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의 이슬톡톡을 아시나요? 부담없는 술과의 연애가 좋다

회식자리는 아비규환이었다.
모두가 마시고 죽자는 분위기에서 이성을 지닌 온전한 인간은 나뿐인 것 같았다. 나는 이 술꾼들이 왁자지껄 하는 사이 자리에서 옮겼다. 미리 찜해놓은 대피소에는 누군가 앉아있었다. 발그레한 볼을 가진 여자였다. 나는 어색해하며 맞은 편에 앉았다. 그녀의 술잔이 비어있었다.

“이모, 여기 참이슬 한 병 더 주세요!”
“저기… 이슬톡톡으로 주세요”

이슬톡톡? 뭐지, 이사람?

“제가 술은 좋아하는데, 잘 마시지는 못해서요”

처음에는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술은 좋아하는데, 잘 마시진 못한다니. 두가지 명제가 공존할 수 있는 것인가. 술을 좋아하면 많이 마시는 것이고, 많이 마시다보면 좋아하는 것이라고 배웠는데.

그녀는 애주가의 종류가 다르다고 말했다. 굳이 나누자면 여러사람과 함께 왁자지껄하게 술을 마시는 사람을 함술러, 자신처럼 혼자 술을 즐기는 사람을 혼술러라고 말했다. 따지자면 나는 함술러였고, 그녀는 혼술러였다.

“아름다운 캔이 마시기도 좋잖아”

그녀가 좋아하는 술은 이슬톡톡이다.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갈 때면 꼭 마트나 편의점에 들려 이슬톡톡 한 캔을 사간다. 분홍분홍한 패키지에는 복숭아를 든 귀여운 소녀가 그려져 있는데, 첫 만남때 발그레한 볼을 한 그녀가 생각나는 디자인이다.

복숭아 맛 과일소주의 원조격인 일본의 호로요이(ほろよい)가 국내에 들어왔지만, 그녀의 선택은 언제나 이슬톡톡이다. 355ml 한 캔에 1,900원 하는 값싼 가격 때문일까, 아니면 호로요이의 짙은 복숭아 맛과 비교했을 때 깔끔하고 청량한 이슬톡톡의 탄산 때문일까? 이유를 물으니 답은 간단했다.

“예쁘니까.”

그렇다. 예쁘니까 마시는 거다.

“이거 이프로에 탄산 섞은 거 아니야?

첫 모금을 마셨을 때 이프로 부족할때가 아니냐고 말을 했다가 무섭게 혼이 났다. 울면서 제대로 리뷰. 우선 이슬톡톡을 컵에 따라보았다. 분홍색의 귀여운 색상을 기대했지만, 속은 맑고 투명했다. 자칫 사이다와 분간이 어려울 수 있지만 주변으로 번지는 복숭아 향이 ‘내가 이슬톡톡이다’라고 말을 하는 듯 했다.

사실 ‘이프로 부족할 때’보다는 미묘하게 짙은 복숭아 맛이 느껴진다. 이슬톡톡에는 3%의 복숭아 과즙이 들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거기에다가 부드러운 탄산이 복숭아의 달콤한 맛을 더욱 발랄하게 해주고 있었다.

이슬톡톡은 화이트 와인이 베이스가 되어있다. 하지만 목 넘김이 끝난 다음에야 살짝 나는 정도인데. 그조차도 수줍게 사라져서 입안에 복숭아의 새콤달콤함만 남는다. 음료수 같다고 놀렸지만 알콜도수는 3%다. 술이 약한 그녀도 즐거울 정도로 취할 수 있는 도수다.

안주와 함께 마시는 이슬톡톡은 특별하다. 특히 자취방에서 시켜먹을 수 있는 떡볶이나 연탄불고기 같은 매콤한 안주와 합이 잘 맞는다. 진득한 매운맛 때문에 뜨거워진 혀를 가볍고 새콤한 이슬톡톡이 달래어 준다.

“부담 없는 술과의 연애가 좋다”

이슬톡톡은 애주가의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준 음료수이다. 이전까지 술이란 여럿이서 함께 마시는 것이고, 독하고, 남성적이었다. 하지만 이슬톡톡의 등장으로 혼자 마시는 술 문화가 여성들을 위주로 정착이 되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나도 변했다. 이제 퇴근후 술자리에서 거하게 술을 마시기보다, 마트에서 이슬톡톡을 사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스스로를 위로하는 기분 좋은 한 잔의 가치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매사에 조심스럽지만 항상 곁에 있어주는 여자친구, 그리고 그녀를 닮아 부담없는 이슬톡톡과의 볼 발그레한 만남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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