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봉을 마시는 가장 완벽한 방법 장인의 혼이 담긴 포도 봉봉 마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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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봉봉맥주에 대한 글을 쓰고 나서 나는 완전히 패닉에 빠져있었다. 포도봉봉을 마셔봤다면 모두 한 번쯤은 겪었을 일이다. 그렇다. 알갱이가 캔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잔류한다. 보통사람에게는 별 것 아닌 일로 느껴질 수 있겠다. 하지만 음료수를 마시는 삶을 실천하는 마시스트에게는 이보다 굴욕적인 일이 없을 것이다.

음료수를 마신 흔적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아름다운 사람은 떠난 자리도 아름다운 법이다. 제아무리 깨끗이 마시기 힘든 코코팜, 포도봉봉, 쌕쌕오렌지라 할지라도 우리는 음료수 속 한 방울의 알갱이까지 모두 털어 먹어야 한다. 그것이 훌륭한 어른이자 회계사, 세무사, 변호사, 은행털이범과 정치인이 될 수 있는 기본 자질이기 때문이다.

오늘 마시즘에서는 포도봉봉의 알갱이를 먹을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1 단계 : 흔들어 마시기

  • 장점 : 간편하다.
  • 단점 : 하나마나다.

흔들어 마시기는 가장 널리 알려진 방법이다. 포도봉봉 캔을 흔들어 벽면에 붙어 있는 알갱이를 음료 위로 떨어뜨린 후 마신다. 제조사에서도 ‘개봉 전에 흔들어 드세요’라는 안내를 하지 않던가.

하지만 우리가 포도봉봉을 흔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는 이미 개봉을 한 후다. 자칫 세게 흔들었다가 음료가 넘쳐 손에 묻을 염려가 있다. 그렇다고 살살 흔들기에는 쓸모없는 저항으로 끝날 확률이 크다.

2 단계 : 바닥에 탁탁 두드리기

  • 장점 : 만족스럽게 알갱이를 턴다.
  • 단점 : 층간소음으로 이웃에게 털릴 수 있다.

바닥에 두드리기는 흔들기보다 확실하게 알갱이들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는 방법이다. 나는 이 방법을 ‘포도봉봉의 심판’이라고 부르는데 판사봉을 내려치듯 포도봉봉을 바닥에 두드리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음이 심하다는 것이다. 층간소음을 내면 안 그래도 성난 이웃이 나에게 심판을 내릴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심판은 제법 매울 것 같다. 때와 장소를 가려서 바닥에 두드리자.

3 단계 : 빨대로 휘저어 알갱이 건지기

  • 장점 : 세밀한 컨트롤이 가능하다.
  • 단점 :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조금 더 발전된 방법을 알아보자.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다. 집에 있는 빨대나 젓가락을 이용해서 벽에 붙은 포도봉봉의 알갱이를 떼어낼 수 있다. 조용하고, 세밀하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빨대와 젓가락이 닿지 않은 캔의 상단 벽에 포도봉봉이 붙어있다면 이 또한 무용지물이다. 그럴 일이 어디 있냐고? 포도 봉봉의 세계에서는 흔한 일이다. 포도봉봉 알갱이의 접착력을 무시하지 말자.

4 단계 : 물을 부어 알갱이 띄우기

  • 장점 : 사각지대 없이 알갱이를 띄운다.
  • 단점 : 알갱이는 얻었지만 음료를 잃었다.

그동안은 포도봉봉 캔의 벽면에 붙은 알갱이를 떼어내는 데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발상의 전환이다. 캔의 비어있는 면에 물을 부어 알갱이들을 모두 수면 위로 띄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굳이 이 방법을 ‘노아의 방주’라고 이름 붙였다.

하지만 문제는 알갱이는 얻었지만 정작 마시는 포도봉봉에서 물 맛이 난다. 나는 무엇 때문에 이런 참사를 일으킨 걸까. 전지전능한 관점에서 반성을 해본다. 미안해 노아.

5 단계 : 혀로… 흡…ㅎ

  • 장점 : 성공하면 묘한 쾌감을 얻을 수 있다.
  • 단점 : 실패하면 혀에 피맛이 날 수 있다.

포도봉봉은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음료수다. 혀를 캔 안에 삽입하는 것은 이성을 잃은 마시스트가 할 수 있는 충동적인 행동 중 하나다. 하지만 숙련된 혀가 아니라면 권장하지 않는다. 미관상 좋아 보이지 않을뿐더러, 실패를 했을 때는 혀에 피가 날 수 있다. 혀를 함부로 놀리지 마라.

6 단계 : 통조림 따개로 캔을 분해한다

  • 장점 : 모든 알갱이를 남김없이 먹을 수 있다.
  • 단점 : 음료수보다 통조림 따개가 더 비싸다.

심화단계에 돌입했다. 우리는 이 건방진 음료수에게 과학기술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바로 통조림 따개를 이용해서 캔의 뚜껑을 날려버리는 것이다.

통조림 따개를 이용해 뚜껑을 날려버렸다. 포도봉봉의 숨겨진 내부가 모두 보인다. 취향에 맞춰 컵에 마시거나, 숟가락으로 알갱이를 건져 먹을 수 있다. 후후. 쇳가루 맛이 나는 것은 내 착각이겠지.

7 단계 : 개미와 나눔을 실천하기

  • 장점 : 개미와 상생할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
  • 단점 : 집에 개미가 고이면 마음이 불편하다.

이렇게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포도봉봉에 알갱이가 남아있다면 포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내가 알갱이를 못 건져서 그만 먹는 것이 아니다. 이토록 맛있는 포도봉봉을 개미와 나눠 먹는 것도 행복한 삶을 실천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포도봉봉의 낙수효과. 정치인들이 못해낸 그것을 우리가 해냈다.

그렇게 집은 개미굴이 되어간다.

전문가 답변 : 입구 아래쪽 캔을 누르세요

  • 장점 : 이렇게 간단할수가.
  • 단점 : 내가 그동안 뭐했나 싶다.

모든 것을 포기할 찰나, 유체역학 전문가의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포도봉봉의 입구 아래쪽을 찌그러 뜨리면 된다는 것이다. 입구 앞에 계곡을 만들어 입으로 흘러가는 음료에 난류(turbulent flow)로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알갱이들은 거친 물살에 벽에 붙을 생각을 못하고 입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사람이란 자고로 이과를 나와야 하는 것이구나.

남은 한 알까지 탈탈 털어 마시자

한 알의 포도봉봉 알갱이를 먹기 위해, 얼마나 많은 포도봉봉이 희생되었던가. 실험을 마치니 숙연해진다. 주변의 많은 사람이 포도봉봉 마시기의 어려움을 토로했고, 자신만의 방법을 모아주었다. 더 이상 포도봉봉을 대할 때 알짜인 알갱이는 마시지 못하고 음료만 마시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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