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느냐 사느냐, 노니가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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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력이 좋아서 계속
풀무원녹즙 조공받으실 듯”

어느 독자분이 달아준 댓글.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지난 풀무원녹즙의 ‘양배추즙 시음기’의 반응이 좋아서 앞으로도 계속 조공(?)을 받기로 한 것이다. 이게 다 여러분 덕분이다. 지난번에는 3일 동안 30병의 양배추즙을 마셨는데, 앞으로 명일엽과 헛개, 돌미나리와 민들레 녹즙을 그만큼 마시게 된 것이다. 이게 다 여러분들 때문이다.

램프의 요정 지니 같은 풀무원 녹즙의 메일이 왔다. “어떤 스타일의 녹즙을 원하세요?”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오직 하나. 저번에는 채소를 마셨으니 이번에는 과일로 부탁드린다고 답장을 했다. 그리고 한 동안 행복했다. 한참 뒤에 답장으로 ‘노니&깔라만시’를 보냈다는 답변을 보기 전까지 말이다.

노니라고? 내가 아는 그 노니가 설마 오는 건가.


양배추즙
그 녀석은 우리 중에 최약체지

노니. 학술명으로 모린다 시트폴리아(Morinda Citrifolia)는 ‘신의 선물’이라고까지 불리는 요즘 가장 잘 나가는 건강식품이다… 다만 여기까지만 알고 무턱대고 노니를 구한다는 게 함정. 선물도 선물 나름이다. 만약 노니가 신의 선물이라면, 그것은 판도라 상자다. 그것을 함부로 열면 안 돼!

노니는 과일의 왕(이자 폭군)인 두리안의 냄새를 우습게 만들 정도의 포스를 가진 녀석이다. 어떤 험한 말과 상상으로도 그 이상을 보여줄 수 있는 포텐셜 있는 과일이라고 한다. 당장 코 앞에 앉아있는 후배가 올해는 건강을 챙기겠다고 함부로 노니주스를 마셨다가 건강을 포기해버렸다. 어차피 인간은 오래 살아봤자 122살인데 이렇게 아등바등할 필요가 있냐고.

그것이 지금 나에게 오고 있다. 풀무원녹즙 분들의 성향을 보았을 때 또 30병은 보내지 않았을까? 음료를 보내면 마시는 것. 마시면 쓰는 것이 이 바닥의 생리다. 어서 노니를 막아야 한다. 경찰이든 군대든 뭐든 제발 나를 구해줘.


연금을 생각해
오래 사는 게 최고야

풀무원녹즙에 문자를 보낼까 말까 고민을 했다. 그 사이 통장을 스쳐가는 자동이체의 흔적들이 떠오른다. 보장성 보험이니 국민연금이니 나중에 돈을 돌려주겠다는 고얀 녀석들(죄송합니다). 이 돈을 끝까지 타기 위해서는 일단 오래 살아야 할 것 같다. 내일 무슨 새로운 음료가 나올지도 모르는데 눈을 감는 것은 억울한 일이다. 나는 노니 밭… 아니 노니나무에서 태어난 애벌레처럼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다면 노니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가? 당연한 소리다. 노니는 열매뿐만 아니라 뿌리, 꽃, 잎, 줄기까지 모두 약으로 쓰이는 녀석이다. 옛말에 ‘몸에 좋은 것이 입에는 쓰다고 하지 않았는가?’ 조상님들의 지혜가 맞다면 노니는 만병통치약인 것이다(아니다).

노니의 주요 효능은 염증을 완화하고 억제하는 것이다. 마치 오래된 컴퓨터처럼 우리 몸은 각종 스트레스나 환경변화로 인한 염증들이 쌓이면서 부작용과 질병이 난다. 특히나 미세먼지로 인한 염증질환이 늘어나고 있는데 노니에 있는 성분(이리도이드, 프로제노닌 등)들이 이를 억제하고 배출한다. 후각아 미안하다. 난 어쩔 수 없는 노니인가봐.

노니 제품은 구매할 때 주의해야 한다. 뜨거운 물에 끓인 제품은 열에 약한 비타민, 미네랄 등의 영양소가 사라져 있을 확률이 크다. 가루 형태로 들어오는 노니 분말의 경우는 더욱 품질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풀무원녹즙이야 장인정신을 위해 맛을 타협하지 않는(?) 형님들이기에 믿을만하다. 영양을 파괴하지 않고 착즙한 풀무원녹즙의 노니가 내게로 오고 있다. 생각하자 국민연금. 떠올려라 무병장수.


샴푸도 비누도
다 노니였어

메일을 받은 지 이틀이 지났다. 오늘은 풀무원녹즙의 노니&깔라만시가 오는 날이다. 마시자고 다짐을 했지만 막상 그날이 다가오니 고민이 된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음료를 맞이하는 것은 아닐까. 나의 신경세포는 오직 노니에 집중되어 있다. 하루 종일 노니 후기를 검색해보며 환희와 절망을 느끼고 있다.

그러다가 깨달았다. 우리 집 샴푸가 노니였다. 엄마가 대량 구매해서 한통을 줬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노니가 샴푸 등에 쓰이는 것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노니는 비누도 있고, 화장품도 있다. 혹시 풀무원녹즙이 보냈다는 ‘노니&깔라만시’가 음료가 아니라 샴푸 같은 게 아닐까? 노니를 보낸다고 했지, 음료를 보낸다고 하지는 않았잖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나는 운명 앞에서 햄릿처럼 고뇌했다. “죽느냐 사느냐 노니가 문제로다.”


노니&깔라만시
고뇌는 쓰고 음료는 달다

올 것이 와버렸다. 풀무원녹즙 조끼를 입은 녹즙 선생님은 ‘노니&깔라만시’를 주었다. 지난번 위러브 양배추즙과 같은 익숙한 비주얼. 책상 가득 노니&깔라만시가 쌓였다. 받았으니까 마셔야겠지. 음료가 내게 오기 전까지 이렇게 많은 생각을 들게 한 것은 이 녀석이 처음이었다. 이제 마시련다. 잘 있어라 후각아.

…라고 용감하게 마시면 마시즘이 아니다. 혀와 후각을 마비시키면 되잖아. 곧장 컵라면 매운맛을 먹었다. 과열될 대로 과열된 나의 혀와 코는 노니의 습격을 알지도 못하고 지나갈 것이다. 풀무원녹즙의 노니&깔라만시를 마셨다. 성공적이었다. ‘노니&깔라만시’에는 시큼한 깔라만시 향과 사과 알갱이가 살아있는 과일맛이 났다. 맛있는데? 설마 꿈이거나 이미 저승은 아니겠지?

아니다. 이것은 맛있다. 이럴 수는 없을 정도로 상큼하다. 양치를 하고 마셔봤는데도 너끈하게 마실만 했다. 그렇다. 나는 ‘노니’라는 새로운 두려움 때문에 ‘깔라만시’를 잊고 있었다. 깔라만시의 까리한 상큼함은 노니의 맛과 향이 활개를 치도록 놔두지 않았다. 기선제압을 당한 노니는 단지 나의 훌륭한 영양공급원이 될 뿐이다. 물에도, 소주에도, 노니에도 깔라만시는 만세다.


건강도 중요하지만
마시는 즐거움도 중요해

“어휴 노니 100%는 아무래도 사람 마실 게 못되죠.” 너무 맛있어서 당황스럽다는 나의 연락에 풀무원녹즙 담당자님은 말해주었다. 풀무원녹즙 ‘노니&깔라만시’는 노니 외에도 깔라만시, 알로에, 사과와 유기농 케일 등을 넣어서 맛을 잡은 제품이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팀워크, 콤비네이션이라는 것이다.

풀무원녹즙 ‘노니&깔라만시’가 오는 지난 이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은 성장을 한 것을 느낀다. 공부도 많이 하고 결심도 가득했는데, 내 예측을 완전 빗나간 맛이 났다. 풀무원녹즙도 다 사람 건강하라고 만드는 음료였거늘. 나는 ’일단 마셔보기 전까지 미리 판단하지 말자’는 가르침을 얻는다. 풀무원녹즙 담당자님은 이어 말한다. “마음고생이 심했을 텐데 이번에는 기력 보충하셔야죠 한약느낌 나는 건강즙 어때요?“

죽느냐 사느냐 한약즙이 문제로다.
누군가. 누가 풀무원녹즙 조공 계속 받을 거라고 댓글을 달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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