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터의 역습, 냉장고를 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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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여름, 다이어트 합숙캠프에서는
밤마다 아이들이 사라졌다”

다이어트 센터를 운영하는 삼촌은 망연자실했다. 그는 아침부터 원장실을 이 잡듯이 뒤졌다. “어제만 해도 여기 있었는데!” 삼촌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은 냉장고. 하지만 냉장고는 텅 비어있었다. 결국 다이어트 센터의 CCTV를 돌려보았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 전체소등과 함께 숙소에 있던 아이들이 사라졌다.


우리의 다이어트는
한여름보다 뜨겁다

방학을 맞아 진행하는 청소년 다이어트 합숙캠프. 이곳은 치킨을 먹는 자와 닭가슴살을 먹는 자의 불편한 동거였다. 멀리서 보면 아이들은 살을 빼러 온 평범한 다이어터다. 하지만 실상은 서로 치킨 프랜차이즈와 메뉴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는 미식 세미나 현장이었다. 심지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닭가슴살을 배신하고 치킨집으로 퇴근한 트레이너가 생길 정도였다.

푸드파이터… 아니 아이들이 수다스러워진 이유는 오직 하나다. 캠프 퇴소일이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삼촌의 안색은 나날이 어두워졌다. 그는 유령처럼 중얼거렸다. “저렇게 땀을 많이 흘리는데… 왜 체중은 그대로인 거지?”

결국 트레이너를 소집했다. 삼촌은 다음과 같은 수배령을 내렸다. 숙소 내에 아이들이 숨겨놓은 과자, 초콜릿… 먹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압수할 것.


살을 뺄 때까지
달콤함은 모두 구속이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들은 충격에 빠졌다. 사물함에도, 침대 밑에도, 베갯속과 이중창 사이에 숨겨놓은 과자가 모두 사라졌다. 몇몇 아이들은 양식을 구하기 위해 다이어트 센터 밖으로 탈출했다. 하지만 이미 매복해있는 트레이너에게 쫓겨 아까운 땀만 더 흘리고 돌아왔다.

점심까지 해맑았던 아이들의 표정이 비장해졌다. “비록 살을 빼러 왔지만, 이대로 순순히 빠질 수 없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깊어졌다. 근육의 성장을 위해 삼촌과 트레이너가 모두 깊은 수면을 취하는 밤. 아이들은 숙소에서 사라졌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오직 하나. 원장실의 냉장고였다.

아이들은 금고… 아니 냉장고를 열었다. 하지만 냉장고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음료수만 나란히 있었을 뿐.


냉장고에는
왜 음료수만 있었을까?

그것은 일종의 솔선수범이었다. 삼촌은 아이들의 간식을 모두 버리며, 자신의 냉장고도 깨끗하게 비웠다. 다만 그 자리에 다이어트에 도움되는 것들을 채우기로 했다. 최근 다이어트 시장에서 가장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카카오닙스다. 요즘 힙하다는 피트니스 센터 및 다이어트 센터에는 물 대신에 ‘카카오닙스차’를 마신다는 소문을 들었다.

설렘주의보에 빠진 삼촌은 후디스의 카카오닙스차를 주문했다. 그것도 다이어트 캠프에 참가하는 아이들과 트레이너의 인원수에 맞춰서 박스째 구매했다. 그는 만족했다. “짜아식들 나의 선물을 보면, 깜짝 놀라서 지방이 타겠지?” 적어도 삼촌의 지갑만큼은 깜짝 놀라 다이어트를 했다.


카카오닙스,
초콜릿은 원래 쓰다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자. 아이들은 정체불명의 음료를 알아내기 위해 두뇌 풀가동을 시작했다. 누군가는 한혜진이 텔레비전에서 마시는 음료라고 말했다. 또 한쪽에서는 카카오나 초콜릿이 같은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러다 원장실 한켠에 카카오닙스 한 봉지가 발견되었다. 음료와 안주 모두 카카오가 된 것이다.

카카오닙스를 개봉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달콤한 향기는 마치 이산가족 상봉 현장처럼 감격스러웠다. 봉지에서 쏟아지는 카카오닙스 알갱이는 분명 엄마보다 그리운 초콜릿이 맞았다. 참지 못한 아이 한 명이 손을 뻗어 카카오닙스를 한주먹 입에 털어 넣었다. “으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쓴맛을 본 아이들이 속출했다.

그렇다. 카카오닙스는 분명 초콜릿을 만드는 원료가 맞다. 하지만 카카오는 원래 단맛이라고는 1도 없는 쓰디쓴 열매다. 남미에서 신의 음식이라고 불릴 정도로 영양가가 많고 대중적인 식품이다. 하지만 유럽인에게 카카오는 너무 썼다. 결국 카카오를 가공한 카카오닙스에 버터와 설탕을 넣어 굳힌 것. 그것이 오늘날의 초콜릿이다.


먹고, 마실수록
의문의 다이어트

카카오닙스는 특유의 쓴맛 때문에 과일과 함께 먹거나 요거트에 투하하여 먹는다. 가장 편한 방법은 차로 만들어 마시는 것이다. 인생의 쓴맛을 느낀 아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카카오닙스차의 뚜껑을 열었다. 역시나 달콤한 초콜릿 향기의 유혹. 다행히도 카카오닙스보다는 덜한 쌉싸름한 맛이 났다. 약간 녹차 같은 기분도 들고.

카카오닙스와 녹차의 쓴맛은 출처가 같다. 카테킨(Catechin)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폴리페놀의 일종인 이 녀석은 우리 몸의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깨끗하게 세차하는 녀석이다. 동시에 피부 노화를 막아주는 쓰지만 고마운 녀석이다. 카카오닙스차에는 녹차의 20배 되는 카테킨을 가지고 있다.

카카오닙스에 들어있는 카테킨이 세차라면 L 카르니틴(L-Carnitine)은 파이어뱃이다. 이 녀석은 지방을 분해하고 태우는 녀석이다. 이를 문과식으로 표현하면 뭐라 해야 하는가. 바로 아이들이 한 모금, 두 모금 마실수록 의문의 다이어트와 회춘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입맛이 없어져요
이거 아니면 입맛이 없어

먹고 마시는 일에 있어서는 만족을 모르는 히딩크 같은 녀석들이 안정을 찾았다. 카카오닙스차 자체가 포만감을 줄뿐더러 입맛을 잃게 만드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입맛은 잃었는데 카카오닙스차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 마치 금연하러 은단을 먹었다가 은단에 중독된 것과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아이들은 남아있는 카카오닙스차를 한 병, 두 병 챙기기 시작했다. 이 모습이 CCTV에 찍히는지 모른 체.


혼란은 있어도 다이어트는 멈출 수 없다

아침이 밝았다. CCTV를 확인한 삼촌은 운동실로 뛰쳐나왔다. 아이들은 하하호호 웃으면서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런 녀석들에게 지난밤의 추궁을 할 수는 없었다. 어차피 아이들을 주려고 했던 것이다. 삼촌은 땀을 흘리며 운동하는 아이들도, 이미 멋진 몸을 가지고도 열심히 관리하는 트레이너도 모두 똑같은 다이어터가 아닐까라고 생각을 했다고 한다. 다이어트는 체중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였다고.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원장실 의자에 앉은 삼촌. 서랍 속에 아직 남아있는 카카오닙스를 발견했다. ‘녀석들 그래도 까치밥은 남겨두는구나’ 삼촌은 뿌듯한 마음에 카카오닙스를 입에 털어 넣었다.

으악. 외마디 비명소리가 다이어트 센터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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