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키스냐 암바사냐 그것이 문제로다 밀키스의 밀크소다 정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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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산음료를 좋아했던 나에게 하얀색 밀크소다는 특별한 것이었다. 아빠의 맥주, 누나들의 사이다처럼 어린 내 나에게는 탄산음료에도 우유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평소 같으면 고민 없이 밀크소다를 골랐을 텐데 오늘은 고민이다. 암바사 옆에 밀키스란 라이벌 음료수가 놓여있었고 아래와 같은 질문을 했다.

“밀키스가 좋아? 암바사가 좋아?”

밀키스와 암바사는 맛은 유사하다. 밀키스가 상대적으로 탄산이 강해 청량하게 느껴지고, 암바사는 부드러운 맛이 강조된 정도다. 하지만 이조차 블라인드 테스트로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줄곧 밀키스에게 미소를 보내왔다. 밀키스의 밀크소다 시장 점유율은 무려 85%, 누적 매출액이 1억원을 돌파했다. 밀키스는 어떻게 밀크소다계를 정복하게 되었을까? 몇가지 질문을 던져보았다.

1. 형과 아우, 원조 밀크소다는 누구일까?

한국사회는 처음 만난 자리에서 나이를 묻는다. 음료수도 예외일 수는 없다. 비슷한 계열의 음료수일 경우 먼저 나온 ‘원조’를 더욱 찾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암바사와 밀키스 두 음료수 중에 어떤 것이 먼저 출시된 걸까. 답은 의외로 암바사다. 1984년에 국내 출시가 되어 1989년에 출시된 밀키스보다 5년이나 빠르다.

5년이나 늦게 출발한 밀키스가 암바사를 따라잡은 비결은 바로 주윤발이다. 밀키스는 대한민국 최초로 외국인 모델을 선정했다. 헬기에 쫓기던 윤발이 형님이 “사랑해요 밀키스”라고 말했는데 누가 안 사고 배기겠는가. 광고 속 이 멘트는 전국에 유행을 했을 뿐 아니라, 외국인 스타를 인터뷰하는 연예가중계의 단골 멘트가 되었다. “사롼해요 여녜가준계~” 과연 주윤발의 시대였다.

2. 우유에 사이다를 섞으면 밀키스 맛이 난다?

엄마는 내가 밀키스를 사 올 때면 “우유는 우유고, 사이다면 사이다지!”라는 이분법으로 나를 맹공한 적이 있다. 그런데 과연 우유에 사이다를 섞으면 밀키스가 될 수 있을까? 마시즘은 실제로 실험을 해보았다. 보고 있나요 엄마.

먼저 우유와 사이다의 조합. 우유가 담긴 컵에 사이다를 부어보았다. 탄산과 우유가 만나 거품 덩어리를 형성했다. 하얀색 탄산이라 비주얼만 봐서는 일단 합격점. 향이나 약간의 풍미에서 밀키스를 연상시키긴 하나 시큼함이 부족했다. 요구르트를 더 넣었다면 비슷한 느낌을 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밀키스보다는 오히려 수박화채가 생각나는 조합이었다.

그래서 다른 생각을 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사이다를 섞으면 밀키스 맛을 낼 수 있지 않을까?’ 마찬가지고 부풀어 오르는 거품이 제법 보기 좋다. 오히려 우유와 섞었을 때보다 밀키스의 맛이 강하게 난다. 대신 탄산이 약하고 더욱 부드럽고, 차가워서 따로 디저트 용으로도 좋아 보이는 연한 밀키스의 탄생이다.

밀키스와 암바사. 둘 중에 택일을 거부하는 제3의 길을 걷고 싶다면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사이다를 섞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개척에는 어려움이 든다. 일단 가격이 많이 나간다.

3. 국내에서 인기 있는 밀키스, 해외에서도 통할까?

밀키스의 포장에 나오는 그림은 러시아의 화가 ‘샤갈’의 작품을 닮았다. 그레서인지 러시아에서 밀키스의 인기는 어마어마하다. 코카콜라도 살아남기 힘든 러시아에서 밀키스는 레쓰비와 함께 캔음료시장의 90%를 잡아먹었다. 무엇보다 러시아 버전의 밀키스는 종류가 많다. 무려 11가지다.

러시아는 지역과 기후가 달라 다양한 과일을 접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 점을 노려 다양한 과일맛으로 선택지를 넓힌 것이 밀키스가 러시아의 국민 캔음료가 된 비결이다.

“사랑해요 밀키스, 일등의 변신은 무죄”

아직 러시아를 따라잡으려면(?) 멀었지만 한국에서도 다른 버전의 밀키스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세븐일레븐에 가면 레몬향, 멜론 향 첨유의 밀키스를 만날 수 있다. 익숙한 맛이지만 강하게 풍기는 과일의 향이 인상 깊은 밀키스다.

마트에서는 바나나맛, 요거트맛 밀크스와 함께 밀키스 무스카토가 나왔다. 밀키스 무스카토는 유산균발효액과 청포도 과즙이 들어가 탄산이 없는 제품이라 독특하게 마실 수 있다.

밀키스는 29년이라는 오랜 시간동안 받은 사랑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하고 변화한다. 맛의 차이가 아닌 태도의 차이가 우리를 밀키스를 고르게 한다고 생각을 하며 밀키스를 마신다. 시원한 탄산에 부드러운 우유의 느낌. 혀에 남는 끝맛까지도 중독적인 이 맛을 더욱 오래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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