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더 인기인 국내음료수 5 #한류의 마지막 단추, 그것은 음료다

“나의 첫 해외여행은 침대처럼 편안했다.”

말 그대로 수학여행 전날 다리를 다친 덕분에 온종일 호텔에서 텔레비전을 보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언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미 한국에서 닳고 닳도록 본 대장금이었으니까. 나는 대장금을 정주행 하며 생각했다. 한류라고 불리는 이것이 조금 더 커진다면 해외에서도 한국어로 소통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물론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한류는 여전하다. 도쿄에서 한국 아이돌의 음악을 듣는 것은 기본, 몇 해 전에는 군사적 대치중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군인이 한 자리에서 강남스타일 춤을 추다 잡혀간 적이 있다. 우린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한류에게는 한 가지 단추가 남았다. 바로 음료다. 세계 각지에서 한국의 음료가 인기를 얻는다면 지구 한글패치의 꿈도 멀지 않았다. 음료는 일상에서 가장 자주 접하는 문화니까. 오늘은 세계 곳곳에 뿌리를 내리는 한국 음료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다.


입소문과 인증대란
중국의 바나나맛 우유

한국에 방문한 중국 관광객이 가장 많이 사는 물품. 그것은 바로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다. 중국인의 한국 여행이란 바나나맛 우유의 손바닥 안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인데. 그만큼 한국의 주요 관광지들에는 바나나맛 우유 프로모션이 잘 되어 있다. 중국 관광객 사이에서는 ‘한국에 가면 꼭 마셔야 할 음료’라고. 물론 맞는 말이지.

관광객을 통해 ‘한국의 1등 바나나맛 우유’라는 이미지를 심은 녀석은 바다를 건너 중국에 직접 진출했다. 2011년에 약 7억원이었던 매출이 2016년에는 150억을 기록할 만큼 바나나맛 우유의 인기는 대단했다. 동시에 디자인과 맛을 따라한 카피 바나나 우유의 등장으로 골머리를 앓았다고.

그래서 항아리로 돌아왔다. 기존 네모난 멸균팩으로 판매하던 바나나맛 우유를 기존 항아리 모양을 바꿨더니 구매자들 사이에서 인증대란이 펼쳐졌다고 한다. 역시 바나나맛 우유는 뚱바지.


나만 모르는 한류 음료
미국의 알로에 베라킹

바나나맛 우유는 한국에서도 알아주니까 인정. 하지만 여기 우리는 모르는데 해외에서 날아다니는 한국음료가 있다. OKF의 ‘알로에 베라킹’이다. 회사 이름부터 한국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은 토익 신발 사이즈를 자랑하는 나도 알 수 있다. 풀네임을 살펴보니 ‘Overseas Korean Food’라고. 그렇다. 내가 영어가 짧아서 생긴 오해다. 대놓고 한국이네.

국내에서는 이름을 들어볼까 말까 한 이 중견기업은 전 세계 알로에 음료시장의 76%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무려 2,600억원. 북미에서 인기가 있지만 사실 러시아, 체코, 이란 등 여러 나라에서 국민음료가 되어가고 있다고.

원래 화장품 원료로 사용되던 알로에를 마실 생각을 한 곳이 한국이라고. OKF의 인터뷰에 따르면 음료에서 알갱이가 가라앉지 않는 것을 찾다 보니 나온 것이 알로에였다고. 결국 마시는 알로에를 선점하고 효능을 알리기 위해 일찍 발로 뛴 것이 건강음료 트렌드를 맞아 빛을 봤다.

한때는 한국음료인지 모르고 알로에 베라킹을 해외직구 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이제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낯설고 뿌듯한 녀석이다.


카라와 함께 뜨고 진
일본의 마시는 홍초

맥심 하면 안성기, 초록매실 하면 조성모가 떠오르듯 연예인과 음료수가 잘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마시는 홍초가 그렇다. 2011년 일본에 진출하며 홍보모델로 걸그룹 ‘카라(KARA)’를 선택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한국에서나 원걸, 소시에 밀려 3인자 그룹이라고 하지만 일본에서는 카라 세상이었으니까.

추억은 뒤로하고 마시는 홍초를 분석하자.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마시는 식초가 나온 곳이다. 하지만 그 재료가 현미 같은 곡물이라 인기 역시 빨리 사그라든 편. 하지만 한국의 마시는 식초에는 석류나 블루베리가 들어가 ‘마시기에 좋았다더라’가 현지의 평가다.

결국 마시는 홍초는 2011년에 일본에서 500억원치를 판매하고 만다. 2010년에는 14억원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성과가 났을까? 답은 카라다. 카라가 하반기 모델(7월~12월)을 한동안에만 470억이 팔렸다고 한다. 마시는 홍초를 만든 청정원은 2012년에는 1,000억원을 판매하겠다고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 그러나 그 포부가 연말에 표지를 장식하는 일은 없었다. 2011년에 카라의 인지도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마시는 홍초는 이어지는 해에 거짓말처럼 경기불황에 참패를 맞이했다. 결국 국내에서도 커피시장에 트렌드를 내주고, 카라 역시 추억 속에 그녀들로 남게 되었다(ㅠ)


현지화의 달인
러시아의 밀키스

러시아의 한류 스타는 다름 아닌 밀키스다. 1990년대 한국에서 밀키스냐 암바샤냐 논쟁이 있었을 때부터 일찍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문을 두드렸다. 그동안 약 4억 캔이 넘게 팔렸다고 하니 이쯤 되면 한국보다 러시아에서 더 잘 나간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실제로 러시아판 밀키스는 특별하다. 한국의 밀키스가 우유와 탄산의 조합에서 그쳤다면, 러시아는 2003년부터 딸기와 오렌지 등 러시아인들이 좋아할 만한 과일맛을 추가했다. 이것이 인기를 끌어서인지 망고, 멜론, 복숭아, 파인애플까지 10종류가 넘는 밀키스 맛이 생겨났다.

밀키스가 인기를 끌자 다음에는 캔커피 ‘레쓰비’가 들어왔다. 러시아는 ‘자고로 커피는 따뜻하게 마셔야지’라는 생각을 가진 캔커피의 무덤 같은 곳이다. 레쓰비 역시 나란히 옆에 누울 뻔했지만 비장의 무기를 가져왔다. 한국의 온장고다. 2010년부터 한국의 온장고를 점포에 도입한 레쓰비는 러시아 캔커피 시장의 80%를 차지한다. 역시 캔커피는 따뜻하게 마셔야 제 맛이지.


희로애락을 함께
캄보디아의 박카스

한국에서 음료수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중국, 미국 그리고 캄보디아다. 바로 캄보디아의 국민 음료수로 등극한 ‘박카스’때문이다. 2009년에 처음 처음 캄보디아 땅을 밟은 박카스는 2011년에 52억원, 2012년에 172억원을 기록하더니 지난해 653억원 어치를 판매하고 말았다. 그동안 약 2억 캔 정도를 팔았다고 한다.

수출용 박카스는 한국의 박카스와는 다르다. 일반적인 에너지 드링크의 모습이 캔인 것을 감안해 병이 아니라 캔으로 만들어 친숙하지만 홍삼과 로열젤리 성분을 넣어 특별함을 만들었다고 한다. 덕분에 현지에서 박카스는 비싼 편인데도 세대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랑을 받는다고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캄보디아 국민의 감성을 건들었다는 것이다. 함께 고생하고 성장을 일궈내자던 한국의 70~80년대의 정서가 캄보디아의 현재와 닮아있기 때문이다. 지치고 고된 회사생활을 위로하는 피로회복제, “박카스 마시고 힘내자”라는 따뜻한 메시지가 캄보디아를 울렸다.


음료수의 해외진출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냐고?

누군가는 말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이 또는 엑소가 아니 더 나아가 바나나맛 우유 하나가 외국에서 팔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글쎄… 내가 태극소년도 아니고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지금 마시는 음료와 바다 건너 외국의 어딘가에서 마시는 음료가 똑같다는 경험, 그리고 그것을 공유하는 연대감 같은 게 아닐까?

음료수의 해외진출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음료수는 일상에서 의식하지 않고 마시기에 선택이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문화의 장벽을 넘어 친숙하게 다가가는 한국 음료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지구 한글 패치의 꿈이, 그리고 위대한 한국의 음료 리뷰어 마시즘의 세계진출(?)이 그대들의 캔 뚜껑에 달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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