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마시즘 음료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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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을 돌아보고 싶다고? 그렇다면 내가 마신 음료들을 되짚어보면 된다”

우리는 매일 똑같은 음료를 마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똑같은 커피믹스를 마셔도 환경에 따라, 생각에 따라 고르는 것이 달라진다. 매일 같이 마시는 음료에는 그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올해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한 음료를 살펴보면 2018년을 결산해볼 수 있지 않을까?

2017년의 음료들은 끔찍한 혼종 그 자체였다. 하지만 2018년의 키워드는 ‘자연스러움’이었다. 친환경적인 운동은 물론, 여러 기획들이 자연스럽게 음료로 만들어졌다. 이런 움직임을 모아봤다. 바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권위있는 음료어워드(?) 제 2회 마시즘 음료대상이다.


올해의 환생
갈배사이다

(한줄평 : IdH의 변신은 무죄, 축배사이다를 알면 아재)

배맛 탄산음료, 축배사이다의 귀환이다. 이 말에 ‘아하!’라고 반응했다면 당신은 삐빅- 아재다. 하지만 축배사이다를 모르는 젊은이들도 인기에 한 몫했다는 게 특이점. ‘갈배사이다’의 원류인 ‘갈아만든 배’가 ‘IdH(배)’로 불리며 20대들의 인싸음료가 되었다는 배경이 있다.

복고를 입맛에 맞춰 커스트마이징 하는 ‘뉴트로(New+Retro)’현상을 설명하는 음료. 비슷한 환생음료인 ‘따봉’, ‘럭키사이다’에 비해 경쟁할만한 장르의 음료가 없었다는 것도 성공의 요인이다.


올해의 실종
빨대

(한줄평 : 거북아 미안해, 빨대찬양해서 미안해)

2018년 음료계의 최대 화두는 신상음료도, 블루보틀도 아닌 ‘빨대’다. 각종 카페와 음식점에서 빨대가 강퇴당했다. 플라스틱 제로, 친환경 운동의 적이 빨대였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빨대는 재활용도 안 될뿐더러 해양동물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 다는 것. 덕분에 스타벅스나 엔제리너스 등 대규모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종이빨대를 사용하거나 빨대 자체가 필요 없는 컵을 만들었다.

이래나 저래나 올해 초 ‘빨대의 역사’를 쓴 빨대 예찬론자 마시즘만 난감하게 되었다. 콘텐츠를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빨대의 맥이 끊기다니! 우리에게도 파괴왕(?)의 피가 흐르는 걸까?


올해의 인물
박항서

(한줄평 : 그 분의 이름이라도 닮고싶다)

단지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베트남의 박카스 매출을 끌어올렸다. 무려 280만캔 이상. 당신의 능력은 도대체.


올해의 브랜드
제주맥주

(한줄평 : 육지 상륙 작전, 맥주계의 맥아더)

지난해 제주도에서 힘을 키운 제주맥주가 서울을 공략했다. 홍대에 팝업스토어를 열어 ‘서울시 제주도 연남동’으로 지명을 바꿔버렸다. 국내 주류업계 사상 가장 많은 인원이 가장 오랜 기간 동안 방문한 기록. 기다리기가 힘들어서 편의점과 마트에서 제주맥주를 구해 마셨다는 후기까지 있다.

단순히 지역 이름만 달아놓은 수제 맥주들과 달리 지역의 갬성(?)을 한껏 어필했다. 이때 하필 마시즘은 제주맥주를 마시러 제주도에 갔다는 게 함정. 진짜 타이밍 안 맞아.


올해의 숙제
맥주세

(한줄평 : 맥덕은 그냥 맛있는 맥주를 저렴하게 많이 마시고 싶다)

올 한 해 음료 이슈를 수능에 비유한다면, 수학 시간은 빵점이다. 시간 내에 못 풀었기 때문이다. 한 해를 뜨겁게 달궜던 ‘맥주세’ 논의가 내년으로 미뤄지게 되었다. 똑같은 맥주여도 세금 사정은 다르다. 국내맥주와 수제맥주도 저렴해진다길래 대중들은 환영했다.

알고 보니 수입맥주가 그냥 비싸지는 것이라는 전망이 튀어나왔고, 맥주 외에 소주, 위스키 등의 주류에도 같은 기준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렇게 되면 소주가 비싸진다고 하자 상다리가 엎어졌다. 각자의 전망이 다르고, 사정이 복잡해서 일단 GG. 문과들은 음료에서도 고통을 받는구나.


올해의 특이점
라면티백

(한줄평 : 다음 국물이 기다려진다)

국물과 음료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해 겨울 ‘죠스 어묵티’가 추위를 뜨겁게 달래주었다면 올해는 ‘라면티백’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모두가 국정감사니 청문회를 보고 있을 때, 마시즘은 시중에 있는 모든 라면스프를 티백으로 만들어 ‘라면티백이 진짜 라면 국물 맛을 내는지?’를 검증했다. 제법 라면 국물 맛이 나는 것은 인정! 하지만 이럴 거면 라면을 사는 게 더 저렴하지 않냐는 지갑의 반론에는 답변할 수 없었다.


올해의 콜라보
게스활명수

(한줄평 : 나는 있는데, 당신은 없지, 근데 왜 내가 눈물이 나지?)

‘게스’와 ‘까스활명수’가 모여 ‘게스활명수’라니! ‘자연스러운 아재개그 였다’라고 생각했는데 출시와 동시에 솔드아웃이 되어 마시즘의 마음을 애타게 만들었다. 재입고 타이밍에 맞춰서 구매에 성공했다. 올해 가장 기쁜 날 중 하나였다. 하지만 등짝에 활명수가 큼지막히 적힌 옷을 당당하게 입고 나갈지는…


올해의 흥
노라조

(한줄평 : 인간적으로 진짜 광고 줍시다)

숨 쉬듯이 광고한 노래다. 문제는 누가 광고해달라고 하지 않았다는 것(선광고 후입금?!) 노라조의 싱글 앨범 <사이다>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이 정도 머리(사이다 형상을 했다)면 연락을 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이쯤 되면 도의적인 차원에서 광고모델을 시켜줘야 하는 게 아닌가’싶은 생각이 든다. 역시 재미있기만 하면 광고가 된다.

하지만 신발 광고도 피자 광고도 했지만 사이다 광고는 할 수 없었다는 게 함정. 그런데 올해 말 드디어 사이다 광고모델로 채택이 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역시 그 머리와 흥을 보고 지나칠 수 없었던 게야…


올해의 무비
보헤미안 랩소디

(한줄평 : 펩시가 존 디콘보다 더 많이 나온 것 같다)

음료적으로 완벽한 영화였다. 보헤미안 랩소디, 이 영화는 전설적인 록밴드 퀸(Queen)의 리드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온갖 편견과 위기를 겪고 자연스럽게 펩시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펩시의 위치까지 구현한 영화의 퀄리티에 박스오피스 1위를 연일 행진 중이다. 반면 코카콜라가 아닌 펩시를 마셨다는 것은 퀸의 유일한 오점이라는 (자칭) 비평가들의 쓴소리도 있었다.

펩시 입장에서는 1985년에 스폰서를 잘해서 2018년에 또 재활용했다는 게 완전 이득. 멕시코에서는 이런 인기에 프레디 머큐리 판 펩시를 내기도 했다. 한국도 좀.


올해의 빌런
단지를 부탁해

(한줄평 : 한국에는 인피니티 스톤이 2개 있다)

지난해 재기 발랄한 아이템을 쏟아냈던 바나나맛 우유가 흑화(?)되었다. ‘단지를 부탁해’라는 시리즈로 세상없던 자연의 맛을 만든 것이다. 첫 타자로 나온 보라색 ‘오디맛 우유’는 독특하지만 나름 괜찮았다. 하지만 최근 나온 ‘귤맛 우유’는 음료계에 형광펜 맛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고 말았다. 아직 2개만 밝혀졌는데도 이 정도의 파괴력이라니! 빙그레는 5개의 단지를 부탁해를 만들어서 우주의 절반을 날려버릴 셈일까…


2019년의 음료는
어떻게 될까?

그 흔한 스타마케팅도 주춤하는 해였다. 충격과 공포의 기획은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우러나온 기획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이제는 음료를 고르는 기준이 이름과 맛이 아닌 ‘자연스러운 맥락’이 되어간다는 증거다.

환경이슈, 세금 이슈 같은 심층적인 이야기도 나왔다. 이 말은 즉슨 마시즘은 내년에 공부할 거리가 참 많아졌다는 것. 2019년이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마실 것도 알아야 할 것도 쌓여간다. 마시즘은 과연 위기의 음료계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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