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닉에 꼭 챙겨야 할 감성 터지는 국산맥주 피크닉 감성의 국산맥주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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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뭐 할까”는 모든 연인들의 난제다. 이것저것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와중 여자친구가 말했다. “우리 교외에 피크닉을 가보는 것은 어때?”

하지만 곧 말을 취소했다. “아니다. 내일이 주말이고 우리는 피크닉 준비도 안 되었는데.” 이 말에 괜한 허세가 발동했다.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나는 언제나 피크닉 준비가 되어있어.” 여자친구는 기뻐하며 말했다. “그래? 잘되었다. 우리 집에 그릴 있어. 내가 바베큐도 준비해올게. 잘 구울 수 있지?”

“사실 피크닉은 꼬마 때 엄마, 아빠 따라서 가본 것이 다야”라고 말하기엔 이미 늦었다. 망했다.

최고의 피크닉 맥주를 가져오겠어

사실 내가 신경 써서 챙길 것은 음료수밖에 없었다. 여자친구가 가져온다는 바베큐에 뒤처지지 않는 맥주를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피크닉에 어울리는 맥주는 무엇이 있을까.

혼자 마시는 술과 여럿이 마시는 술을 고르는 기준은 엄연히 다를 것이다. 아무리 유행하는 IPA류의 맥주라도 카스나 하이트를 주로 마시는 사람들에게는 눈치 없이 쓴 맥주일 뿐이다. 때문에 피크닉에서는 상대를 고려한 배려의 맥주가 맥주 선택의 기준이 된다는 결론이 났다.

그렇다면 여자친구를 위한 맥주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 예뻐야 하고, 과일 향이 나는 에일맥주가 필요했다. SNS에 유행하는 인스타그램 맥주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세븐브로이의 강서맥주와 달서맥주는 이 까다로운 기준을 만족시키는 피크닉 감성의 맥주였다. 좋아 너로 정했어!

여기 모여라 바베큐 불을 지펴라

드디어 도착한 교외.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피크닉을 온 연인으로만 보이겠지. 하지만 이곳은 누가 더 피크닉의 고수인가를 다투는 자리이기도 했다. 받아라 나의 강서맥주와 달서맥주를!

이를 맞받아 치는 여자친구의 바베큐 재료들… 잠깐 이건 너무 많잖아.

강서맥주 : 부드러움 속에 숨어있는 화려함

강서맥주와 달서맥주는 국내 수제맥주 1세대인 ‘세븐브로이’의 작품이다. “국내에서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는 브루어리야”라고 전문가스러운 허세를 한 번 부려준 다음에 병뚜껑을 땄다.

강서맥주는 그리움에 빠지게 만드는 맥주다. 사실 병뚜껑에서 열대 과일향이 날듯 말 듯 해서 첫인상은 아쉬웠다. 첫맛은 달콤하게 시작해서 쓴 맛으로 끝난다. 씁씁함이 남은 입안에는 그제야 첫맛을 떠올리는 과일 향이 맴돌아 그립게 만드는 데 이게 매력인 것 같다.

부드럽고 가벼운 맥주이기 때문에 고기와 함께하는 피크닉에 잘 어울리지만, 이거 이거 새벽에 마시면 큰일 나겠다 싶은 맛이다.

달서맥주 : 상큼하고 상큼하고  상큼하구나

달서맥주는 노을이 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시려 했다. 하지만 인내심보다 맥주에 대한 사랑이 더 컸다. 오렌지 에일이라니 이건 여자친구가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는 맥주다. 병뚜껑을 따자마자 오렌지 향이 “날 찾은 녀석이 누구야”라며 코 이곳저곳에 안부인사를 하는 듯하다.

앞서 마신 강서맥주와 비교하면 확실히 활기찬 맛이다. 첫맛부터 나는 상큼해를 외치고 들어간다. 마시고 나면 오렌지의 여운보다 “밀맥주 치고는 조금 쓴 게 아닌가”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무겁지 않고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맥주였다.

이것이 낭만이라면서 병나발을 분 게 자랑. 사실 밀맥주는 거품 때문에 컵에 따라 마셔야 한다는 것은 안 자랑이다(이럴 땐 병 안에 젓가락을 넣어 휘휘 저으면 거품이 올라온다).

바베큐과 맥주라면 다툼도 화해할 수 있어”  

바베큐도 모두 구웠다. 조금 많이 구운 감도 없잖아 있지만 덜 익은 것보단 낫다며 맛있게 먹었다. 먹는 순간만은 우리의 신경전도 화해무드로 돌아간다. 먹거나 마실 때는 싸우는 거 아니야.

아직 고기를 다 먹지도 않았는데 너무도 조금 가져온 나의 강서맥주와 달서맥주가 동이 났다. “미안 사실은 이렇게 큰 피크닉을 해본 적이 없어서” 나는 그간의 허세를 사과했다.

여자친구도 아직 굽지 않은 많은 고기를 보며 말했다. “나도 바베큐 굽는 피크닉은 처음 와서…”

누구는 너무 조금 가져와서, 또 누구는 너무 많이 가져왔다. 우리는 달라서 싸우지만, 서로 달라서 더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설퍼서 더욱 좋았던 주말의 피크닉이었다. 어느새 하늘에는 달서맥주를 닮은 노을이 걸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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