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맥세권에 살고 싶다 그렇다면 매일매일 자두칠러를 마시겠지?

쉿! 나는 위험한 비밀을 알아버렸다. 바로 우리가 이웃이라 부르는 사람들은 모두 맥도날드에서 파견된 사람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그동안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을 가리지 않고 두루 다니며 나의 의심을 피해왔다. 하지만 결국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내가 친구라 믿어왔던 자들은 최근 들어 매일 맥도날드 신상 음료 ‘자두칠러’가 맛있다고 문자를 보내고 있다. 답장하기도 귀찮아서 텔레비전으로 시선을 돌리면 다니엘 헤니가 “애플맹고?”를 외치며 맥도날드의 애플망고 스무디를 딸랑인다. 그렇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맥도날드의 사주를 받은 것이다.

그동안은 친구들의 자두칠러 유혹을 쉽게 뿌리쳤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맥도날드의 자두 칠러를 마시기로 했다. 바로 새로운 음료수를 향한 마시즘의 지적 호기심 때문이다. 물론 땀을 뻘뻘 흘리며 거리를 지나가던 와중에 맥도날드를 마주친 것도 한몫했다.

빨간색과 노란색은 자두의 색인가, 맥도날드의 색인가

도시적인 음식인 햄버거를 파는 맥도날드에 자두주스라니. 시골 출신인 나에게 이는 미스캐스팅처럼 느껴졌다. 자두는 지극히 시골적인 과일이기 때문이다. 앵두, 자두, 호두… ‘두’자로 끝나는 녀석들 중에 자두가 가장 맛있기는 하다. 요즘 같은 날씨에 갓 딴 자두를 한입 베어 물면 입 안에 뚝뚝 흐르는 달콤함과 상큼함이 매력이다.

자두를 회상하며 맥도날드에 들어갔다. 맥도날드의 붉은색과 노란 로고가 자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자두칠러는 스몰(265ml), 미디움(400ml), 라지(600ml) 사이즈를 판매하고 있었다. 각각 1500원, 2300원, 3500원으로 제법 저렴한 가격이었다. 지갑에 부담이 없어지자 자두칠러를 향한 적대감이 누그러졌다.

주스도 아니고, 스무디도 아니고 왜 자두칠러야?

노오란 자두칠러 안에는 붉은색 건더기가 있었다. 바로 자두의 껍데기다. 자두의 껍데기는 이 음료수가 퓨레나 농축액이 아닌 리얼 자두를 그냥 갈아 넣었다는 것을 인증하는 요소다.

칠러(Chiller)라는 말은 냉각기를 뜻한다. 자두칠러는 자두와 함께 얼음도 갈아 넣은 듯하다. 샤베트와 스무디 그 사이의 얼린 정도를 자랑하는데, 달콤하고 상큼한 자두의 맛에 시원함을 더해주었다. 물론 너무 얼음 상태로 시작해서 혀에 닿는 촉감이 드라이하게 느껴져서 아쉽기도 하다.

이 구역의 자두 음료수는 나야 나!

정확한 맛 비교를 위해 다른 자두 음료수를 사기로 했다. 하지만 마트와 편의점에서 자두 주스를 만나기는 어려웠다. 대신 자주 가는 생과일주스 전문점에서 자두주스를 구매하여 비교를 하였다. 두 음료수는 첫눈에 확연한 차이가 드러났다. 자두칠러는 노란색인데, 생과일주스 전문점의 자두주스는 붉은색이다. 같은 자두를 갈아 넣은 것이 아닌가?

자두칠러와 자두주스를 마셔보았다. 특유의 새콤하고 달콤한 느낌은 비슷했다. 한 입을 쪽 빨다가 흐흥하고 숨을 쉴 때가 있는데, 그때 훅 들어오는 자두의 향내가 두 음료 모두 좋았다. 다만 생과일주스 전문점의 자두주스가 손님에게 내놓으려고 보관해둔 숙성된 자두라면, 자두칠러는 막 따놓은 맛이 덜 여문 시큼한 자두였다.

어떤 것의 우위를 함부로 줄 수는 없다. 그래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자두 음료수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달콤한 것을 좋아한다면 생과일주스 전문점의 자두주스를, 새콤하고 시원한 것을 좋아한다면 맥도날드 자두칠러를, 소주를 마시고 싶으면 쥬시쿨(?)을… 아, 아니다.

자두칠러는 치즈스틱을 만날 때 완성된다

하지만 자두칠러의 매력이 있다면 함께 할 음식이 있다는 것이다. 맥도날드에서 자두칠러 세트를 시키면 골든 모짜렐라 치즈스틱 2조각을 함께 준다. 고소하고 기름진 치즈스틱를 먹고, 자두칠러를 마시면 그 맛이 배가 된다. 이는 온탕과 냉탕을 오고 가는 영혼의 콤보플레이 다음으로 좋은 조합이다.

자두칠러와 골든 모짜렐라 치즈스틱 세트는 현재 33% 할인된 2,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6월 29일까지 행사이기 때문에 또 마시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텐데. 자두칠러는 맥세권(맥도날드 근처)에 살고싶어 하게 하는 맛이다. 맥도날드 근처에 살았다면 1일 1자두칠러를 할 수 있었을 테니까.

오늘도 친구들과의 이야기 주제는 ‘자두칠러’다. 바뀐 것이 있다면 ‘자두칠러 짱맛ㅎ’이라고 보내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점이다. 불쌍한 친구 한 명이 자두칠러에 대한 나의 사랑을 의심하였다. 훗, 욕하지 말지어다. 일단 한 모금 마셔본다면 맥도날드 만세, 자두칠러 만만세가 될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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