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와인, 강아지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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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가 가득한 애견카페를 가로지른다. 손을 흔들지도, 머리를 만져주지도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하나. 애견카페에 있는 신상 음료뿐이다. 애견음료를 판매한 애견카페 사장님은 미심쩍게 묻는다. “집에 있는 애기 주시게요?” 아니요. 제가 마시려고요.

애견카페 사장님의 흔들리는 눈빛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이 사람은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신상털이. 마시즘이구나.


때로는 반려동물도 술이 마시고 싶다

많은 사람에게 재미있는 음료를 소개했던 마시즘. 하지만 그만큼 원망의 눈빛도 받아왔다. 그게 누구냐고? 바로 고양이와 강아지다. 반려동물을 모시는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 퇴근 후 혼술을 하는데 나를 지켜보는 원망의 눈빛을.

물론 고양이와 강아지는 술을 마시면 안 된다. 알콜을 분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술은 오직 인간이 마셔야 한다. 내가 술을 많이 마시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너희가 위험하기 때문이야! … 라고 생각하는 순간. 강아지 맥주 광고가 지나간다. 나는 이 눈치 없는 음료들을 검증해 보기 위해 애견카페에 갔다.


뮤샹동,
고양이는 연어와인을 좋아해

(뮤샹동은 완벽한 고양이 와인이다, 예쁘고, 도도하고, 비싸다)

강아지 맥주만 보고 갔다가 고양이 와인을 먼저 샀다. 펫와이너리에서 만든 ‘뮤샹동(Mëow & Chandon)’. 이토록 도도하게 생긴 고양이 로제와인이라니. 알콜은 0% 이지만 벌써부터 분위기에 취한다. 이것만 들고 있으면 이제 집사에서 동반자로 신분상승을 노려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마셔보지 않은 술은 남에게 권할 수 없다. 나는 고양이라도 된냥 뮤샹동을 마셔보기로 했다. 뮤샹동의 곱게 포장된 뚜껑을 열자 히끗한 냄새가 난다.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쥐오줌풀’의 향기가 조금 들어있는 듯하다. 역시 분위기 있는 와인은 공기부터 지배하는 법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살짝 기대했다. 혹시 고양이 와인이 인간 와인보다 맛있으면 어쩌지? 고양이는 위대하잖아. 하지만 인간의 혀에 고양이 와인은 그냥 미끄러운 물이었다. 성분을 보니 ‘연어 기름 물’이 적당한 표현일 듯. 단맛 비슷한 것도 찾아볼 수 없었고, 입안에 남는 살짝의 기름기 같은 것만 남아있었다.

사실 고양이는 단맛을 느끼지 못한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고양이가 있다면 그것은 단맛 때문이 아니라 아이스크림에서 지방 맛 때문이다. 뮤샹동에 들어있는 연어 기름은 미끄러울 뿐만 아니라 오메가3도 있지 않은가!…라고 설레면 1패를 맛보기 쉽다. 고양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맛은 언제나 집사의 기대를 무너뜨리는 맛이거든.


스너플,
이거 그냥 맥주 아니야?

(강아지에게 맥주를 주기란 어렵지 않다, 일단 마시고 생각하니까)

고양이 와인에 이어 구매한 것은 강아지 맥주 ‘스너플(Snuffle)’이다. 갈색 유리병부터 시작해 병뚜껑까지 사람들이 마시는 맥주와 너무 비슷하다. 병따개가 없으면 낑낑대며 따야 하는 것까지 똑 닮았다. 심지어 시작부터 벨기에 맥주다. 물론 4캔의 만원은 아니다.

병뚜껑을 열었다. 강아지 맥주의 향기가 후각을 자극한다. 우리가 아는 ‘보리향에 닭고기향’이 추가되어 놀랍게 꾸리한 냄새가 난다. 요즘 사람들은 상큼한 향이 나는 맥주를 선호하지만, 강아지들은 습하고 진한 향을 좋아한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사람 발 냄새 비슷한 향이 강아지들의 샤넬 코코다.

강아지 맥주를 잔에 따랐다. 거품만 있었다면 맥주라고 착각할 정도의 노란 음료가 나왔다. 마셔보니까 ‘요구르트의 시큼한 맛’이 난다. 젖산 때문이다. 이후에는 닭고기와 보리의 단맛이 살짝 느껴지며 끝이 난다. 인간의 혀에 심심했던 고양이 와인과 비교한다면 비글스러운 맛이 난다. 난리 나.

맥주는 사람이 건강해지는 기분만 들지만, 강아지 맥주는 실제 강아지의 건강에 좋다. 비타민과 아미노산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물론 맥주도, 강아지 맥주도 과음은 금물이다. 중대형견의 경우는 250ml짜리 각 일병이 가능하지만, 소형견의 경우는 반 병만을 권한다. 더 마시면 개가…아, 이미 되었지.


반려동물과 함께 마시는
가장 특별한 음주

혼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고양이, 강아지는 친구이자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단순히 동물을 기르는 것을 넘어 정서적인 교류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 녀석들을 ‘반려동물’이라고 부르고 있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고양이, 강아지와 함께 하는 한 잔을 하는 것. 생각만으로도 즐겁지 않은가?

음료는 기본적으로 맛과 영양으로 만들어지지만, 언제나 기억에 남는 것은 추억을 만들어주는 음료다. 고양이 와인, 강아지 맥주는 우리가 마실 수는 없지만, 기억에 진하게 남는 음료가 아닐까? 이미 해외에서는 반려동물 전용 바(Bar)나 카페가 생겼다고 하니, 조만간 반려동물과 한 잔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음료도, 잔도 샀는데, 너는 왜 화면에!)

물론 고양이와 강아지가 있을 때의 이야기다. 너희들을 위해 고양이 와인이랑 강아지 맥주를 샀는데! 왜 나는 고양이, 강아지가 없는 거니. 랜선집사는 오늘도 홀로 고양이 와인을 마신다. 으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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