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의 애피타이저, 요즘 것들의 숙취해소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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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있었지만 마실 수 없었다
숙취해소음료에서 세대차이를 느낄 줄이야”

연말연시라는 음주시즌이 돌아왔다. 하지만 진정한 프로는 취하지 않는 법. ‘오늘은 제대로 마셔봐야지!’하는 친구의 말에 나의 비밀병기 여명을 몰래 챙겨 왔다. 그런데 마실 수가 없었다. 친구들이 가져온 숙취해소음료들이 너무 세련되어 보였기 때문이다. 세상이 언제 이렇게 바뀐 거지? 나는 주머니 속의 여명을 꼭 쥐었다. 808 남종현 선생님 왜 그랬어요. 패키지 정도는 바꿀 수 있는 거잖아요.

(여명아 미안해, 주머니에 숨겨만 놔서 미안해)

<숙취해소음료의 모든 것>을 비교하였던 2년 전과 지금은 많은 것이 변했다. 숙취해소음료는 더 이상 프로음주러의 묘약이 아닌 20대들도 즐겨 마시는 잇템이 되었다. 오직 효과만을 바라고 마셨던 것과 달리 요즘은 디자인부터 맛까지 개성이 넘친다고.

그래서 준비했다. 오늘 마시즘은 요즘 것들의 숙취해소음료(그리고 환과 젤리)에 대한 비교연구다. 나도 이제 숙취계의 얼리어답터가 되는 건가?


연구 배경 :
요즘 숙취해소음료들은 한 특징하거든요?

생사를 걸고 짝으로 술을 마시던 시기는 지났다. 요즘에는 술 자체는 적당히 즐기되 대화나 경험을 중시하는 분위기다. 숙취해소음료 역시 숨어서 마시는 게 아니라, 본격적으로 잔을 꺾기(?) 전에 서로 챙겨주는 술자리 문화의 일부가 되었다고.

이번 연구에서는 이런 상황을 반영하여 ‘효과’보다는 ‘어떤 경험’을 주는지를 4가지로 나눠 조사하였고, 각각의 실험군에 대한 평가와 이미지를 작성했다

  1. 디자인 : 술자리에서 꺼내놓기에 미적인가
  2. 맛 : 술맛을 해치지 않을 정도의 맛인가
  3. 가성비 : 가격 대비 숙취 효과에 만족하는가
  4. 접근성 : 구매하기가 용이한가

실험대상 :
숙취해소계의 떠오르는 아이템들

(깨수깡, 헛개로 깨초코, 컨디션CEO, 레디큐 츄, 상쾌환, RU21)

술자리 문화와 함께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기존에 득세하던 ‘음료파’ 외에도 ‘비 음료파’가 생겼다는 것이다. 심지어 레디큐의 경우는 이전에는 음료로 실험에 참가했지만, 이번에는 젤리가 되어 돌아왔다. 마실 수 있는 것만 다루는 마시즘이지만, 숙취해소시장을 완벽하게 분석하기 위해 실험군에 집어넣었다. 나름 마셔보려고 혀로 약과 환을 녹여봤는데 안 되더라고.

(실험은 선 숙취해소템 후 음주였다)

숙취해소음료를 마시는 시점은 음주를 하기 전으로 설정했다. 때마침 기네스 맥주에 빠져 2주간 매일 기네스 500ml를 2캔씩 마셨다(마시즘은 한 캔만 마셔도 적당히 취한다). 확실히 미리 음주를 대비하는 편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각 제품마다 차이는 대동소이했지만 구매한 가격이나 음료가 가진 이미지에 따라 만족도가 달랐다.

그 외에도 다른 평가기준을 실험하기 위해 술이 깨어있을 때도 숙취해소음료를 듣고, 씹고, 맛보고, 즐기기를(?) 멈추지 않았다.

사족이 길었다. 그렇다면 세대교체를 이끌 숙취해소템은 무엇이 있을까?


디자인 :
숙취해소음료는 ‘패션’이야

  1. 상쾌한 : 디자인이 없었다면 당신 은단이야
  2. 깨수깡 : 귀여움과 레트로의 콜라보
  3. 레디큐 츄 : 숙취계의 이모티콘이랄까?

옷만 잘 입어도 하루의 자신감이 다르다. 이것은 숙취음료의 세게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동안은 약국에서 파는 (고딕체 글씨만 크게 박힌) 약 같았던 숙취해소음료들이 옷을 굉장히 세련되게 입었다. 그 혜택을 가장 많이 본 것은 ‘상쾌환’이다. 만약 혜리… 아니 디자인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것을 먹었을까?

뒤를 이어 귀여운 캐릭터들이 눈에 띈다. 깨수깡은 역사가 깊은 녀석인 줄 알았는데 실험군 중에 가장 막내였다. 동묘에서 구제 패션을 걸친 듯 레트로함을 살렸다랄까. 레디큐 츄는 젤리 안에 눈(속눈썹 그린 것도 있다)과 입을 그려 넣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 피식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맛 :
숙취해소음료는 술자리 ‘애피타이저’야

  1. 깨수깡 : 오렌지향 탄산이 숙취해소음료야?
  2. 헛개로 깨초코 : 초코우유파여 당당하게 술자리 초코우유 마시자
  3. 레디큐 츄 : 술 취하면 마이구미 맛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클래식 숙취해소음료를 젊은이들이 꺼려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맛’이다. 나 또한 어린 시절 숙취를 없애려고 숙취해소음료를 마셨다가 속 안의 모든 것을 뱉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름 독소 제거인 줄 알았는데 그냥 몸이 안 받는 거였어.

다행히도 숙취해소시장은 천편일률적인 한약 맛에서 많이 탈출을 했다. 깨수깡은 사실 ‘해조류 및 식물 복합추출물’이라고 쓰여있어서 미역 맛이 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마셔보니 감귤 맛. 심지어 탄산음료다. 역시 제주도 사람들은 숙취해소도 감귤로 하는 거였군(아니다).

뒤이어 ‘헛개로 깨초코’다. 살짝 초코우유에 헛개수를 탄 느낌도 나지만, 다른 녀석들에 비하면 이 달콤함은 사치다. 그동안 초코우유로 숙취해소를 한다고 하면 무시받기 쉬웠다. 하지만 이제 헛개로 깨초코라고. 마지막으로 레디큐 츄다. 애초에 맛있는 숙취해소음료로 시작한 레디큐는 젤리가 되어서도 상큼함을 잊지 않았다.

상쾌환, RU21은 맛 자체가 없어서 고마웠다. 안 나는 게 나을 때가 있어.


가성비 :
문제는 가격 대비 효과 아닙니까?

  1. RU21 : 노는 물이 다르다, 약국의 스테디셀러
  2. 헛개로 깨초코 : 숙취해소템 중 제일 싼 녀석, 하지만 초코우유에서 제일 비싼 녀석
  3. 상쾌환 : 가볍게 먹지만 전문적 이어 보인다

숙취해소효과를 보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거기에 ‘주머니 사정’을 함께 더해보았다. RU21은 약국에서 만날 수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대량 구매가 가능하다. 이 녀석은 술을 마시기 전에 2알, 먹고 나서 2알, 다음 날 2알을 챙겨 먹어야 하는 번거로운 녀석이라 함부로 취할 정신이 올라오지 않는다.

헛개로 깨초코는 후보군들 중 저렴한 가격대를 자랑한다. 문제는 너무 저렴해서 신뢰가 가지 않는 점(왜 숙취해소음료가 우유코너에 있지?). 그리고 초코우유 치고는 너무 비싸서 손이 가지 않는다는 것(왜 초코우유가 숙취해소음료라고 말하지?)뿐이다.

상쾌환은 아시다시피 저렴함과 간편함을 중심으로 많은 음주러의 사랑을 받고 잇다. ‘환’이라는 독특함 때문에 더욱 전문적 이어 보이기도 한다.


접근성 :
숙취해소음료도 약으로 쓰려면 없더라

  1. 상쾌환 : 기억하세요, 언제나, 편의점, 계산 코너
  2. 깨수깡 : 편의점, 마트를 다 두드리는 신상의 패기
  3. 컨디션 CEO : 봤는데, 돈이 없어서 못 본 척할게요

평소 가방에 숙취해소제를 미리 준비를 해둔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는 항목이다(물론 숙취해소제를 매일 챙기고 다니는 사람이 더 무섭다). 하지만 종종 음주상태에서 급박하게 숙취해소제가 필요한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RU21에게 미안하지만 약국은 탈락. 술 마실 때는 거의 다 닫더라고.

이를 실험하기 위해 총 10곳의 편의점과 마트를 들렀다. 상쾌환의 경우에는 모든 편의점에 비치되어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았다. 심지어 카운터나 껌 코너 같은 돈을 내는 곳과 가까이 있었다.

두 번째로는 깨수깡. 생각보다 없을 줄 알았는데 신상이어서 이곳저곳에 눈에 띈다. 프로모션까지 하는 곳들이 많아서. 1캔 사러 갔다가 2캔 사서 나오는 경우도 있다. 프리미엄 숙취해소음료 컨디션CEO에는 그런 것은 없다. 마트와 편의점에서 발견을 했어도 지갑에 돈을 발견하지 못하면 살 수 없는 너란 녀석은…

레디큐 츄는 올리브영과 같은 드럭스토어에서 판매를 한다. 헛개로 깨초코의 경우는 유통기한이 적은 가공유 특성상 필요할 때 사라지는 일들이 많다. 몇 주 전만 해도 분명 많았는데… 취하면 왜 이리 찾기가 힘들지.


총평 :
내가 마시는 숙취해소음료가 나를 말해준다

(물론 이렇게 다 마시고 다니는 사람은 조심하세요)

각각의 특징을 가진 숙취해소음료(를 비롯한 환, 약, 젤리)를 알아보았다. 우리가 알콜지수만 채우려 술을 마시는 게 아니듯이, 숙취해소음료 역시 자신과 어울리는 것을 고르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내가 고른 숙취해소음료들은 술자리에서 나의 캐릭터가 될 수 있다. 뭐랄까? 같은 술자리에서 깨수깡이나 레디큐츄를 꺼낸 사람과 RU21을 꺼낸 사람의 분위기는 달라보이잖아.

  • 술자리 음료 관상법, 왠지 이럴 거 같다(가나다순)
  • 깨수깡 : 신상털이형, 스마트폰부터 숙취해소음료까지 새로움은 우리를 들뜨게 한다
  • 레디큐 츄 : 고뇌형, 이것은 숙취해소젤리인가 그냥 젤리인가
  • 상쾌환 : 안전투자형, 상쾌환만 골라도 중간은 간다
  • 컨디션CEO : 곽철용형, 숙취해소음료 한 병에 만원을 태워?
  • 헛개로 깨초코 : 어른이형, 술은 먹고 싶지만 동심은 갖고 싶어
  • RU21 : 화타형, 음주 고수의 향기가 느껴진다 도망쳐

송년회, 망년회, 신년회로 이어지는 음주 시즌이다. 다년간의 음주 끝에 배운 사실은 숙취를 다스리는 자만이 즐거운 술자리를 기억한다는 것이다. 술고래에게도, 알콜귀여미에게도 숙취해소음료는 즐거운 경험을 보관해주는 선택이다. 과연 당신은 어떤 숙취해소음료를 고를까?

여기 술자리의 개막식과 같은 숙취해소음료를 마실 시간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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