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취향인가 치약인가, 민초단의 뿌리를 찾아서

0
393 views

“지금 거리에는
민초의 난이 벌어지고 있다”

민초의 난. 그렇다. 민트초코(줄여서 민초)의 대반격이 펼쳐진 것이다. 그동안 배스킨라빈스에서 초록색 아이스크림을 고르면 “너 그런 걸 먹어?”라며 대중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민밍아웃’을 하고 있다. 그래 나 민트초코 쳐돌이야.

심지어 민트초코에 충성하는 사람들을 모아 ‘민초단’을 만들었다. 민초단들은 어느 연예인 못지않은 팬덤을 가지고 있다. 아니 그들은 연예인과 공인,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가상인물까지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자와 아닌 자를 나누어 민초리스트를 만들 정도였다. 마시즘 역시 민초단의 영입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그들은 손을 건네며 말했다. “민트초코 좋아하세요?”

(이런 짤들이 횡행하고 있다)

아니다. 민트초코라니. 솔의눈과 데자와를 좋아하고, 코코넛 워터도 잘 마시고, 칸타타 스파클링까지 섭렵한 음료계의 박애주의자 마시즘이지만. 민트초코. 이 음식계의 피콜로는 좋아하기가 어렵다. 청량하고 톡 쏘기는 하는데 달콤함이 사라지잖아.

하지만 모든 마실 것들(민트가 들어간 음료는 참 많다)을 사랑하기로 결심한 마시즘. 오늘은 민트 그리고 민트초코에 대한 역사와 논쟁을 다뤄본다. 반대편의 눈에서 아주 냉정하고 진중하게 다뤄주겠다.


민트의 시작
하데스의 외도에서부터?

(아내를 두고 바람이라니 하데스가 죽일 놈인데, 이… 이미 죽었던가?)

민트초코를 알아보기 전에 만악의 근원(?) 민트를 해부해보자. 영어로는 민트(Mint), 한자로는 ‘박하(薄荷)’, 우리말로는 ‘영생이’로 불리는 이 녀석은 번식력과 생존력이 뛰어나 자칫 잡초 취급을 받을 뻔한 녀석이다. 하지만 특유의 상쾌한 향 덕분에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민트’라는 이름은 막장드라마 아니,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나온 것. 지하세계의 왕이자 죽음의 신 ‘하데스’가 한 요정과 불륜관계에 빠진 것이다. 그 요정의 이름이 ‘멘테(Menthe)’였다. 이 부적절한 사이를 알게 된 하데스의 아내 ‘페르세포네’가 화가 나서 그녀를 풀로 만들어 버린다(그녀는 농경의 여신 데메테르의 딸이다). 그 풀이 오늘날의 민트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무슨 교훈을 줄까? 그렇다. 멘테와 하데스. 민트는 곧 죽음이라는 사실이다(아니다).


민트의 역사
민초단의 뿌리를 찾아서

(이것이 민트다. 깻잎스타일이군)

민트는 오래전부터 인간과 함께 지내왔다. 그리스 사람들은 예식에 민트를 사용했고, 로마 사람들은 민트로 만든 화환을 선물했다. 성경에서는 바리새인들이 십일조로 민트를 내기도 했다. 그렇다. 민초단의 뿌리는 생각보다 훨씬 깊은 것이다.

그렇지만 주로 약으로 쓰이던 민트가 차덕후(?)의 나라 영국에서 1750년대에 재배되었다. 또한 페퍼민트차를 비롯해 민트향에 매료되는 사람이 늘어났다. (당시) 전교 1등이 즐기면 모두가 다 따라 하는 법. 민트는 굉장히 대중적인 사랑을 받게 된다.

음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가장 유명한 것은 페퍼민트 티를 비롯한 차들이지만, 모히또에도 민트 잎이 들어간다. 민트 잎을 숙성시킨 술인 ‘크렘 드 멘트’가 있고, 민트 라떼나 민트 아메리카노도 있다. 항상 콘텐츠를 만들며 관련 음료를 마시는 마시즘이 지금 들고 있는 것도 덴마크 민트초코우유(…)다. 약간 와신상담 마인드로 마시고 있다랄까?


민트초코가
영국 왕실 출신이라고?

(민트초코는 아이스크림 디저트로 시작되었다, 사진출처 : Austin Kirk)

그렇다면 누가 민트에 초콜릿을 섞을 생각을 했을까? 민트초코는 1973년 영국, 그것도 왕실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엘리자베스 2세의 딸인 ‘앤(Anne)’공주의 결혼식이 준비 중이었는데. 여기에 쓰일 디저트를 공모한 것. 수많은 참가 작품 중에 우승한 디저트의 이름이 바로 ‘민트 로열(Mint Ryale)’이라고.

​​민트 로열은 ‘마릴린 리케츠(Marilyn Ricketts)’라는 이가 만들었다. 그는 민트추출액과 초콜릿을 결합하여 아이스크림을 만들었고, 오늘날의 민트초코가 있게 하였다. 때문에 민초단들은 민트초코가 영국 왕실에서 탄생한 위대한 조합이라고 홍보한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역시 영국 음식’이라는 반응뿐이다.

역사의 아픔 중에 병인양요와 신미양요가 있다면, 민트계에는 배스킨라빈스가 있었다(31가지라고 했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접한 한국사람들은 처음에는 이 맛을 생소하게 여겼지만 곧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짜장과 짬뽕, 부먹과 찍먹 논쟁의 뒤를 이어 ‘민초논쟁’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민트초코로 전국민이 나뉘게 된다니. 오호 통재라. 민트초코를 둘러싼 현대판 붕당정치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보이콧과 바이콧이 동시에 일어나는 민초의 난)

먼저 민초단(민트초코 극호파)이다. 이들은 초콜릿은 보통 먹을수록 끈적거리지만, 민트초코의 경우는 달콤하게 시작했다가 마지막이 깔끔하고 상쾌하기 때문에 우수한 맛이라고 주장한다. 어차피 맛이라는 것은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민트초코의 존재를 인정해달라고 성명을 내고 있다.

다음은 불호파다. 거두절미하고 이것은 치약 맛이라고 말한다(치약에 민트향이 들어가 있는 것이겠지만). 협상의 여지가 있는 쪽은 초코와 민트는 서로의 장점을 가리는 불필요한 조합이라고 말한다. 민트의 청량함은 초코의 끈적한 느낌이 가리고, 초코의 달콤함은 민트의 쏘는 맛이 가린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민트파다. “절대 우리 민트에는 아무것도 섞을 수 없어.”라고 주장하며 민트초코를 시켜 민트만 먹고 초코를 남기는 기행을 선보이고 있다.

 


모두가 적당히 좋아하는 것보다
소수가 미칠 듯 좋아하는 게 낫다

(음료는 아니지만 이거 정말 실화 됩니까…)

민초의 난은 자본주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기업들은 발 다투어 민트초코 관련 식품을 내놓고 있다. 각종 민트초코 음료는 기본이고 민트초코파이, 민트초코바, 민트초코 마카롱, 민트초코 케이크, 민트초코 인절미, 민트초코 붕어빵까지(…) 너도나도 초록색 민트초코 제품을 내고 있다.

대중들의 취향이 한 번에 몽땅 바뀌어서 일까? 아니다. 작지만 충성도 있는 팬덤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민트초코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하나의 밈(Internet Meme)이 되어 재미를 준다. 단지 민트초코버전을 낸 것만으로도 누군가는 열광하고, 누군가는 경악하며, 뜨거운 관심을 보인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민초의 난의 정체인 것이다. 민트초코 이 기세로 내년 총선까지 가자!

영국은 밀크티에서 우유를 넣는 순서를 가지고도 싸우고, 한국은 탕수육에 소스를 붓는 것만으로도 의절이 일어날 정도라고 한다. 식재료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뜨거워질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재미있는 현상이다. 때문에 소수만을 위한 색깔과 풍미를 가진 민트초코의 앞길이 기대가 된다. 무… 물론 나는 안 마실게. 많이 마셔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