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의 참맛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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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는 말고, 무슨 과일 좋아하세요?”

당황한 마음에 “메… 메론”이라고 말해 버렸다. “아~ 멜론을 좋아하시는군요.”라는 대답에 “못 먹어봐서…”라는 말을 꿀꺽 삼켜야 했다. “사실은 눈 앞에 멜론이 있으면 어떻게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고요! 비싸서 잘 못 먹을 것 같기도 하고, 왠지 껍질이 두꺼워서 음식물 쓰레기가 남을 것 같아서 우리 집에서는 먹을 수 없어요. 그래서 당신을 만난 거예요!”라는 말은 무덤까지 가져가야지. 그런데 멜론이 무슨 맛이었더라?

걱정할 필요는 없다. 도라에몽 주머니 같은 마시즘 냉장고에는 수많은 멜론… 음료들이 있으니까. 오늘은 멜론 음료를 가방에 메고 공원으로 나왔다. 천연의 자연에서 멜론의 맛과 향을 즐기기 위해서다. 원래 도시 사람들은 다들 이렇게 멜론 먹잖아요 하핫(전혀 아니다).


메로나 보틀 우유
내가 알던 메로나가 참외나라니

나뿐만이 아니다. 한국사람들은 ‘멜론’을 자주 먹지도 않으면서 멜론을 잘 아는 듯 말한다. 바로 1992년에 나온 ‘메로나’ 때문이다. 멜론은 못 먹어봤어도 메로나는 많이 먹어봤으니까.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멜론 맛의 기준은 메로나가 되곤 한다. 문제는 우리가 아는 메로나가 초반에는 참외 맛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90년대 멜론은 판매조차 희귀했다. 빙그레 연구원들은 메로나를 만들기 위해 멜론을 구했지만 신선도가 떨어졌고, 생소한 맛이 났다고 한다. 때문에 멜론의 사촌 되는 참외(참외의 영어 이름이 Korean Melon)를 주목했다. 덕분에 멜론과 참외의 중간맛의 아이스크림을 만든 것이다.

그런 메로나가 음료로 나왔다. 바로 ‘메로나 보틀 우유’다. 연두색으로 네모진 병은 보자마자 지름신을 불러일으킨다. 메로나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그런지. 멜론보다 메로나 맛이 나서 정말 다행이었다. 멜론 우유맛, 아니 메로나를 녹인 맛. 그래도 메로나는 사랑이니까.


제주 멜론 사이다
멜론의 향에 탄산을 더하면

정신 차리자! 나는 메로나가 아니라 멜론의 맛을 찾아온 것이다. 가방에서 두 번째 음료를 꺼내본다. “가라 제주 멜론 사이다. 너로 정했다!” 제주 멜론 사이다는 지난해 ‘메로나 제주 스파클링’으로 익숙했던 조합이기도 하다. 제주도의 용암해수로 만들었다는 것이 특징. 제주 삼다수에 멜론과 탄산을 섞으면 이런 맛이 날까?

제주 멜론 사이다를 마셔보았다. 사이다의 깔끔한 맛과 부드럽고 옅은 탄산감이 느껴진다. ‘역시 맑은 물로 만든 사이다는 다른가!’ 감탄을 했는데, 금세 탄산이 빠져서 멜론 삼다수로 변했다. 그래도 우리의 것들로 만든 멜론사이다니까…라고 정신승리를 해본다. 하지만 멜론은 제주도에서 나지 않는다. 신토불이 실패.


토모마스 머스크멜론
귀여운 게 최고야 짜릿해 늘 비싸

그렇다면 외국으로 넘어가자. 참외보다 멜론을 더욱 좋아하는 나라 일본이다. 이 녀석들은 빙수, 과자, 음료 별의별 것에 멜론을 넣곤 한다. 식품계의 그린벨트 같은 녀석들. 기분이 상했다면 미안.

그중에 내가 고른 것은 ‘토모마스 사이다 머스크멜론’이다. 동글동글 뚠뚜니 모양의 유리병도 멋지고, 그것을 둘러싼 멜론 모양의 포장도 멋지다. 이제는 한국의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하는 녀석이지만, 가격은 쉽지 않다.

토모마스 머스크멜론은 멜론이 농축된 사이다라는 느낌을 가득 준다. 의외로 짠맛이 난다는 것이 특징. 언제나 멜론 하면 달콤하게 끝나는 것만 생각했는데 끝 맛이 짭쪼름하니 깔끔하게 떨어진다. 계속 마시기에는 토모마스가 좋겠구나 싶었는데, 가격을 보니 이것을 계속 마실 바에 멜론을 사는 게 낫겠다.


썬키스트 멜론소다
한국에도 멜론소다가 있다

이제부터는 아예 음료의 색깔부터 초록색인 녀석이다. 한국에서는 ‘모스버거’에 가야 겨우 마실 수 있었던 멜론 소다를 한국에서도 마실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찾기가 어렵다. 나 같이 시력이 안 좋은 사람들은 마운틴듀인 줄 알고 스쳐간다고!

썬키스트 멜론소다는 앞선 멜론 탄산음료에 비해 멜론의 느낌이 강하게 느껴진다. 이전까지는 사이다에 멜론사탕을 탄 느낌이라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멜론을 부었구나 싶은 느낌이다. 달콤할 뿐만 아니라 시큼한 맛이 특징. 가격도 착하다. 멜론소다를 마시러 일본이나 모스버거로 가야만 했던 이들을 생각한다면 정말 좋은 음료다. 마운틴듀같은 디자인만 아니라면!


환타 멜론소다
일본에서 꼭 마셔야 하는 그것

최근 일본의 요원에게 무한 카톡을 해서 받아낸 음료다. ‘환타 멜론소다’. 일본에 방문했다면 꼭 마셔야 하는, 아니 여러 병 싸서 돌아와야 한다는 그 녀석. 어렵게 구한 음료여서 그런지 모양새도 멋지다.

아름다운 환타 멜론의 뚜껑을 열었다. 수류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 멜론향이 퍼졌다. 썬키스트 멜론소다보다 훨씬 진한 초록빛이다. 첫맛에는 뽕따 맛이, 밀키스가 되었다가, 멜론으로 끝이 난다. 음료를 다 마시고 난 뒤에도 멜론의 향과 단맛이 느껴진다. 음~ 이런 게 멜론의 맛이라면 앞으로도 멜론 좋아한다고 말해도 좋겠구나.


멜론이 뭐길래,
이토록 많은 음료를

멜론 음료로 멜론의 맛을 찾아다니다니. 어린왕자 앞에서 보아뱀 그려주기 같은 미션이었다. 하지만 나는 해내고 말았다. 멜론 음료를 5병이나 마신 나에게 멜론의 향이 났기 때문이다. 땀이 나도 멜론향이 날 것이고, 화장실에 가더라도 멜론향이 나는 멜론인간이 되었다. 이제는 당당히 멜론을 좋아한다고 말해야지.

함께 공원을 산책하던 일행은 말했다. “멜론을 먼저 먹는 게 낫지 않아요?” 하지만 눈앞에 멜론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비싸고, 껍질이 두꺼워서 음식물 쓰레기가 남을 것 같아서 우리 집에서 먹을 수 없고, 남의 집에 가서 멜론을 먹으려면 친구를 사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멜론 음료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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