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드링크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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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은 커피, 다음날은 박카스
마지막은 레드불로 달린다”

시험기간 책상의 풍경은 비장함이 가득하다. 짧은 시간 내에 그동안 미뤄둔 것들을 뇌에 주입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사슴이 사자에게 쫓길 때 극도의 집중력이 발휘된다는 ‘사슴공부법’을 할 것인가, 시험 범위의 반절만 가져가는 ‘타노스 공부법’을 택할 것인가. 공부법을 고민하느라 공부를 못할 정도다. 하지만 음료는 심플하다. 더 강한 거! 더 졸음이 오지 않는 거! 바로 에너지 드링크다.

에너지 드링크에 대한 우리의 사랑은 벼락치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일하면서도 마시고, 운동이나 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마신다. 공부를 포기하고 파티를 즐기러 가도 마실 확률이 크다. 물론 마시즘도 지금 마시고 있다. 마감이 코앞이거든. 레드불, 핫식스, 몬스터, 스누피 나를 도와줘!


원조논쟁
누가 에너지 드링크 소리를 내었는가?

(미국식 에너지 드링크인 졸트콜라와 일본의 리포비탄D)

모든 음료의 시작은 에너지 드링크였다. 마시면 힘이 나거나 기분이 좋아지니까. 하지만 현재의 에너지 드링크 형태를 봤을 때 원조라고 부를 수 있는 음료는 두 종류다. 바로 미국의 코카콜라(Coca-Cola)와 일본의 리포비탄(Lipovitan)이다.

1886년 출시된 코카콜라(그리고 펩시)는 자양강장제처럼 판매가 되었다. 카페인이 들어있는 것은 물론 코카나무 잎까지 들어가(당시에는 의약품으로 쓰임) 각성을 도왔기 때문이다. 코카나무 잎 성분이 빠지고 나서도 콜라는 훌륭한 각성용 음료가 될 수 있었다. 1985년에 ‘졸트 콜라(Jolt Cola)’는 다른 녀석들에 비해 ‘카페인과 설탕이 2배’라는 도발적인 컨셉으로 나타나서 학생들의 사랑을 받은 적이 있다. 카페인이 2배인 콜라라니!

1962년 일본 다이쇼(Taisho)라는 회사에서 만든 ‘리포비탄(Lipovitan)’은 우리나라의 ‘박카스’를 생각하면 된다. 작은 갈색병에 담긴 카페인과 타우린은 노동자들의 피로회복제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생긴 것도 사용처도 오늘날 에너지 드링크와 비교하면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 리포비탄의 영향을 받은 태국의 음료 이름이 바로 ‘레드불(Red Bull)’이라면 어떻게 될까?


레드불의 탄생
피로회복제에서 파티음료로

(레드불의 시작은 리포비탄 같은 자양강장제였다)

1975년, 태국에서는 ‘리포비탄’의 레시피를 현지화시킨 음료가 탄생한다. 바로 찰 레오 유비디야(ChaleoYoovidhya)가 만든 크라팅 다엥(Krating Daeng)이다. 그는 리포비탄의 레시피를 태국 현지 입맛에 맞게 하기 위해 달콤한 맛으로 변형을 시켜 인기를 끈다. 그때까지만 해도 갈색병에 담긴 피로회복제에 불과했다.

하지만 우연히 태국에 출장을 온 오스트리아인 디트리히 마테쉬츠를 만나고 이 음료의 역사가 바뀌었다. 이 음료에 반한 그는 즉시 크라팅 다엥에 동업을 하기로 했고. 세 가지 큰 변화를 주었다. 먼저 갈색병을 은색과 파란색 알루미늄 캔으로 바꾼 것, 탄산음료로 종류를 바꾼 것. 마지막으로 노동자가 아닌 클럽파티용 믹서(술과 섞어마시는 것)로 사용한 것이다.

1987년, 드디어 레드불(크라팅 다엥을 영어로 하면 레드불이다)이 출격한다. 출시 직전 오스트리아인들에게 조사단 평가를 했다. 절반 이상은 놀라워하며 말했다. ‘맛이 끔찍해요’


마케팅은 어떻게 레드불에 날개를 달아줬을까?

(이게 음료회사야 관종이야)

익숙하지 않은 맛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레드불은 창업 첫 해 80만 유로(약 10억 5,700만원)를 벌었다. 그리고 7년 만에 1억 유로(약 1,322억원)를 돌파했다.

디트리히 마테쉬츠의 전략이 맞았다. 피로회복제를 떠 올 릴 때 학생이나 노동자 정도밖에 생각이 나지 않지만, 파티용 믹서로 사용될 때 젊은 사람들은 물론 파티를 가지 않는 사람들도 이 음료의 젊고 활기찬 이미지를 좋아하게 되었다. ‘날개를 달아드립니다(Gives you wings)’라는 슬로건처럼 레드불은 날개 돋친 듯 판매되었다.

레드불은 이제 음료를 뛰어넘어서 스스로가 콘텐츠가 되어가고 있다. 디트리히 마테취스는 레드불을 ‘에너지 드링크를 판매하는 미디어 회사’라고 말한다. 스포츠 팀의 스폰서가 되는 것은 물론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콘텐츠를 레드불이 적극 지원하는 것이다. 2012년 우주 낙하 프로젝트 ‘레드불 스트라토스(Red Bull Stratos)’가 최고였다. 대체 어떤 음료회사가 스카이다이버에게 우주복을 입혀서 성층권에서 지구로 떨어뜨릴 생각을 하냐고.


에너지 드링크는 어떻게 우리를 깨울까?

이야기가 우주로(?) 갔다. 우리는 이제 에너지 드링크가 익숙한 시대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드링크가 어떤 각성 작용으로 우리를 깨우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지 못한다. 에너지 드링크는 정말로 내일의 나의 체력을 끌어다가 오늘 쓰는 에너지 대출이 맞을까?

에너지 드링크의 각성효과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못했다. 보통 에너지 드링크를 말할 때 카페인을 이야기 하지만 에너지 드링크 속 카페인은 커피의 절반에서 1/3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타우린과 당분이 함께 팀워크로 작업을 해서 각성을 최대화하는데 돕는다고 추측할 뿐이다. 문제는 카페인이든 당분이든 많이 마시면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하… 하루에 20캔 마시는 사람이 실명 위기에 빠졌다거나, 6시간 동안 에너지 드링크 25캔을 마셨다가 죽을 위기를 겪은 사람의 이야기까지. 마시즘이 할 수 있는 말은 한 가지다. 집밥을 그런 포스로 먹어도 목숨이 위험하다고. 아무리 좋아해도 오래 마시고 싶으면 조금씩 마시는 게 중요하다.


다양화되는 에너지 드링크 시장

(으아아아 콜라를 마시며 에너지를 채울 수 있다니)

에너지 드링크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음료다. 최근에는 코카콜라에서 ‘코카콜라 에너지’라는 에너지 드링크를 유럽에 출시했을 정도다. 이에 펩시도 에너지 드링크를 만든다는 이야기까지 돌 정도(일본에는 예전에 한 번 출시된 모양입니다)니 기존 음료시장에서도 에너지 드링크는 해적들의 보물섬 같은 존재가 아닐까.

건강함과 자연스러움이 기반이 된 에너지 드링크들도 보인다. 녹차와 홍차 등의 유기농 재료에서 만든 에너지 음료 ‘티툴리아(Teatulia)’나 지방분해를 촉진시켜 에너지를 극대화시킨다는 ‘케토 인 어 보틀(Keto in a bottle)’까지 기존에 알고 있던 에너지 드링크의 영역은 다양해지고 있다.

한정된 시간에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은 오늘날. 에너지 드링크는 다음 세대를 대표할 음료다. 과연 어떤 에너지 드링크가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번외 : 한국에도 에너지 드링크가 있었다

한국에도 옛날부터 에너지 드링크가 있었다는 제보를 받았다. 1997년도에 나온 레드 데블스, 2002년에 나온 말벌 100km. 음료는 타이밍이라고 했던가. 너무 일찍 나왔다가 이해하지 못하고 사라진 한국형 에너지 드링크에게 묵념을.

  • 참고문헌
  • ‘레드불’은 왜 에너지드링크를 파는 ‘미디어회사’라고 할까, 윤신원, 아시아경제, 2019.7.22
  • [J-FOOD 비즈니스]日 신감각 에너지 드링크 화제, tlrvnadhltlrruddud, 2019.6.1
  • 에너지드링크를 탐하다, 동아사이언스, 2019.1.13
  • 미국 음료 시장 ‘클린에너지’가 뜬다, 유성호, 소믈리에타임즈, 2019.5.4
  • How Do Energy Drinks Work?, STEPHANIE WATSON, howstuffworks
  • Jolt Cola: The Original Caffeine Energy Drink, Jamie, Everything 80’s Potcast, 2019.3.16
  • Who Made That Energy Drink?, Daniel Engber, The New York Times Magazine, 2013.12.6
  • The History Of Energy Drinks: A Look Back, Samantha Lile, Wall Street Insanity, 20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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