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요정이 되고 싶어요 #CU_벡셀 에너지 드링크 지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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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가 없는 밤거리를 혼자 걷는다. 술 한 잔을 걸치고 귀가하는 것도, 달밤체조를 하는 것도 아니다. 그가 향한 곳은 바로 편의점. 새로 나온 음료수 코너다. 집에 돌아오자 강아지가 우렁차게 짖는다. 강아지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쟤는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신상털이 마시즘이다.


주말이 납치되었다
마감을 끝내야 하는데

기이한 일이다. 분명 금요일 밤에 눈을 감은 것까지는 기억이 선명한데 토요일과 일요일이 사라졌다. 스마트폰은 지금이 월요일 새벽임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주말은 어디로 사라진 거지? 경찰에 신고를 하려는 찰나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아, 아침까지 원고를 써야 하는데.

비록 글을 쓸 수 있는 주말을 납치당했지만 나는 당황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때부터 방학숙제도 개학 이후에 시작했었거든. 시간은 새벽 4시가 되어간다. 때마침 인간이 가장 마감을 하기 좋은 시간이 아닌가?(아니다)

내가 자신만만한 이유. 그것은 바로 나만의 마감 방법과 음료수 때문이다. 이것만 갖춘다면 누구라도 마감요정(?)이 될 수 있다고.


새벽 4시
준비운동을 시작한다

(건전지 사러 갔다가… 음료수만 사왔다지)

글을 쓰는 것은 마른오징어에서 물을 쥐어짜는 것과 같다. 힘들고 귀찮다. 때문에 내 몸의 세포들은 글쓰기를 거부한다. 이럴 때는 ‘루틴’이 필요하다. 야구선수가 타석에 서서 괜히 뜸을 들이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돌리라는 방망이는 놔두고 괜히 장갑도 만지고, 헬멧도 만지고, 보호대도 만지는 중간광고 같은 그 시간. 그것이 루틴이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세포에게 경고하는 것이다. “자 일 할 시간이다!”

나 역시 비밀스러운 루틴이 있다. 바로 집안일이다. 처음에는 책상 정리로 시작되었던 것이 이제는 방청소, 설거지, 분리수거까지 해야 만족스럽게 노트북 앞에 앉을 수 있다. 오늘 같은 경우는 미뤄두었던 도어락 건전지를 교체하는 날이었다. 아! 그래서 편의점에 갔었구나.

그렇다. 내가 사 온 것은 건전지가 아니라 건전지를 닮은 음료수다. CU편의점에서 산 ‘벡셀 에너지 드링크’ 모양이 건전지라서 깔깔대며 샀다. 한 캔에 1,200원인데 2+1 행사를 하기에 와르르 샀다. 비닐이 무거워서였을까? 건전지를 산다는 것은 깜빡했네. 헤헷.

덕분에 강제로 감금이 되었다. 한 번만 더 나갔다가는 다시 못 들어올지 몰라.


새벽 5시
기분을 전환한다

(박명수에서 건전지로, 사실 똑같은 음료다)

결국 나는 스스로를 집에 가두었다. 이제 취조문 같은 음료 리뷰를 토해낼 시간이다. 하지만 집안일의 실패로 글을 쓸 기분이 나지 않는다. 이럴 때는 기분을 전환해주는 것도 좋다. 신나는 음악을 노동요 삼아 흐르는 비트에 맞춰 타자를 놀려주겠다.

나의 방은 이미 상상 클럽이 되었다. 생각해 보니까 ‘벡셀 에너지 드링크’의 정체는 ‘지 파크(G Park)’라는 에너지 드링크였다. 박명수가 그려졌던 에너지 드링크. 아니 박명수가 그려졌으나 손이 가지 않았던 에너지 드링크였다. 나야 클럽 갈 일이 없었으니까.

전에는 박명수, 이번에는 건전지의 껍데기를 빌어 음료수를 만들다니. 거의 음료계의 기생수가 아닌가? 하지만 나는 확실하게 넘어갔다. 어렸을 때부터 건전지를 꼭 마셔보고 싶었거든.


새벽 5시 30분
치트키 벡셀을 마시다

(맛과는 별개로 터미네이터가 된 기분이다)

집안일에 1시간, 노동요 감상이 30분을 소모했다. 하지만 나는 전혀 조급하지 않다. 원래 큰 힘을 모으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법이라지. 나는 드디어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하암’ 이게 무슨 소리지. 글을 쓰기 위해 기를 모았으나, 나의 체력은 이를 견디지 못했다. 결국 이 건전지 아니 벡셀을 마실 수밖에.

개인적으로 에너지 드링크의 인공적인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녀석은 생각보다 맛있다. 열대과일의 상큼함이 느껴진다. 초밥뷔페에서 마지막 입가심으로 먹었다가 눈을 질끈 감아버린 패션후르츠의 분위기가 난다. 크랜베리, 레몬, 홍차를 섞은 걸로 이런 맛이 나다니.

글자 조차 읽기를 거부했던 몸이 글을 뽑아내고 있다. 에너지 드링크의 카페인과 당분의 힘이겠지. 이 성분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몸의 각성을 돕는다. 여기에 타우린, 비타민 같은 체력 회복을 도와주는 녀석들이 떨어진 체력을 힐링해준다. 과연 마감의 치트키 같은 음료, 드디어 원고는 마지막 스퍼트를 달린다.


새벽 6시
에너지 드링크가 내게 남긴 것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다. 오늘 무사히 일상이 시작되는 것에는 전 세계 마감 노동자들이 밤을 지새운 덕분이겠지. 에너지 드링크는 분명 우리의 마감을 지켜주는 고마운 음료가 아닐까?

하지만 에너지 드링크의 힘에 기대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당분 함량이 많아 하루에 마실 음료의 수를 줄여야 한다(마시즘은 적정 당분량을 맞춰서 마십니다). 무엇보다 신체가 스스로 회복할 시간을 깡그리 무시하기 때문이다. 방심한 사이 우리 몸은 급속도로 피곤해질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에너지 드링크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오늘도 나는 졸음과의 전쟁ㅇㅡㄹ 이 겼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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