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마테, 베를리너가 되는 완벽한 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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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를 저리 잘 마시는데, 저거 사실 한국인 아냐?”

수업은 빠져도 단대 축구대회는 빠질 수 없었던 대학 신입생 시절. 예상 밖의 선전에 우리 과는 처음으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한창 고무된 선배들은 특단의 카드를 썼다. 바로 우리 과에 다니는 독일 유학생을 용병으로 투입시키는 것이다. 경기가 시작되자 그는 전차군단 스타일의 돌격 축구를 보여줬다. 상대팀은 놀랐다. 우리도 깜짝 놀랐다. 왜 공을 두고 몸만 가? 그거 아니야.

축구는 아쉬웠다. 하지만 회식자리에서 그는 제 역할을 했다. 뭐랄까. 마치 맥주를 마셔본 적 없는 사람처럼 소주를 아주 잘 마셨다. 외국인들에게 소주는 불친절한 술인데 그에게는 달게 느껴졌다. 카스와 함께 소맥을 제조할 때는 감탄을 했다. 솔직히 말해봐. 너 독일인 아니지?


독일의 소울 드링크 제보합니다

마시즘 게시판에 올라온 제보는 독일 친구를 떠올리게 했다. 독일에 사는 유학생임을 밝힌 그는 ‘클럽 마테(Club-Mate)’에 대한 리뷰를 부탁했다. 독일 사람들의 소울 드링크라니. 맥주를 마시며 언제나 마음속 고향이 독일이 되었던 내가 지나칠 수 없는 노릇이다.

클럽 마테를 마시는 내 모습을 상상한다. 옥토버페스트에서 사람들은 “저거 동양인 탈을 쓴 독일인 아니냐?”라고 외친다. 마치 소주를 제대로 마시던 나의 독일 친구처럼.

“Club Mate? 베를린 애들이 많이 마시지”

독일 친구는 클럽 마테에 대해 이렇게 답장을 했다. 베를린에서는 공부할 때도, 일 할 때, 그리고 공원에서 쉴 때도 항상 마시는 음료라고 한다. 특히 클럽에서 많이 마신다는 이야기도 함께 했다. 우와! 생각해보니까 이거 영어만 읽어보니 클럽 메이트잖아(아니다).


잠깐, 맥주 같았는데 차였어?

클럽 마테가 도착했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를 떠올리게 하는 가면 아저씨가 잔을 들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독일 음료는 언제나 중후한 디자인의 맥주병이나 캔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날렵하게 생긴 디자인의 병이라면 어디든 들고 다녀도 괜찮을 것 같았다. 힙스럽다고 해야 할까?

클럽 마테의 뚜껑을 열었다. ‘한낮의 병맥이라니 이거 완전 독일스럽군’이라고 생각은 바로 사라졌다. 음료에서 녹차향이 났다. 나는 당연히 독일 국민음료라길래 맥주인 줄 알았지. 녹차향이라니. 우리 맥덕국 독일이 학교와 직장, 공원에서 녹차를 마신다고? 심지어 클럽에서도?

마치 전국 노래자랑 외국인 편을 보는 듯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그게 나쁜 건 아닌데… 아무튼 이상해.


맥덕형들 언제부터 건강을 챙긴 거야

‘그래도 마셔보자. 알고 보니 녹차맛 나는 맥주 일지 모르잖아’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클럽 마테를 마셔본다. 음 정말 녹차 같았다. 일종의 ‘스파클링 녹차’라고 해야 할까? 정확히 말하면 녹차가 아니고 마테차(Yerba Mate)다. 마테는 남미에서 자라는 차나무의 사촌 같은 녀석이니까.

마테차는 우리에게는 코카콜라에서 나오는 ‘태양의 마테차’정도로만 기억된다. 보통 차보다는 쌉쌀한 맛이 강하다. 포만감이 커서 다이어트 차로 많이 이용된다. 채소가 자라지 않는 남미 고산지대 원주민에게는 ‘신의 음료’로 불렸던 녀석이다. 클럽 마테는 그런 마테차 추출물을 섞은 탄산음료였다.

탄산과 마테차. 처음에는 낯선 조합이었는데 마시면서 정신이 또렷해지는 기분이 든다. 커피와 녹차처럼 마테차에도 당연히 카페인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독일에서는 나름 에너지드링크처럼 사용되는 모양이지만, 레드불을 마시고도 낮잠을 자는 한국인에게는 아주 미량이 든 것처럼 느껴진다.


베를리너가 클럽 마테를 즐기는 방법

독일에서도 학교나 직장에서는 집중을 위해 마신다는 클럽 마테. 하지만 클럽 마테의 진정한 매력은 튜닝에 있다. 클럽 마테는 술과 함께 다양한 변형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보드카 마테(Vodka-Mate)다. 일단 클럽 마테의 뚜껑을 열어 한입을 마시고, 준비된 보드카 한 샷을 넣어 섞어 마시는 것이다.

그냥 마실 때는 깔끔한 맛이었던 클럽 마테가 보드카를 만나니 화려해진다. 맛이 선명해졌다고 해야 하나? 꾸밈이라고는 1도 모르는 녀석이 클럽에 왁스를 바르고 나타난 느낌이 난다. 이 조합이라면 확실히 맛있다. 보드카가 대표적이지만 럼이나 예거마이스터를 섞기도 한다고.


한 나라의 음료를 즐긴다는 것은

세계는 넓고 취향은 다양하다는 것을 음료를 통해 배운다. 확실히 깔끔하고 중독적이긴 하지만 이 음료가 한국에 나타났으면 하늘보리 스파클링 취급을 당했겠지? 이런 음료가 독일에서는 ‘박스채 사서 마시는 음료’라니.

막연하게 생각하던 독일이란 이미지가 클럽 마테 한 병으로 달라졌다. 한 나라의 음료를 즐긴다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를 완벽히 적응했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치 소주를 달고 사는, 옥토버페스트보다 카스가 떠오르는 독일 녀석처럼 말이다. 다음에는 소주 말고 클럽 마테를 같이 마셔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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