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르트 좀 마셔본 남자 거꾸로 얼려먹는 야쿠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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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르트 아줌마를 쫓아가는 여정은 포켓몬GO보다 고되다. 야쿠르트 아줌마의 첨단 전동카트를 쫓아가기에 내 낡고 얇은 다리는 너무 구시대적이니까. 하지만 야쿠르트 아줌마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음료수가 있기에 오늘도 야쿠르트 아줌마를 찾아 헤맨다.

하지만 걱정이 없어졌다. 내 주변의 야쿠르트 아줌마를 찾는 APP이 나왔기 때문이다(앱스토어나 플레이스토어에 ‘하이프레시’를 검색해보자). 스마트폰으로 내 주변에 있는 야쿠르트 아줌마를 확인 후 전화를 걸었다. 우리는 근처 횡단보도에서 접선을 약속했다. 약속시간이 되자 미래에서 끌고 온 듯한 카트를 타고 야쿠르트 아줌마가 나타났다. 나는 조용히 속삭였다.

“야쿠르트 아줌마, 야쿠르트 있어요?”

암시장에서 밀거래를 하듯이 우리의 거래는 조용하고 빠르게 이뤄졌다. 나도 산전수전 많은 음료를 마셔봤지만 야쿠르트 아줌마가 더 고수다. 그녀는 ‘야쿠르트’란 말만 듣고도 몇 가지 종류의 야쿠르트를 선보여주고, 그것을 구매하게 만드는 마력을 발휘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게 참 인기가 많은 건데”라며 새로운 야쿠르트를 꺼냈다.

세상에. 첫눈에 이 야쿠르트는 보통 야쿠르트가 아님을 짐작했다. 바로 얼려 먹고, 거꾸로 먹는 신개념 야쿠르트다. 야쿠르트 모양부터 위와 아래가 뒤바뀌어 있다. 어릴 때 야쿠르트 좀 까먹어 본(?) 친구들은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겠지.

“야쿠르트는 거꾸로 마셔야 일류다”

어린 시절 야쿠르트를 마시는 방법은 가지각색이었다. 야쿠르트의 은박 포장을 완전히 벗기고 마시는 깔끔파. 야쿠르트 포장에 손톱이나 이빨로 구멍을 뚫어 마시는 실속파. 마지막으로 야쿠르트 용기 아래를 이빨로 뜯어 마시는 야수파가 있었다.

야쿠르트를 거꾸로 마시는 야수파 형들이 얼마나 멋져 보이던지. 나도 따라 해보려다가 입술을 베었었다. 가만히 있는 뚜껑은 놔두고 야쿠르트를 마시는 아들을 보며 엄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지만 어머니. 20년을 내다보고 한 행동이었다는 것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힌다.

세상의 모든 혁신은 미친 취급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이 미친 짓은 새로운 규격이 된다. 서론이 굉장히 장황했다. 그렇다. 위아래가 뒤바뀐 야쿠르트가 탄생한 것이다.

“야쿠르트 샤베트, 살살 녹는다”

여름이면 야쿠르트를 얼려 먹기도 했다. 우유, 콜라, 주스, 엄마 아빠가 마시던 커피까지 얼려봤지만 얼려 먹는 것 중에 야쿠르트를 따라갈 음료가 없다. 야쿠르트를 냉동실에 넣어두면 몇 시간 뒤 훌륭한 샤베트가 된다.

살얼음 진 야쿠르트를 숟가락으로 긁어먹으면, 아삭한 차가움과 함께 새콤달콤한 야쿠르트의 맛이 입 안에 퍼졌다. 완전히 얼어 있는 야쿠르트를 먹을 때의 촉감도 좋지만, 확실히 살짝 녹았을 때가 맛있다.

얼려먹는 야쿠르트는 얼리는 방법도 맛도 동일하지만 달라진 것이 있다. 바로 뒤집어진 용기다. 일반 야쿠르트 용기는 입구가 좁아서 얼려 먹을 때 플라스틱 용기를 벗기며 먹어야 했다. 하지만 위아래가 뒤집어진 야쿠르트는 그럴 수고를 덜었을뿐더러, 큼지막한 숟가락을 사용할 수 있다.

“감질나던 65ml는 빠이 안녕”

야쿠르트는 정말이지 멋진 음료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단신이라는 것. 그렇다 65ml밖에 안 되는 용량은 입만 댓을 뿐인데 야쿠르트가 사라져 버리는 현상을 낳았다. 아쉬움에 입을 쩝쩝 거리지만, 대대로 내려온 야쿠르트의 용량 규격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

최근에는 이 규칙이 깨지고 용량이 다양한 야쿠르트가 나오고 있다. 얼려먹는 야쿠르트는 일반 야쿠르트의 2배가량인 110ml의 용량을 자랑한다. 아쉽지도 과하지도 않은 편. 이 조차 아쉽다면 편의점에서 300ml 전후의 대용량 야쿠르트를 마셔야 한다. 하지만 원 샷을 했다가는 대학교 신입생 모임 벌칙처럼 느껴질 수 있다. 물론 안 해봐서 모르지만.

“숟가락이든 빨대든 거칠게 마셔주겠어”

간식으로 마셔도 좋고, 식사 후 디저트로도 좋다. 위로도 마셔도 되고, 아래로 마셔도 된다. 빨대로 마셔도 좋고, 숟가락으로 파먹어도 맛있다. 야쿠르트는 마시는 방법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음료수이다. 오늘은 어떻게 야쿠르트를 마셔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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