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ddie Pepsi Merc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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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 멀리 한국에는 당신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국사람이라면 ‘퀸(Queen)’이라는 밴드 이름은 모를 수 있어도 당신의 목소리는 모를 수 없지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스쿨버스 옆자리 친구가 당신의 팬이었거든요. 아침잠 많은 학창 시절 보헤미안 랩소디를 40분 연속 재생으로 들으며 등교하는 기분을 당신이 아시나요?

프레디.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당신을 만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옆자리 마시즘 디렉터님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러 가자고 하기 전까지는요. 그는 ‘발 두 번 땅에 구르고, 박수 한 번 칠 줄 알면’ 이 영화를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야 뭐 공짜 콜라나 마셔볼까 하고 따라갔지요.

악. 저는 좋은 것을 보면 외마디 비명을 지릅니다. 얼마나 비명을 많이 질렀는지 음정만 높았다면 프레디 머큐리가 강림한 줄 알았을 거예요. 사실 이런 영화에 서사적인 완벽함을 추구하는 건 욕심이죠. 보헤미안 랩소디는 뭐랄까? 정말 음…료적으로 완벽한 영화였습니다. 누군가는 음악영화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저는 한 편의 완벽한 음료영화를 본 것이지요.


보헤미안 랩소디에
펩시가 왜 나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프레디.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누구라도 알 수 있을 거예요. 바로 ‘라이브 에이드(Live aid)’ 공연에 나오는 펩시 컵이지요(응?). 1980년대의 태극 로고 펩시컵이라니. 저는 단번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제작진이 정말 독하게 준비했구나.

(정말 감쪽 같은 캐스팅이다 특히 펩시가)

그래요. 실제로 이 영화는 캐스팅부터 공연할 때 멤버들의 몸동작까지 하나하나를 정밀하게 구현했습니다. 하지만 관객들이 인식하는 충격적인 고증은 바로 피아노 위에 올라와있는 펩시컵과 맥주컵이 아니겠어요?

프레디. 그런데 왜 하필 펩시였을까요? 아프리카 주민을 돕기 위한 라이브 에이드 공연의 6개 스폰서 중 하나가 펩시였기 때문이죠. 실제로 펩시컵은 물론이고 공연장 상단에는 펩시 현수막이 걸려있었다고 해요. 카메라의 눈이 닿는 곳마다 펩시가 나오기 때문에 코카콜라는 이 공연의 TV광고에서 손을 떼었다고 하죠. 하지만 공연이 끝나고 30년 뒤에도 PPL이 될 줄 누가 알았겠나요? 정말 올해의 PPL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퀸 X 펩시
아웃사이더의 만남은 운명이었어

프레디. 만약에 당신의 피아노 위에 있는 음료가 펩시가 아니라 코카콜라였으면 어땠을까요? 아마 이 정도의 인상을 남기기는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저는 80년대 사람을 두 가지로 분류해요. 코카콜라를 마시는 자와 펩시를 마시는 자. 앞쪽은 주류고 뒤쪽은 (물론 유명하지만) 비주류에 가깝겠죠. 영국이 아닌 동아프리카 잔지바르 섬 출신, 조로아스터교를 믿는 부모님, 양성애자 등 당신을 둘러싼 삶의 환경은 펩시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펩시와 퀸의 만남은 꾸준했어요. 2006년 펩시의 광고에는 ‘We Will Rock You’가 사용되었는데 노래만 따온 것이 아니라 퀸의 멤버인 로저 테일러와 브라이언 메이가 직접 참여를 하였지요.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한 ‘마운틴 듀 랩소디(Mountain Dew Rhapsody)’는 또 어떻고요. 이 광고를 2000년 슈퍼볼에서 상영하다니. 펩시에는 퀸빠가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아니, 애초에 퀸빠가 없는 곳이 있기는 한 걸까요?


멕시코에는
프레디 머큐리 펩시가 있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는데)

프레디. 1985년 라이브 에이드 공연 이후 ‘펩시 밴드(Pepsi band)’라는 그룹이 나온 것을 아세요? 물론 실제 밴드는 아니고 펩시에서 선정한 음악들을 엮은 앨범이지요. ’펩시 밴드’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은 퀸의 ‘Radio Ga Ga’입니다. 수많은 슈퍼스타들이 라이브 에이드 무대에 섰지만 엘튼 존은 당신들의 무대를 보고 “그들이 쇼(라이브 에이드)를 훔쳤다”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

(가수라면 그래미… 아니 펩시에 얼굴을 남겨야지)

펩시는 오랜 기간 뮤지션들의 친구였어요. 당신의 팬이기도 한 마이클 잭슨은 1983년 펩시와 5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죠(당초 코카콜라에서 100만 달러를 제시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펩시는 아티스트들과 협업으로 언제나 젊은 이미지를 가져갔어요. 단순히 광고, 공연뿐만 아니라 펩시캔에 이들의 모습을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1992년 마이클 잭슨, 2001년 리키 마틴, 2002년 브리트니 스피어스, 2006년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2013년 비욘세까지 펩시에 얼굴이 실린다는 것은 당대의 슈퍼스타라는 의미가 있지요

그리고 2018년, 멕시코에서 <보헤미안 랩소디>의 개봉을 맞아 ‘프레디 머큐리 한정판’ 펩시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가 멕시코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처음으로 후회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캔에는 당신의 전매특허 포즈가 그려져 있습니다. 보통 스타가 그려진 특별판 펩시가 1개에 100달러 선인데, 이건 200달러가 넘더라고요. 아아 프레디. 당신 비싸요.


아프리카부터 에이즈까지
소수자들을 위한 소수자의 음악

(에이즈 퇴출을 위한 코카콜라 레드 캠페인)

프레디. 영화 속 당신은 아프리카 주민들을 위해 노래를 하였지만, 에이즈에 걸린 자신은 구원할 수가 없었어요. 당신은 결국 1991년에 에이즈로 세상을 떠났지요. 그래서 더욱 진한 아쉬움을 남기는 것 같아요.

하지만 2014년 에이즈에 걸린 아이들(정확히 말하면 HIV에 감염된 체 태어난 아이들)을 치료하기 위한 “레드 캠페인”에 당신이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면 좋겠어요. 레드 캠페인은 세계 에이즈의 날을 앞두고 여러 유명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음악을 독점 판매하는 행사였는데요. 이 캠페인의 데뷔곡이 바로 Queen의 “Let me in your heart again”이었지요. 1984년 The Works 앨범 작업 때 만든 미수록곡이에요.

프레디. 시간이 참 많이 흘렀습니다. 당신이 떠난 지 27년이 되었어요. 요즘 듣기에 퀸의 음악은 가끔은 투박하고, 패션은 난해하며, 구글 검색에 잘 걸리지 않지만, 여전히 당신의 목소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있는 듯해요. ‘여왕은 자리에 없지만, 왕관은 여전히 빛난다’라고 할까요?

많은 소수자들에게 ‘We are the champions’를 불러주어서, 영화관에서 펩시를 만나게 해 주어서 고마워요. 저는 이만 N차 관람을 하러 가볼게요. 굿바이, 프레디 펩시 머큐리.

– 디렉터 say “그래서 프레디 머큐리는 펩시를 마신 거야?”
아니요. 프레디 머큐리의 개인비서 ‘피비 스톤(Phoebe Stone)’의 기록에 따르면 그가 좋아하는 음료는 밀크티예요. 누가 영국인 아닐까 봐. 그는 ‘트와이닝(TWININGS)’ 차 중에서 얼그레이를 하루에 3~4잔을 마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매일 아침 트와이닝 차와 우유와 설탕 2개와 함께 밀크티를 만들어 마셨다고 합니다.
탄산은 모르지만 음주도 참 좋아했다고 하는데요. 오후에는 황제의 샴페인이라고 불리는 ‘루이 로드레 크리스탈(Louis Roederer Cristal)’을 마시고, 러시아의 ‘스톨리치나야(Stolichnaya)’ 보드카에 ‘슈웹스(Schweppes)’를 섞어서 칵테일을 마셨다고 합니다. 와인은 스위스의 ‘생사포랭(Saint Saphorin)’와인을 좋아했다고 하는데요. 이것들 마실 돈이면 평생 펩시를 마실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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