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일리톨워터, 씹지말고 마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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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가득한 병실을 가로지른다. 간호사와 말하지도, 의사와 눈을 마주치지도 않는다. 그가 생각하는 것은 오직 하나. 치과 진료를 끝내고 마실 새로운 음료수뿐이다. 입을 벌리고 받는 일종의 심판. 의사 선생님은 스케일링 기계를 돌리며 중얼거린다. “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나는 대답한다.

“우아아 아아아아 아아아아(나는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신상털이 마시즘이다)”


세상에서 제일 
맛없는 물이 여기 있네

(물을 남겼더니 넘치게 따라주는 메디컬 인심이란)

사람이 살면서 나쁜 짓만 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아니다. 죄만큼 흉악한 것이 치아를 소홀히 하는 것이다. 죄를 지으면 경찰서, 법원, 교도소를 전전해야 한다. 하지만 치과는 즉결처분이다. ‘치이잉’ 이와 잇몸을 샅샅이 긁어내는 형벌에 “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했길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또륵. 참회의 눈물도 흘렸다.

“환자가 엄살이 많으시네요” 의사 선생님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진료를 마친다. 갱생에 성공한 것이다. 간호사님은 나에게 준비된 물을 마시라고 한다. 치과진료 후에 마시는 물. 이것은 진짜 맛없다. 원효대사가 와도 멱살을 잡을 맛이다.


오늘부터는 
정말 양치뿐이야

(보라! 세븐일레븐이 또 해냈다)

치과 밖의 세상. 그곳의 햇살은 너무 아름다웠다. 다시는 죄… 아니 치아를 괴롭히지 말아야지. 당장에 생각이 난 것은 이에 좋은 가글과 자일리톨 껌을 사는 것이었다.

가까이 세븐일레븐에 들렀다. 또 습관처럼 음료코너에 시선이 갔다. “앗 너는!” 운명처럼 마주친 신상음료. 바로 ‘자작나무로 만든 자일리톨 워터’였다. 잠깐만 이것만 사면 껌을 씹을 필요도 없으니까, 치아에 무리가 없겠는데? 좋아. 오늘은 이 녀석이다.

나는 당장 자일리톨 워터를 포획했다. “얼마죠?” (1,300원입니다) 뭔가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치과 진료비를 생각하면 이 정도야라며 2병을 구매했다. 점장님의 표정이 환해진다. 이거 잘 안팔리는구나…


이거 가글이야?
아니, 음료수인데요

(치아보호 개이득 삼형제다!)

집에 돌아와 잠깐 음료수를 두고 잤을 뿐인데. 가족 중에 누군가 자일리톨 워터를 욕실에 놓았다. 하긴 누구라도 자일리톨로 음료수를 만들 생각을 못했을 테지.

자일리톨… 그것은 문과식으로 설명을 하자면 바퀴벌레 살충약 비슷한 것이다. 자일리톨은 단맛이 난다. 마시즘도 충치균도 좋아하는 단맛. 하지만 충치균이 소화를 못하는 당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먹고 그대로 뱉고, 먹고 그대로 뱉는 과정에서 굶어죽는다.

하지만 너무 믿지 말자. 자일리톨이 100% 함유되었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물론 나 또한 ‘자기 전에 마시고 양치 안 해도 되는 음료’를 기대했는데. 헤헷 아깝다.

하지만 평가는 음료수를 마신 후에 내려야한다. 자일리톨 워터의 뚜껑을 열었다. 생긴 것과 다르게 레모네이드의 향이 나를 맞이해 줬다. 첫 모금을 마셨더니 제법 달달하니 좋다. 문제는 두 모금부터는 감흥이 떨어진다. 뭐라고 하지 자일리톨 껌 맛이 자꾸 생각난다. 포장부터 너무 껌을 연상시켜서 더 그런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하면 나는 또 치과에 끌려가야 할지 모른다. 나는 두 가지 대책을 냈다. 먼저 냉장고에 시원하게 해놓은 다음에 운동을 하고 벌컥벌컥 마시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어차피 페트병으로 된 거 한 모금씩만 가끔 마시는 것이다. 결국 운동을 안 한다는 걸 깨달았기에 근처에 두고 가끔씩 한 모금만 하게 되었다.


오늘 밤 
자일리톨 한 잔 하실래요?

껌스러운(?) 디자인만 제외한다면 자일리톨 워터는 굉장히 진보적인 음료다. 모든 음료회사가 건강한 천연감미료를 찾아 나서고 있는 이때에 제법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에도 자일리톨 성분을 포함한 음료들이 존재한다.

미래의 음료를 미리 경험하고 싶다면 한 번 마셔봐도 좋을 것 같다(근데 아직 시험판). 나도 참 잘 마셨다. 남은 한 병은 잘 보관했다가 치과 선생님에게 드려야지. 치아를 생각하며 음료를 마셔야 한다는 사실을 내게 알려주신 분이니까. 그도 나처럼 환영하며 마실 것이다.

하하 복수다 의사 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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