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면, 복이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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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2019년을 기다려왔다고 자부한다. 새해에 꼭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피트니스 센터에 가입하기, 가계부 쓰기, 그리고 새해에 나올 칭따오의 한정판 패키지를 사는 것이다. 사실 운동이랑 가계부는 곧 사라질 거품 같은 계획이다. 하지만 한정판은 영원하다. 그렇다. 오늘은 본격 자랑 포스팅이다.

지난해 속칭 ‘칭따오 개 에디션(2018년은 황금개의 해였다)’을 구하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던가. 여름철이 되어서 칭따오 황금개를 찾아 동네 마트를 전전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고생 끝에 얻은 칭따오 한정판은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줬다.

그리고 나는 다짐했다. 다가오는 다음 해에는 꼭 나오자마자 구매하자고.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2019년 1월이 찾아왔다.


마시지 마세요
눈에 양보하세요

(심장이 떨린다면 마트에 달려가서 사야한다)

맥주를 맛으로 마시는 시대는 지나갔다. 그동안의 맥주가 가창력을 승부하는 ‘슈퍼스타K’였다면, 앞으로의 맥주는 다양한 재능을 뽐내는 ‘프로듀스 101’이라고 볼 수 있다. 비슷한 맛이어도 어떤 맥주는 패키지가 예뻐서(비주얼형 맥주), 또 어떤 맥주는 예술공연을 많이 주최해서(퍼포먼스형 맥주), 또 어떤 맥주는 지역 이름이라서(부동산형 맥주) 마신다.

덕분에 마트의 맥주 코너는 패션쇼를 방불케 한다. 낙엽이나 눈송이처럼 계절에 맞춘 옷을 입는 맥주가 있는가 하면, 크리스마스나 월드컵 등의 시즌에 맞춰 독특한 모습으로 변하는 맥주가 있다. 작년에는 ‘피츠 X 케니 샤프’처럼 유명 예술가와 콜라보한 맥주들도 나왔다.

누군가는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오히려 대중들에게 맥주가 맛이 아닌 문화로 다가오는 시대가 된 것이 아닐까?


이 안에 다 있다
칭따오 돼지 그림의 비밀

(숨은 양꼬치 그림 찾기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치열한 아이돌… 아니 맥주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지난해 ‘칭따오 2018 무술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이 사랑받은 이유도 일단은 비주얼에 있다. 전통 민화작가 ‘최미경’님이 칭따오의 병과 잔에 멋진 민화를 그려 넣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 굉장히 세련돼서 해외로 역수출이 되기도 했다고.

드디어 올해의 주인공 ‘칭따오 2019 기해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이하 칭따오 기해년 스페셜 에디션)’은 황금개가 아닌 황금돼지가 주인공이고, 민화가 아닌 팝아트다. 뉴욕에서 활동 중이라는 아티스트 듀오 토이오일(Toy-oil)의 이동윤 작가가 함께했다. 언뜻 만화처럼 그려진 돼지가 유쾌한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돼지 사이에 무궁화가 있고, 한복이 있고, 남산타워가 보인다. 월리를 찾아서 같은 건가(아니다).

초등학교 미술수업(만) 전교 1등, 대학교 (교양) 미학 수업 A+에 빛나는 음료계의 진중권 마시즘은 사실 알고 있다. 이 그림에는 숨은 코드가 있다. 그렇다. 이 녀석은 사실 자린고비 에디션인 것이다. 돼지 그림 곳곳에 햄버거와 쌈채소, 수박, 도넛, 심지어 양꼬치까지 갖은 안주를 그려 넣었다. 이로써 우리는 안주를 눈으로 즐기며 안주값으로 나갈 돈을 아낄 수 있다.


뚜껑을 열면
칭따오의 역사가 흐른다

(2018년과 2019년의 건배!)

한정판은 미개봉이 진리다. 사실 눈으로도 충분히 취하는 맥주지만, 1병은 마시기로 했다. 다행히 칭따오 기해년 스페셜 에디션에는 맥주가 2병 있기 때문에 1병은 미개봉 상태로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병뚜껑을 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칭따오 기해년 스페셜 에디션에는 칭따오 라인업 중 가장 프리미엄이라는 ‘칭따오 1903’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1903은 칭따오가 태어난 년도로 115년 전의 독일 레시피를 그대로 이은 맛의 종갓집 같은 녀석이다. 이 녀석은 만들어진지 3년 만에 독일 뮌헨 맥주 세계 박람회에서 금상을 따왔을 정도다.

거기에다가 스테인리스 컵이 돋보인다. 지난해에는 유리컵이라 깨질까봐 노심초사했는데, 이 녀석은 아주 튼튼하다. 또한 맥주를 더욱 시원하게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런 날씨에는 코코아를 마셔도 시원하게 느낄 수 있겠지만.

새로운 컵에 따라서 마시는 칭따오 1903의 맛은 독특하다기보다 정답 같은 맛이었다. 원래 칭따오는 순한 느낌인데 이번 녀석은 쌉싸름한 맛이 강했다. 1903년도에 너는 성격이 조금 있었구나. 양꼬치는 먹지도 못하는데 안주 생각이 절로 난다.


새해에는 복도
맥주도 많이 마시자

그렇다. 수입맥주의 시대에서 아시아 맥주가 유럽 맥주를 앞서 나가는 비결은 바로 안주다. 맥주에 안주나 식사를 함께하는 ‘반주’를 하는 한국의 식문화에 어울리는 맥주는 가볍고 청량해야 하기 때문이다. 칭따오는 거기에다가 친숙함을 더했다. 유행어를 부르는 맥주, 매년 새해 안부를 물어보는 맥주 아니던가.

즐거운 일에는 맥주가 함께하는 법이다. 새해를 맞이하여 칭따오 무술년 스페셜 에디션(황금개)과 칭따오 기해년 스페셜 에디션(황금돼지)으로 건배를 했다. 2018년에서 2019년으로, 올해도 우리는 복을 이어 마신다. 다음 에디션을 모으기 전까지 열심히 맥주를 마시고 즐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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