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 안 먹으면, 나처럼 된다 곡식음료, 아침햇살 예찬

“밥통이 뭐하는 물건이지?”

장난 삼아 상황을 넘겨보려고 했지만, 엄마한테 등짝을 맞았다. 안 그래도 아파서 병원에 입원한 아들에게 폭력이라니요. 엄마는 자취방에 밥통 보온시간이 100시간이 돌파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아 내가 밥을 해놨던가?

“밥은 잘 챙겨 먹고 다녀야지!”라는 말을 시작으로 잔소리의 오케스트라는 시작되었다. 이러면 조금 억울한데. 아침은 당연히 바쁘니까 못 먹는 거다. 그래서 점심과 저녁은 신경 써서 맛집 위주로 다녔다. 뭐 결과적으로 영양부족에 병원 입원이지만.

“한국인은 밥심이라고?”

밥 먹을 때 항상 들었던 이 말도 이젠 끝인 거 같다. 나를 두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고, 내 옆에 입원한 초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녀석은 병원에서 손수 밥을 차려주는데도 먹지를 않는다. 쯧쯧 미래가 빤히 보인다.

병문안을 오는 사람들은 음료수를 즐겨 선물한다. 특히 아침햇살. 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럽게 속을 채워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많은 아침햇살이 내 침대에만 없다. 병문안을 오는 사람도, 아침햇살도 없는 게 서러워서 옆 침대 초딩의 아침햇살을 빌려 마셨다.

“이거 완전 쌀뜨물 아니냐?”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아침햇살은 내가 초등학생 때 나온 음료수다. 쌀을 이용한 음료수의 등장은 당시에는 큰 충격이었다. 성분을 보니 쌀 추출액이 35%, 현미 추출액이 33%가 들어있다. 그것도 모두 국산으로. 과연 쌀의 민족다운 음료수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쌀의 색깔까지 구현한 것은 평가가 분분하다. 누르스름한 아이보리 색은 보는 이로 하여금 쌀뜨물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내가 초등학교 때는 반에서 아침햇살을 마시는 애가 있으면 쌀뜨물을 마신다고 놀려댔다. 얼마나 서러웠던지.

“아침햇살 아래 숭늉 냄새가 난다” 

아침햇살의 뚜껑을 열었다. 강한 곡물향이 병실에 고루 번진다. 고소하다기에는 더욱 진한 구수한 내음이 난다. 마치 할머니 집에서 아침밥을 먹을 때 나오는 누룽지나 숭늉 그위에 설탕을 뿌린 듯한 달콤함이다.

담백하다. 다른 음료수처럼 선명한 맛이 아니어서 표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천천히 음미하면 아침햇살 속 연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달달함이 제법 중독적인데 과거에 비해 약해졌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쉬운 부분. 나는 입맛을 다신다.

쌀이 들어가서인지 포만감이 든다. 아침식사 대용으로 아침햇살을 마시는 것은 좋을 것 같다. 특히 두유처럼 무거운 느낌을 어려워한다면 목에 가볍게 넘어가는 아침햇살로 든든한 아침을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저기 아침햇살 한 병 더 있니?”

한 병으로 끝내기에는 아쉬웠다. 결국 초딩에게 한 병만 더 달라고 말했다. ‘마음껏 가져가쇼’라는 듯 아침햇살을 넘겨주는 초딩. 밥도 안 먹고, 아침햇살도 안 마시는 건방진 초딩에게 쌀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었다.

“밥 안 먹으면, 커서 나처럼 된다!”

아아, 아이에게 이렇게 심한 말을 하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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