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음료기행] 라떼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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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끝난 뒤에 가장 먼저 치르는 시험이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카페에서 커피 메뉴를 주문하는 것’이겠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교육과정은 ‘무수히 많은 카페 메뉴’를 교육과정에 넣지 않았다. 때문에 이 나라는 커피를 자신 있게 주문하지 못하는 신입생들로 카페의 줄이 밀리고 있다. 그리고 난 그 끄트머리에 있고.

이해한다. 캠퍼스의 봄은 새롭고 특별한 경험을 쌓는 시간이니까. 그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점원에게 물어보고, 검색까지 해본다. 커피를 즐기는 좋은 자세다. 그런데 수없는 고민의 끝이 ‘아메리카노’로 끝나는 것은 문제다. 이 봐 한 잔의 기회를 그렇게 날리지 말라고!

캠퍼스 카페의 고인물. 마시즘이 말한다. “라떼는 말이야…”


1. 햅쌀라떼

이것이 바로 코리아 라떼다. 라떼 위에 쌀로 고명을 얹은 스타벅스의 ‘이천 햅쌀 라떼’는 마시기만 해도 힙스터, 미래에서 온 양반 나리가 될 수 있다. 라떼에서 나는 밥통 냄새가 뻥튀기인지 누룽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주목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인싸의 향. 2019년 스타벅스에서 이렇게 독특한 음료를 냈다는 것만으로도 라떼의 미래는 밝다(현재는 판매 시즌 종료).


2. 참기름라떼

전주 한옥마을을 지나가다 발견한 라떼. 이름만 들어도 고소의 향기가 느껴진다. 커피에 참기름을 붓다니. 그것은 참기름일까, 들기름일까. 안타깝게도 참기름이 들어간 것은 아니다. 시럽으로 참기름의 풍미를 흉내 냈다고 한다. 묘한 고소함을 네이밍으로 승부한 라떼.


3. 셀카라떼

입맛이 보수적인 분들에게는 사약보다 독한 소개였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맛은 카페라떼로 남기되 ‘보는 맛’을 증가시키는 것은 어떨까? 바로 라떼거품에 나의 얼굴을 그리는 것이다. 지난해 카페 창업 브랜드 커피 홀(Coffee hole)은 셀카를 라떼 위에 그려주는 아트머신을 만들어 인기를 끌었다. 다만 얼굴 보정 기능이 없다는 것은 함정. 아니 치명적.


4. 쑥라떼

쑥향이 나는 두유라떼가 인기다. 특히 ‘언제 사람 될래’라는 말을 항상 듣는 마시즘에게 필요한 라떼. 카페라는 동굴에 갇혀 쑥라떼를 마시며 진정한 사람이 되어 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진정하고 완전한 성인이 되기 위한 현대적인 지름길이다. 쑥만 마시면 질리니까 마늘도 있으면 좋겠는데.


5. 마늘라떼

진짜 있다. 갈릭라떼라니. 2017년 마늘의 고장 의성에는 ‘흑마늘라떼’라는 것이 존재했다(지금은 없는 듯). 마늘 파우더를 이용한 갈릭라떼는 아주 드물게 만날 수 있다고 한다. 혹시나 하고 검색해본 건데. 대한민국 사람들은 인간의 상상력을 모두 라떼로 만드는 재능이 있는 것 같다.


6. 귤라떼

아마도 가장 안전한 조합이어서 요즘 뜨고 있는 게 아닐까. 귤라떼(텐저린 라떼)는 겨울과 봄의 밀당 계절에서 즐겨야 할 라떼가 아닌가 싶다. 우유 거품 위에 다소곳이 자리한 귤 하며, 부드러우면서 상큼한 풍미까지. 사실 참기름라떼와 마늘라떼 같은 애들 사이에 있어서 그렇지. 밖에 나가면 한 개성 하는 라떼다.


7. 모히또라떼

이제는 골목마다 만나볼 수 있는 빽다방은 거의 라떼계의 실험실이다. 지난해 여름 판매된 ‘모히또라떼’는 무더위를 민트향으로 날려버린 획기적인 라떼였다. 잔 위에 동동 뜬 애플민트 잎은 ‘급하게 마시면 체할까 봐 이파리를 띄워줬다’는 조상들의 미덕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조상님들은 민트향 라떼를 안 드셨을 거 같지만.


8. 와사비라떼

한국에서 가장 독특한 라떼를 만드는 곳. 라떼킹(Latte King)의 시그니처 메뉴다. 이름만 들어도 충격과 공포인 ‘와사비라떼’ 알싸하고 매운 와사비의 맛을 달달한 우유에 띄웠다. 양 조절을 조금만 실패해도 대참사. 그것을 이곳이 해냈다. 잠깐의 반짝 상품이라기에는 2012년부터 계속 판매 중. 범접할 수가 없다.


9. 소주라떼

대학생의 고민은 오직 ‘커피 마실까, 술 마실까’가 아니겠는가(아니다). 소주라떼는 이 두 가지 욕구를 동시에 해결하는 황희정승라떼다. 누가 만들었냐면 역시나 라떼킹. 극한을 달리는 소주라떼의 출연으로 라떼킹은 미치광이 라테(두부 라테, 떡볶이라떼…)를 만드는 곳으로 이름을 날렸다. 소주라떼 때문에 카페에서 민증 검사를 하는 사태까지 만들었다고. 물론 2010년대 초반의 이야기다. 그때가 좋았지. 라떼는 말이야…


라떼는 왜 이렇게 해야만 했냐!

마시는 사람은 재미있는 추억이다. 하지만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험난한 도전이다. 2000년대 이후 너무 많이 늘어나버린 카페 창업으로 인한 생존경쟁의 표현인 것이다. 대형 카페 프랜차이즈는 젊은 이미지를 얻기 위해, 소규모 카페들은 한 줄의 해시태그를 얻기 위해. 자신들만의 ‘시그니쳐 라떼’를 만들고 있다.

이것이 기행으로 그칠지, 장인정신이 될지는 노력과 시간의 문제겠지…라고 교훈을 맺는 것이 꼰 아니 고인물의 마무리가 아니겠는가. 세상은 넓고 라떼는 많다. 당신이 마셔본 혹은 마셔볼 가장 특별한 라떼는 무엇인가? 물론 나는 그냥 아메리카노다.

  • 본문 이미지는 실제 제품의 사진이 아닙니다. 저렇게 마시면 큰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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