여기 있네

(우리집에 없는 게 여기 다 있다. 이건 사야 해)

코카콜라 스토어는 ‘아시아 유일’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작은 공간이었다. 그래서 정말 다행이었다. 조금만 더 컸으면 심장에 무리가 갈 것 같으니까.

맙소사. 이곳은 코카콜라 수건부터 시계, 숟가락, 스포츠웨어, 옷, 모자, 장난감, 노트, 라디오 등등 없는 게 없었다. 한정판 병따개나 컵 정도를 기대하고 나온 나에게 이곳은 충격 그 자체였다. 어떤 직원도 뭐라 하지 않지만, 나는 ‘만지면 사야 한다’를 본능적으로 느꼈다. 만진 순간 마음에 들어 놓지 못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욜로도 소확행도 틀렸어
코카콜라만이 행복인 것 같아

(점원들도 코카콜라 옷을 입있다. 저건 사야 해)

이 작은 공간은 오픈하기가 무섭게 관광객들이 많이 모였다. 그중 “아 조금 비싸다”라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나는 동의할 수 없다. 비싼 것이 아니다. 나의 지갑이 얇은 것일 뿐.

돈은 한정적인데, 사고 싶은 것은 너무 많았다. 결국 자린고비 느낌의 소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 코카콜라 옷 두 벌에 모자로 시작해서 스티커, 코카콜라 립밤, 코카콜라병을 담을 수 있는 철제 보관함 정도랄까?

삐빅! 가격은 이미 지갑의 엔화를 돌파한 지 오래다. 나는 동료를 잃은 선장의 마음이 되었다. 이 중에 무언가를 버려야 한다니… 나는 왜 환전을 조금만 해온 것인가! 위기 속에 발견한 카드가 아니었다면 큰 좌절을 느낄 뻔했다. 두 손 가득한 코카콜라 굿즈. 헤헷 이것이 바로 탕진잼… 아니 소비의 맛인가?


코카콜라 마시고
추억하는 방법

마시기만 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마시지 않아도 행복한 음료가 있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 잡은 코카콜라가 그랬다. 단지 로고가 박혀있을 뿐인데 그걸 즐거워하고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코카콜라가 음료를 넘어 하나의 문화를 만들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아나바다 운동으로 20년 동안 단련되었던 나의 삶이 조금 더 열린 느낌. 절약하는 생활은 생존을 위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때로는 원하는 것을 한껏 모으는 즐거움도 필요한 듯하다. 비록 낯선 땅에서 빈털터리가 되었지만. 아직 오후와 내일 일정이 남았지만… 나는 살아남을 것이다.

아직 라스베가스의 코카콜라 스토어를 못 가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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