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진출한 음료수 #마실 것의 종착지 그곳은 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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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운동장은 거의 NASA였다. 나란히 줄 서 있는 물로켓은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하늘로 올랐다. 녀석들은 이번 발사만 성공한다면, 중학생이 될 때쯤은 달에 도착할 거라 믿는 눈치였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사이다를 마시고 있었다. 깜빡하고 물로켓을 안 만들어서 페트병이 필요했거든.

1969년 7월 21일. 우주의 상황도 비슷했다. 닐 암스트롱, 마이클 콜린스, 버즈 올드린은 누가 먼저 달을 밟느냐로 신경전을 펼쳤다. 아시다시피 첫 발자국은 암스트롱의 차지였다. 그가 “이것은 한 명의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같은 명대사를 생각할 때, 착륙선에 남은 버즈 올드린은 지구에서 챙겨 온 와인을 마셨다.

덕분에 버즈 올드린은 우주에서 최초로 술을 마신 음주인이 되었다. 동시에 우주 최초의 음주운전을 했는데, 경찰이 우주에 진출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닐 암스트롱은 아차 했을 것이다. 발자국보다 중요한 것은 축배를 들 음료였는데!


무중력의 우주에서
음료를 마시즘

우주에서 음료를 마시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단지 지구에서 캔이나 병을 슬쩍 챙겨 오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주는 무중력이니까. 중력은 몸무게를 말할 때는 나쁜 녀석이지만, 음료를 마실 때는 꼭 필요하다. 중력이 없다면 빨대도, 컵도 무용지물이다. 그저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 물방울을 먹을 수밖에.

그래서인지 우주는 음료에게 큰 도전이었다. 우주비행사들은 음료를 원하지만, 아직 제대로 우주에서 마셔지는 음료는 없기 때문이다. 지난 시간에 바다를 건너는 음료 이야기를 건넨 마시즘. 오늘은 우주다.


콜라와 펩시의
우주전쟁

음료계의 손오공과 베지터. 코카콜라와 펩시가 겨루기에 지구는 너무 작은 땅이었다. 이것저것 싸우던 두 음료는 ‘누가 먼저 우주에 가느냐’로 신경전을 벌인 적이 있다. 코카콜라는 우주에서 마실 수 있는 콜라캔을 개발하기 위해 25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외쳤고, 펩시는 이미 오래전부터 NASA와 우주를 이야기했다 맞받아쳤다.

1985년 챌린저 호가 지구를 대표하는 탄산음료를 싣고 우주로 향한다. 누구 하나 양보할 수 없는 경쟁. NASA는 결국 코카콜라와 펩시 두 음료를 모두 태웠다. 이렇게 된 이상 우주에서 승부다!


콜라의 우주전쟁. 그것은 승패를 겨룰 수 없을 정도로 박빙이었다. 둘 다 맛이 없어서. 알고 보니 챌린저호에는 냉장기기를 깜빡했다. 덕분에 우주비행사들은 뜨끈한 콜라를 마셨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탄산이었다. 우주에서는 탄산이 액체에 녹아있어서 트림을 할 때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이것을 ‘젖은 트림(wet burp)’라고 부른다. 우엑.

사이좋게 실패한 두 음료는 고향별에 돌아온다. 물론 이후에도 콜라 디스펜서를 우주에 계속 보내는 시도를 진행 중이다. 물론 ‘역시 콜라는 지구에서 마셔야 제 맛’이라는 평이 돌아오지만.


우주정거장에
커피머신 시키신 분

우주에서 마실 수 있는 음료는 사실상 물 밖에 없었다. ISS(국제우주정거장)에서 근무하는 사람에게는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일까. 이탈리아 첫 여성 우주비행사 ‘사만타 크리스토포레티’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간절히 원했다. 고향에서 만든 한 잔의 에스프레소 커피를.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돕는다고 했던가. 2015년 4월 14일, 우주계의 쿠팡맨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커피머신을 우주정거장으로 배달해준다. 이탈리아 커피 제조업체인 라바차와 우주식 전문업체 아르고텍이 합작한 우주용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름도 멋지다. 국제우주정거장 이름을 따서 이스프레소(ISSpresso). 물론 택배비가 1억 3,000만 달러인 게 함정이지만.


일반적으로 우주에서 마시는 음료는 파우치 형태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번 배송에는 특별한 아이템이 있었다. 바로 ‘무중력 컵’이다. 표면장력을 이용한 이 컵은 작은 흡입에도 액체가 입으로 미끄러져 간다.

한 잔의 커피를 원했던 크리스토포레티. 그녀는 ‘우주에서 컵으로 커피를 마신 최초의 인간’이 되었다. 지구를 배경 삼아 마시는 에스프레소 한 잔의 여유. 그녀는 커피를 즐긴 후 말했다. “음~ 커피, 최고의 유기 액체”


힘들고 지칠 때는
우주에서 맥주를

버즈 올드린의 음주 이후 NASA에서는 우주 내의 음주행위를 엄격히 금지했다. 작은 음주라도 우주에서는 어마무시한 사건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주비행사들은 꾸준히 맥주 정도는 괜찮지 않으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맥주가 물이지, 술이냐?”


이러한 요구가 곧 통과될 거라 믿는 이들이 있다. 호주의 ‘보스톡’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우주에서 마실 수 있는 맥주를 만들고 있다. 무중력 컵과 마찬가지로 표면장력을 이용해 맥주를 흘려보내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11월에 인공 무중력 체험에서 시연을 한 그들은 자신 있게 말한다. 2019년이면 우주에서 병맥을 할 수 있다고.

지구에서 우주로, 못 나르는 것 없는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버드와이저’와 손을 잡았다. 버드와이저 제조사 안호이저는 맥주를 만드는 보리 씨앗을 우주정거장으로 보냈다. 더 나아가 화성에 세울 식민지에 맥주를 생산지를 만들 예정이다. 역시 사람 가는데 맥주가 빠질 수 없다.

스페이스X를 계획한 ‘엘론 머스크’는 2025년이 되면 화성에 인간이 살 것이라고 한다. 기회가 된다면 안호이저도 외칠 것이다. 화성인은 버드와이저를 마실 것이라고. 조만간 편의점에서 세계맥주가 아닌 우주맥주를 만날 수 있는 것일까?


음료의 미래
무한한 공간 저 넘어로

그동안 음료의 우주진출은 마케팅 측면이 강했다. 스페이스X의 어마어마한 택배비, 우주에서 보리농사를 지어야 하는 설움, 그리고 개발비 등을 모두 마케팅 비용에서 충당할 수 있었다고. 그 사이 ‘최초’ 그리고 ‘우주’라는 단어가 주는 인상을 어떤 음료가 가지느냐의 대결이었다.

하지만 음료의 우주진출은 단순 보여주기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물만 마시기에는 부족하다. 보다 다양한 행동을 하고, 그때를 기념할 다양한 음료를 원한다. 우주가 미지의 공간이 아닌 생활의 영역이 되는 순간. 그때는 아마 우주에서 ‘마실 수 있는’ 무언가가 만들어진 때가 아닐까?

  • 타이틀 이미지 : carls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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