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모, 아 조성모 매실음료, 초록매실 예찬

그때는 조성모를 정말 싫어했다.

엄마도 좋아했고, 누나도 좋아했지만 나는 싫었다. 아마 동네에서 가장 예쁜 누나가 조성모의 팬이어서 더 싫어했는지도 모른다. 

“넌 내가 좋니, 나도 네가 좋아”

(영상소스 : 초록매실 조성모 광고, 2000)

아니, 나는 안 좋아했다. 당시 나의 안티력(?)이 어느 정도였는가 하면 조성모가 광고한 초록매실도 싫어했다. 나중에는 매실 자체를 먹지 않았다.

광고 때문에 엄마들 사이에서 매실 원액을 물에 타서 마시는 것이 유행했다. 냉장고에서 뭣도 모르고 매실 원액을 마셨다가 방바닥을 굴렀던 적이 있다. 술에 취해 들어온 아빠도 물인 줄 알고 마시다 한 번 당했다.

이 모든 것이 다 매실, 아니 조성모 때문이다. 

“널 깨물어주고 싶어”

(영상소스 : 초록성모 조매실 광고, 2000)

그야말로 음료수 시장을 깨물었다. 초록매실이 출시된 2000년은 콜라 춘추 전국시대로 불린다. 매장에는 코카콜라, 펩시콜라 같은 익숙한 해외파 콜라와 함께 815콜라, 콤비콜라 같은 국내파 콜라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음료들을 제치고 초록매실이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무려 연매출액 1,900억 원(소비자 가격 기준). 이후 초록매실을 따라 다양한 매실 음료수가 나왔다.

“최초의 매실음료가 최고로 맛있다”

초록매실은 최초의 매실 음료수다. 맛으로만 따지면 가정집에서 정성껏 만드는 매실청과 흡사했다. 매실과즙이 10% 들어있고, 발효된 매실 엑기스도 들어있어 매실의 시큼한 맛이 잘 살아있다. 사과 맛이 조금 나는 것도 특징이다.

사실 1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맛있는 매실음료다. 아무튼 그때는 싫어했으니까.

“17년 만에 만남, 그땐 그랬지”

조성모도, 초록매실도 이제는 옛일이다. 동네에서 가장 예뻤던 누나는 결혼을 하게 되었다. 멀리 지방에 있는 결혼식장에 가야 해서 고속버스에 몸을 욱여넣었다.

그런데 갑자기 몸에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고속버스는 너무 따뜻했고, 내 속은 울렁거리고 어지러웠다. 결혼식장에 도착하려면 아직 2시간은 남았을 텐데.

‘이 버스의 끝이 결혼식장이 될지, 내 장례식장이 될지 모르겠다’고 생각할 때쯤 휴게소에 도착했다. 나는 편의점으로 가서 곧바로 초록매실을 샀다. 엄마가 체 했을 때는 매실이 좋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서였다.

초록매실을 벌컥벌컥 마시고, 바깥공기까지 마시니 속이 진정되었다.

다행히 큰 사고 없이 결혼식장에 도착했다. 한 손에는 다 마신 초록매실이 들려 있었다. 17년 동안 꼬여 있던 속을 이제 풀어줘야지.

잘 가요 누나.

잘 가 조성모.

고마워 초록매실.

Comments

Submit a comment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