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 VS 마시즘, 전지적 음료시점의 간장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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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가 가득한 거리를 홀로 걷는다. 누구를 만나지도, 인사를 나누지도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문 앞에 두었다는 택배 상자. 그 안에 들어있는 신상음료다. 연락도 없이 누가 이런 선물을 보냈지?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음료신상털이 마시즘. 기대를 가득 담아 택배 상자를 연다. 이것은 콜라일까, 맥주일까? 아니 이것은!


간장이잖아… 샘표냐?!

(짜잔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짠내 나는 만남이 아닐 수 없다. 마시즘을 하면서 라면 국물 같은 것도 마셔봤지만 간장이라니. 이렇게 가까우면서 낯선 재료가 올 줄은 몰랐다. 출처는 샘표다. 저번에는 수세미를 주더니… 언제부턴가 나는 식품업계의 실험쥐 비슷한 것이 된 게 아닐까? “그런데 간장은 음료가 아니잖아!” 그러자 디렉터님이 말했다.

“… 우리 마실 수 있는 모든 것이잖아”

생각해보니까 맞는 말 같기도 하고, 간장이 많이도 왔고, 초면에 당황스럽기도 해서 마셔보기로 했다. 마시즘의 언박싱! 오늘은 간장을 리뷰한다. 미안하다 내 몸아!


샘표 양조간장 501

(나의 그림 라이벌)

양조간장이란 무엇인가. 시중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간장이다. 뒤에 붙은 숫자 501을 보면 눈치챘겠지만, 간장계의 양산형 건담 같은 거라 할 수 있겠다. 무침을 할 때도 출격, 조림을 할 때도 출격, 볶음을 할 때도, 소스를 만들 때도 출격이다. 물론 오늘은 그냥 입으로 다이렉트 출격이다.

(이정도씩 마시고 비교했습니다)

앞에서 살짝 아득한 향이 난다. 마셔보면 짜다(짠 걸 짜다고 하는 게 쑥스럽지만). 다만 깊이는 보통이고 다 마신 후에 나오는 담백함의 느낌이 가득한 편이다. 이후 나올 간장들도 향과 짠맛, 깊음, 담백함, 깔끔함 정도로 구분해서 평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전에 물! 물!


새미네 진간장, 국간장

(새미네 부럽다 간장도 있고)

양조간장만큼이나 자주 쓰이는 진간장국간장을 마실 시간이 왔다. 그런데 디자인이 괜찮다. 새미네 진간장, 새미네 국간장이라니. 세미님의 집은 얼마나 간장을 잘 쓰기에 간장에 이름을 건 것일까? 패키지를 둘러봤다. 따뜻한 그림에는 간장으로 만들 수 있는 음식과 함께 요리하는 남자 친구가 그려져 있었다. 그렇구나! 이것은 ‘염장’이다. 어디서 염장을 질려요!

(행복하렴…ㅠㅠ)

진정을 하고 마실 시간이다. 먼저 진간장이다. 이름에서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농도가) 강한 캐릭터 앞에는 진이 붙는다. 한 숟갈 마셔봤다. 짜다. 다만 빡 때리는 절권도 스타일의 짠맛을 보여준다. 화한 맛이 한방에 나를 치고 나간다. 깔끔하게 사라지는 것도 특징.

이번에는 국간장 차례다. 향도 색깔도 옅었는데 제일 짰다. 외유내강 스타일이었다. 뚜껑에 묻은 간장을 마셨을 때는 달았는데 한 숟갈 마시니까 ‘참교육’이다. 이것이 바로 전통 스타일의 간장이란 말인가! 국간장은 이래서 국의 색을 해치지 않고 간을 맞출 수 있다. 이것도 모르고 연초에 아무 간장으로 떡국 만들다가…


계란간장

(최애간장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이제부터는 하이브리드 스타일이다. 계란간장이라니. 이것이야 말로 나에게 꼭 필요했다. 나 같은 자취생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요리이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 달걀은 없지만 당장 마셔봐야지.

향은 보통 미만이다. 그리고 가장 덜 짰다. 해외에서 파는 계란간장보다 염도를 1/4 정도 더 낮췄다고 한다. 달걀노른자(반숙)의 담백한 맛 비슷한 것도 많이 느껴져서 달걀 간장 볶음밥의 필수요소인 참기름이 없어도 괜찮을 것 같다. 딱히 비벼먹는 거 말고도 비 오는 날 전 부쳐서 함께 먹기 좋은 맛이 난다.


회간장

(회에도 간장이 따로 있었구나)

이쯤 되면 독자들은 깨달았을 것이다. 이 녀석 ‘날’로 먹고 있다. 그래서 준비했다 날로 먹을 때 필요한 회간장이다. 회간장은 확실히 덜 짰다. 특징이라면 짠맛은 금방 가라앉고 담백한 끝 맛이 많이 올라오는 타입이었다. 찾아보니 다시마와 가다랑어포로 우려냈다고 한다.

간장 자체도 제법 맛있다. 문제가 있다면 너무 잘 어울릴 ‘고추냉이’가 없다는 것. 아니 그전에 회도 없잖아 우리는.


요리 에센스 연두

(조롱박처럼 생겼…조롱 아닙니다)

요리 에센스. 간장인지 아닌지 여전히 모르겠다. 하지만 콩을 발효해서 만들었다고 해서 간장 리스트에 넣어주기로 했다. 요리 에센스 연두는 2가지 맛이 왔다. 먼저 초록이를 마셔봤다. 맛의 밸런스가 굉장히 잘 맞춰져 있다. 적당히 짜고 단맛도 도는데. 감칠맛이 끝에 올라오는 게 아닌 탄산처럼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괜찮은 박자인데?

두 번째는 빨간 연두(청양초)다. 깔끔한 매운맛이길래. 매워봤자 얼마나 맵겠냐며 한 숟갈 마셔봤다. 잠깐만. 매운맛이 입술 위에서 칼부림을 친다. 매콤함이 아니라 그 시골의 고추건조기 농장에 온 향과 맛이 난다. 짠맛과 매운맛이 난타공연을 하는 느낌. 내 몸이 불탄다! 두… 두고 보자 샘표!


간장으로 아쉬워할까 봐
더 넣었어

간장을 다 마셨다. 그냥 짠맛이라고 생각했는데 각자 파이트 스타일이 다른 정말 치열한 전투였다. 문제는 간장 말고도 넣은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혹시 샘표가 보낸 게 아니라 사무실의 누군가가 그냥 인터넷으로 장을 본 게 아닐까?

1. 만능냉육수

왜냐하면 만능냉육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것은 마셔볼 만하지 않을까? 액상수프를 물과 섞어서 마시는 이 육수는 정말 훌륭했다. 여름에 먹는 냉면 국물의 맛이 그대로 났기 때문이다. 나는 원래도 면보다는 국물파였으니까 냉면집 갈 일 없이 이것만 마셔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 맛이면 동료들에게 선보여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났다(짜!). 이름과 달리 만능은 아닌 것 같다.

2. 비빔장

이번에는 비빔장이다. 물냉과 비냉 중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둘 다 나온 것 같다. 숟가락 위에 비빔장을 짜보았다. 아니 이건 액체가 아니잖아! 그래도 일단 짜보았으니 먹어본다. 비빔장은 생각보다 짜지 않다. 달큰한 맛이 난다. 동치미 느낌의 새콤함이 느껴지며 입맛을 돋우워준다. 오이, 계란, 면 순으로 더 있었으면 좋겠다.

3. 참기름

과연 이들은 우리의 한계를 어디까지라고 생각하고 보낸 것일까? 참기름이라니. 뚜껑을 열자마자 엄청난 향이 난다. 그렇다 고소의 향이다(아니다). 향이 풍부하게 들어있어서 맡는 코끝의 각도마다 다른 향이 나는 것 같다. 참기름을 한 숟갈 마셔봤다. 아 이 담백함의 결정체. 기름짐이 엄청 심하진 않고 깔끔하게 떨어진다. 마치 혓바닥을 얇게 코팅한 느낌까지 든다. 결국 이렇게 짜다 맵다 기름지게 끝났구나.


그런데 왜 간장을 보낸 걸까?

(그런데 왜 나는 마신걸까?)

현존하는 최고 간잽이 이동삼 명인이 간을 잡듯 몸 안에 맛있는 짠맛이 가득 쌓인 기분이다. 그냥 간장은 하나만 있으면 만능인 줄 알았는데 섬세한 작업을 위해 여러 간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짠맛’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 많은 노력과 제품이 나오는구나.

홀리듯 간장을 마시다 보니. 다시 의문이 떠올랐다. 근데 왜 간장을 보낸 걸까? 그제야 지난번에 썼던 원고의 내용이 떠오른다. “샘표간장과 생수를 섞으면 해장간장이 만들어진다…”

그렇다. 비록 숙취는 아니었지만 간장과 물을 계속 번갈아 마시면서 깨달았다. 샘표는 폭음을 줄이기 위해 숙취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짠맛이라는 타격을 더하고 있었다. 음주계의 다크 나이트라고 할까. 여러분 술 많이 마시지 마라. 숙취에 간장을 마실 일이 없어야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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