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코크의 라벨이 없어졌다? 음료의 라벨변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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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일대의 행운이 온 거라고 생각했다
코카콜라에 라벨이 없다”

미국에서 건너온 다이어트 코크에 라벨이 붙어있지 않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라벨이 없는 것은 아니고. 특유의 로고가 없다. 종이와 벼루와 먹을 준비했는데 글씨를 쓰지 않고 제출한 느낌이다. 지난 <세상에서 가장 비싼 콜라들>에서 말한 적이 있지만 만약 이게 공장 불량품이라면 나는 복권을 받은 것과 다름없다(콜라를 주입하지 않고 닫아버린 코카콜라가 25만 달러에 팔린 적이 있다).

라벨이 뭐라고 그리 난리냐고? 음료가 모델이면 라벨은 디자이너의 옷과 같다. 패션쇼 런웨이 같은 음료코너에서 사람들이 음료를 고르는 기준은 바로 이 옷… 아니 라벨이다. 라벨만 잘 바꿔도 음료는 성공할 수 있다고! 오늘은 음료 라벨의 독특한 시도에 대한 이야기다.


음료가 이름을 불렀더니
출석체크하듯 사더라

기존의 디자인을 유지하되 라벨에 변주를 주는 것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특히 라벨에 사람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보장된 성공으로 내려왔다. 왜냐하면 마시즘이 자기 이름을 찾아서 동네 편의점을 ‘닥터캡슐’을 모두 싹쓸이한 적이 있거든(…) 하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이름이 같은 사람들에게 선물을 준 기억이 있다.


닥터캡슐의 경우는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많이 사용하는 이름을 골라서 라벨을 꾸몄다. 사람의 이름과 응원의 메시지, 거기에 유산균 요구르트라는 조합이 맞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름 라벨을 사용해서 좋은 반응을 일으킨 음료 중에는 ‘처음처럼’이 있다. 처음처럼의 경우는 소비자가 직접 ‘OO처럼’이라고 신청을 하는 커스트마이징 서비스다. 처음에는 브랜드명에 변화를 준다는 점에서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지만, 젊은 주당들의 반응이 터졌다. 이에 문구 외에도 사진을 스티커처럼 붙이는 페이스 라벨을 선보이기도 했다고. 잠깐만 이렇게 가다가 그냥 소비자들이 알아서 라벨을 붙이게 하려는 거 아냐?


최애의 얼굴을 붙였더니
팬들이 앞다투어 모으더라

K-POP이 음료적으로 해낸 성과는 무엇일까? 바로 1음료 1모델의 구도를 깨고, 멤버별로 음료 라벨을 달리했다는 것이다. 사람 하나가 바뀌었다고 별건가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두 명을 모으다 보면 완전체를 만들고 싶은 욕구가 폭발한다. 이것이 콜렉터의 본능이다.

광동제약의 비타500은 소녀시대의 덕을 봤다(수지 이전에 소시였다). 2011년 걸그룹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때 비타500은 라벨마다 멤버들의 사진을 달았다. 거기에 편의점용 약국용으로 클로즈업 버전과 상반신 버전으로 나뉘었으니 총 18개의 비타 500 세트가 있었다. 소녀시대의 팬이라면 이 모든 음료를 모아 책상에 깔아놓는 것이 일종의 덕밍아웃이 되었다.

한류가 커지니 아이돌 그룹의 얼굴이 있는 음료들을 모으는 움직임이 국내 밖에서도 일어난다. (마시즘은 워너원 모으려다가 광탈한 기억이 있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BTS)과 코카콜라의 콜라보 음료가 나왔는데. 해외에서는 왜 한국에서만 파느냐는 문의와 온라인 중고 사이트에 고가로 방탄소년단 코카콜라 세트가 오르기도 했다. 역시 마케팅 중의 마케팅은 팬 마케팅이야.


월드스타의 고민
펩시는 이모지로 말한다

2016년 펩시는 캔에 글씨를 없애고 이모지(이모티콘)를 넣은 적이 있었다. 이름하야 펩시모지(PepsiMoji)다. 당시의 이모지는 새로운 대중문화이자 대체 언어로 급부상하고 있었다. 세계 각국에서 판매되는 펩시는 이런 흐름을 받아서 아예 이모지로 기록된 음료 패키징을 내놓은 것.

이로 인해 펩시는 트렌디한 이미지를 얻고, 이모지 특유의 긍정적인 감정표현을 함께 가져갈 수 있었다. 또한 음료 외에 펩시모지 앱을 출시하여 사람들에게 펩시 이모지를 사용하게 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이모지는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지만, 모두가 완벽히 알아들을 수는 없다는 것을 빼면(…)

그리고 이모티 더 무비(The Emoji Movie)가 골든 라즈베리 최악의 영화상에서 4관왕을 타기 점을 빼면… 애플에서 아예 말하는 애니모지가 나온 것만 빼면…


다이어트 코크는
왜 라벨을 없앴을까?

그리고 다이어트 코크다. 알고 보니 다이어트 코크의 라벨 없음(Unlabelde)는 공장 불량품이 아닌… 의도된 메시지라고 한다. 다이어트 코크는 말한다. 우리는 (음료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라벨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라벨이란 무엇인가? 어떤 것에 이름을 붙이는 행위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다이어트 코크는 음료에 자신들의 로고를 붙이지 않은 대신에 사회의 라벨링에서 피해를 봤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기로 했다는 것이다.


다이어트 코크에서는 사회적 편견으로 라벨링 되어버린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를 듣고 있다. 여기에는 인종, 장애, 종교, 성소수자들이 포함된다. 이들은 자신에게 부과된 라벨에 대해 싸우며, 자신 스스로 정체성의 라벨을 말하고 있다. 때마침 다이어트 코크는 1가지의 맛이 아닌 여러 맛이 있다는 점이 이런 다양한 목소리를 표현하는 데에도 잘 어울리는 듯하다.


라벨을 바꿨을 뿐인데
의미가 생긴다

레어템이 와서 (돈 버는 줄 알고) 기뻐했던 나를 반성했다. 음료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시작된 라벨은 이제 지나가는 사람에게 이름을 불러 출석체크를 할 수 있고, 수집의 즐거움을 줄 수 있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 어쩌면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마주치는 물품이기에 이런 라벨의 변주가 가능한 것이 아닐까?

마시는 음료도 있지만, 그전에 시각적으로 보는 것이 먼저다. 앞으로도 더욱 재미있고, 사회적인 의미도 챙길 수 있는 라벨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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