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추리극, 황성주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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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가 가득한 거리를 홀로 걷는다. 누구를 만나지도, 인사를 나누지도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하나. 요즘 여동생의 입에 부쩍 오르내리는 남자의 정체를 찾기 위해서다. 황. 성. 주. 대체 황성주가 누구길래 내가 아끼는 동생이 매일 아침마다 황성주, 황성주 하는 거지?

연애에 쿨한 척 하지만 사실은 궁금한 남자. 그는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음료 신상털이…이지만 오늘은 신상털이 마시즘이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갈 때까지!라고 말하면 뿌릴 거 같으니까 아무튼 안된다. 음료는 믿을 수 있어도, 사람은 믿을 게 아니야!


그런데 그것이 음료였군요

그렇다. 우연히 들어간 편의점에서 황성주씨를 만나고 말았다. 그것도 신상음료코너에 8분(팩)이나 계셨다. 풀네임은 ‘황성주의 과채습관’이다. 당신의 음료에 이름과 얼굴을 새긴 것도 모자라 습관마저도 마시고 싶게 만들다니 마성의 남자가 아닌가.

건강과는 거리가 멀었던 마시즘은 몰랐다. 황성주. 그는 국내에 ‘생식’열풍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다. 생식은 말 그대로 조리하지 않고 생으로 먹는 것을 말한다. 엄마가 채소를 조리하지 않고 씻어서 먹었던 것, 아빠가 생선회를 안주로 먹는 것. 그리고 내가 리뷰를 날로 먹는 것도 생식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아니다).

그는 생식계에서는 패왕에 가깝다. 생식, 두유를 포함한 모든 제품에 황성주라는 이름 석자와 얼굴을 달고 나온다. 일종의 해적기 같은 거다. 그리고 이제 편의점이라는 신세계에 진출한 것이다. 문제는 나 같은 음료쾌락주의자가 이름을 못 알아본 것뿐이겠지. 죄송합니다 선생님.


과채습관의 맛? 있어는 드릴게

결국에는 음료리뷰다. 황성주의 과채습관을 알아보자. 이 음료는 옐로우와 퍼플 두 가지로 나뉜다. 아무리 음료라도 사람 얼굴이 그려있으면 낯을 가리는 마시즘. 옐로우 하나만 사서 떠날 참이었는데 1+1행사라 1개를 더 챙기게 되었다. 낯을 가리기 전에 빨리 마셔보자.

먼저 옐로우다. 메인으로는 사과와 오렌지, 당근이 그려져 있다. 문제는 사과는 빨간색이고, 오렌지와 당근은 주황색인데 음료의 이름이 옐로우라니. 혹시 내가 알던 이 과일의 색깔이 옐로우가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게 되는 네이밍이 아닌가.

의문을 뒤로한 채 황성주의 과채습관 옐로우를 마셨다. 사과주스의 맛으로 시작해서 오렌지주스의 적당한 상큼함이 섞인 느낌이다. 나쁘지도 않지만 튀지도 않는 맛. 하지만 이 녀석의 비밀은 팩의 옆면 원재료명에 적혀있다. 우리가 혀로 느낀 사과농축액, 당근농축액, 오렌지농축액까지는 알겠는데…

뒤에 야채혼합즙, 돼지감자, 토마토퓨레, 호박, 노란당근, 셀러리, 볶은피망, 완두콩, 단호박… 농축액 등이 들어있다. 어려서부터 과일 샐러드의 과일만 쏙쏙 빼먹던 나는 황성주 선생님의 계략에 채소를 먹어버리고 말았다.


다음은 황성주의 과채습관 퍼플이다. 일단 색깔이 잘 배치가 되어 마음이 안정된다. 보라색 포도와 아로니아, 이게 바로 퍼플이지… 라고 하는 순간 한쪽에 그려진 당근이 너무 눈에 띈다. 이를 디자이너도 알았는지 포장의 한쪽 구석에 당근을 귀양을 보냈다.

황성주의 과채습관 퍼플에는 익숙한 맛이 난다. 포도주스와 아로니아 건강즙의 중간쯤 되는 맛이랄까? 문제는 역시나 이 익숙한 맛 속에 야채혼합즙, 돼지감자, 토마토퓨레, 호박, 노란당근, 그만해!… 스러운 재료들이 쏙쏙 들어있다는 것. 이거 완전 과채음료판 트로이목마 아니냐.


방심한 사이 야채를 찔러 넣는다

맛은 일반 과채음료들과 비슷하다. 하지만 들어있는 재료의 가짓수가 다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왔다면 재료 낭비라고 혼났을 구성인데, 황성주 선생님은 다르다. 맛만 챙기지 말고 야채를 챙겨 먹으라는 배려가 숨어있는 것이다.

황성주는 누구인가를 찾아 떠난 모험에서 음료에 대한 고찰을 한다. 누구는 즐겁게 마시기 위한 만큼, 다른 누구는 몸을 생각하며 마시는 것이겠지. 나 또한 이런 음료들을 평소에 마셔둬야 더 독특한 음료를 마실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라는 소감이 잠자던 브랜드의 코털을 건드리고 말았다. “후후 건강하고 독특한 음료가 필요하시다고요?” 콜라와 술로 행복한 삶에 다른 녀석들이 찾아오게 되었다. 이게 다 황성주 선생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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