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스타크, 형은 녹즙중독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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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Iron Man.”

토니형 안녕. 음료계의 어벤져 마시즘이야.

마시즘에서 보내는 세 번째 유명인사에 들어간 것을 환영해. 전에는 팀쿡프레디 머큐리에게 편지를 남겼지. 사실 두 사람하고는 친하지 않아서 존댓말을 했는데 형한테는 편하게 말할게. 영화 <아이언맨>을 처음 봤을 때가 2008년이야. 원래 알고 지낸 지 10년이 지나면 이렇게 편하게 말하는 거래. 형도 100살 먹은 캡틴 아메리카랑 친구 먹었잖아. 형. 다 지난 이야기지만 <시빌워>에서 캡틴이랑 싸운 거 한국에서는 노인학대야.


아이언맨1
이보다 더 마실 수 없다

(토니스타크의 첫등장은 위스키와 함께, ⓒ아이언맨1)

스타크형. 싫으면 보지 말라고? 아니야 <아이언맨>은 나름 만족스러웠어. 한줄평을 남기자면 뭐랄까? ‘히어로 영화 치고는 주인공이 엄청 마신다?’ 나는 오프닝에서 주인공 얼굴보다 주인공이 든 위스키가 먼저 나올 거라고 생각도 안 했거든.

(아이언맨에서 토니가 마신 음료, ⓒ아이언맨1)

술 좀 마시는 형. 아이언맨1에서 나오는 슈트는 3개밖에 안되는데(Mark1, Mark2, Mark3). 형은 위스키, 에스프레소, 따뜻한 사케, 차, 아메리카노, 녹즙까지 엄청 마시더라(아이언맨 2에서는 닥터페퍼도 마셔). 세상이 무너지고 있는데 그렇게 마시다니. 영화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음료적으로는 나와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더군.


아이언맨2
본격 녹즙 영화

(건담이 생각보다 평화로운 녀석이었네)

아이언맨형. 영화를 못 본 새싹들을 위해 돌이켜보자. <아이언맨>에서 형은 ‘아크 리액터’라는 원자로를 가슴에 박고 활동해. 프로토타입 모델은 석탄도 석유도 필요 없이 3기가와트(400만 마력)의 전력을 내뿜는 미친 발명품이지.

어떤 이과형이 말했는데 그거 하나면 퍼스트 건담(RX-78)을 2,000대를 움직인데. 아니 애초에 아크 리액터로 세상에 전력을 공급하면 초인 등록이고 나발이고 인류가 행복해질 수 있어. 하지만 큰 힘에는 큰 문제가 따르지. 아니 책임이었나? <스파이더맨>을 다시 봐야겠어.

그래 형. 아크 리액터에 주요 재료인 ‘팔라듐(Palladium)’은 중독 작용이 있어. 부작용을 막기 위해 형은 ‘녹즙’을 마시기 시작하지. 연구실에서도 녹즙을 마시고, 복싱 연습을 하면서도 녹즙을 마시고, 아플 때도 녹즙을, 술 마시고도 녹즙을 마시지. 솔직히 말할게. 형은 팔라듐 중독이 아냐 녹즙중독이지. 그리고 그 배후에는 인공지능 자비스가 있어.

(자비스 이 나븐새기… ⓒ아이언맨2)

자비스. 그 녀석은 즙알못인 형에게 ‘매일 80온스’의 녹즙을 마시라고 말해. 80온스는 2.4리터야. 물도 아니고 하루에 녹즙을 그렇게 많이 마시면 형은 아이언맨이 아니라 헐크가 될지도 몰라. 아무튼 자비스가 제일 나쁜 놈이야. 기계를 믿지 마 마시즘을 믿어.


아이언맨3
알콜중독영화가 될 뻔 했다?

(코믹스에서 형은 알중이야, ⓒ아이언맨128, 아이언맨172)

반전 있는 형. 나는 이야기의 원류가 되는 코믹스에서도 형이 녹즙을 마시나 궁금했어. 하지만 코믹스에서 형은 지독한 알콜홀릭이더라. 헐크가 분노조절장애라면 형은 알콜조절장애가 있을 정도야. 그 원인은 바로 슈트지. 슈트만 벗으면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형은 언제나 불안감에 시달려. 그런데 술 마시고 슈트를 착용하면 그건 단순한 주사일까 음주운전일까?

사실 ‘아이언맨3’는 알콜중독에 빠져버린 아이언맨의 이야기 ‘Demon In A Bottle’을 다루려고 했다고 해. 하지만 디즈니에서는 그것을 거부했어.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이 알콜중독이 되면 안 되니까. 그래서 영화는 술도 녹즙도 못 마시게 형의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시작해. 잔인한 디즈니. 아 미안.

폭망한 형. 아이언맨3는 형한테도 힘든 이야기지만, 나에게도 힘든 이야기였어. 한때 억만장자 형이 소주 한 병 살 돈도 없이 떠도는 신세라니.


그래서 형은
어떤 녹즙을 마시는 걸까

(동료들에게 녹즙 영업을 뛰는 토니 스타크,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어쩔 수 없는 녹즙형. 이미 <아이언맨2>에서 팔라듐 중독을 해결해서 형은 녹즙을 마시지 않아도 되는 몸이 되었어. 하지만 <어벤져스2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아픈 동료에게 녹즙을 추천하는 등 프로녹즙러로의 자세를 잃지 않았어. 나도 풀무원녹즙에서 왔던 양배추즙 30병 지인들에게 나눠줬다가 <엔드게임> 될 뻔한 적 있다.

(영화에서 얼마나 마셨으면, ⓒreddit, 사진은 아이언맨2)

궁금한 매력이 있는 형. 외국 커뮤니티를 보면 ‘What is Tony Drinking?’이라고 적힌 게시물을 종종 볼 수 있어. 사람들은 스테로이드, 보디가드들의 음료, 진, 엽록소 추출물, 기네스 펠트로(페퍼 포츠 역)가 홍보한 음료 PPL이라는 설까지 있었지. 다행히 2015년 무렵부터는 클렌즈 주스(Juice Cleanse)라는 이름으로 녹즙을 마시는 게 미국에서도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지. 유행을 훨씬 앞서가다니. 역시 우리 얼리어답터 형이야.

(레고 고증을 보아 아이언맨은 믹서기로 직접 녹즙을 만든다 ⓒLEGO 어벤져스 아이언맨 연구소)

문제는 외국 블로그들에 ‘Iron Man Green Juice Recipe’라는 것들이 도는데 샐러리와 레몬, 오이, 사과, 코코넛 워터, 파인애플 주스를 넣더라고. 뭐라도 잘못 더 넣었다가는 천국행 급행열차를 끊을 수도 있겠어. 초록색이라고 아무거나 넣지 말고 원하는 효능에 따라 재료를 바꿔 마셔야 해. 아이언맨 슈트를 바꾸듯이 말이야.

형한테 추천하는 것은 명일엽이 들어간 녹즙이야. 녹즙러의 최종단계랄까? 숙취에도 좋고, 처음 마시는 사람에게는 쓰지만 한 번 맛 들이면 이거 때문에 지구고 나발이고 못 벗어난다.


엔드게임
녹즙형과의 재회를 기대해

(노..ㄱ…즈..블…줘…현기증 나니까, ⓒ어벤져스 엔드게임)

보고싶은 형. 형은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서 우주미아가 되어버렸어. 심지어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타이탄 행성이라니. 아무리 우주선에 믹서기를 갖춰도. 아이언맨 슈트에 녹즙 기능을 만들어도. 녹즙을 마실 수 없게 되잖아. 타노스의 그 잔인함은 분명 녹즙을 마시지 못해서 나오는 현상이야. 이런 위험한 녀석에게는 녹즙을 가득 먹여 초식남을 만들 필요가 있어.

<어벤져스 : 엔드게임>이 나왔어. 예고편에서는 아이언맨 헬멧에 페퍼에게 영상편지를 남기던데. 녹즙에 대한 이야기도 했겠지? 원래 중요한 내용은 예고편에서 자르는 거니까. 지구에 귀환해서 녹즙 한 샷 크게 마시는 형 모습을 생각해. 위스키나 사케로 건배를 하는 것도 좋고.

고생한 형. 부디 모든 시련을 끝내고 평화롭게 뭐든 마시기를 바라.
이제 형을 만나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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