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타타 VS 티오피, 2차 캔커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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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쓰비의 시대는 영원할 줄 알았다
집 앞에 스타벅스가 생기기 전까지”

지난 화 ‘맥스웰 VS 네스카페 VS 레쓰비 캔커피 삼국지‘에서 마지막 웃음을 지은 것은 레쓰비였다. 캔커피 시장을 제패한 레쓰비의 시대는 영원했을까? 안타깝게도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2000년대 중반, 스타벅스를 비롯한 커피 전문점들이 생기며 커피의 기준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커피의 산지와 로스팅, 추출과정까지 따지는 원두커피의 진격은 캔커피는 물론 인스턴트커피 세계 자체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 동안 내가 마신 커피가 사실 커피맛을 흉내 낸 음료라는 거였어?”

물론 아니지만(개인적으로는 장르가 다르다고 생각), 커피전문점의 힘은 대단했다. 이전의 캔커피를 그저 오래된 것들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커피가 담기는 곳은 캔에서 다시 잔으로 옮겨졌다. 오늘은 다시 영광을 되찾기 위한 캔커피의 도전에 대한 이야기다.


인스턴트커피이길 포기한다
프리미엄 캔커피 칸타타 출격

2007년 4월, 롯데칠성음료의 ‘칸타타’가 출격한다. 기존의 인스턴트커피가 아닌 카페 전문점의 커피를 원하는 20~30을 노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2세대 캔커피의 막을 연 칸타타는 여러 부분에서 기존 캔커피와 차이를 냈다. 커피를 만든 원두의 산지를 강조하였고, 드립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했다. 또한 가볍고 휴대가 쉬운 군용 수통… 아니 NB캔(New Bottle Can)을 사용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제조과정에서 ‘네이밍’을 어떻게 하는가였다. 개발팀은 아이디어가 될만한 것들을 긁어모으다가 단서가 된 것은 (지워버릴 뻔한) 메일에서였다. 메일에는 음악의 아버지 바흐의 ‘커피 칸타타’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이거다! 왜 아무도 이걸 생각 못했지” 싶어 특허청에 상표를 검색했다. 안타깝게도 서울우유에서 ‘칸타타’에 대한 상표권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났는데 갱신을 안 해서 무효라는 게 함정.

(형이 왜 거기 있어)

짧은 순간의 지옥과 천국을 보내며 ‘칸타타’가 출격했다. 심지어 모델은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인기를 끈(그리고 커피전문점 시대를 낸) 배우 ‘공유’였다. 아니 형이 여기서 왜 나와.

1,000원이 넘는 비싼 캔커피가 어떻게 팔릴 수 있겠냐는 우려와 달리 칸타타는 출시 5개월 만에 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다. 사실 출시 6년 만에 연간 매출 1,000억원을 넘기는 홈런타자가 되었다(총매출은 2017년에 1조를 넘겼다).

(1세대가 레쓰비라면, 2세대 캔커피는 칸타타가 열고 지배했다)

이러한 칸타타의 성공에 ‘원두에 관한 4가지 진실(남양유업)’, ‘콰트라 바이 카페라떼(매일유업)’ 등 후발업체들도 원두를 강조한 프리미엄 캔커피를 출시한다. 스타벅스를 비롯한 커피 프랜차이즈들도 캔커피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칸타타는 12년 동안 1위로 아무도 왕좌를 넘볼 수 없었다. 단 한 녀석 TOP만 제외하면 말이다.


네가 커피면 나는 원빈이야
맥심 T.O.P의 러닝메이트

일찍이 ‘맥스웰’로 캔커피 시대를 열었던 동서식품은 이번에는 후발주자로 프리미엄 캔커피 시장에 뛰어든다. 이름하야 맥심 T.O.P(이하 티오피), ‘The Original Passion for coffee’의 약자로 대충 번역하자면 ‘우리의 짬(?)과 열정으로 최고의 커피를 주겠다’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티오피는 칸타타와 달리 드립 방식이 아닌 공기를 압축해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가압 추출 기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렇게 강조를 했다면 바닥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2008년 티오피는 대신 사람을 강조했다. 자신들이 가진 프리미엄, 장인, 정통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가진 배우. 서른 살의 원빈을 광고모델로 선정한 것이다.

첫 해의 광고는 ’30세, 에스프레소가 맛있어지는 나이’였다. 덕분에 자칫 광고를 잘못 본 남자들이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시켰다가 목이 타는 고통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다음 해에 시작한 광고가 대박이었다. 바로 배우 신민아와 함께한 ‘키스를 부르는 커피’였다.

(10년의 세월을 내가 대신 다 맞은게 아닐까)

광고는 에스프레소의 맛(이라고 쓰고 티오피의 맛이라 읽는다)을 연애에 빗대어 설명한다. 원빈이 신민아의 이마에 뽀뽀를 하며 말한다 “이게 그냥 커피라면”, 그리고 입술에 키스를 하며 말한다 “이게 티오피야”. 비주얼이나 대사나 충격적이었던 이 광고는 2010년도에 삼각관계 편(배우 유인나가 추가되었다)에서 최고 기록을 세운다.

원빈과 신민아가 가는 와중에 유인나를 만난다. “오빠 눈 좀 낮아졌다?”라고 말하는 유인나에게 원빈이 “네가 그냥 커피였다면, 이 사람은 TOP야”라는 말을 남기며 으악. 이 한마디의 카피로 티오피는 판매량은 3배가 늘었다고 한다. 이 대사는 각종 매체에서 패러디되었고, 원빈과 신민아는 네티즌이 뽑은 최고의 CF 커플이 되었다. 물론 원빈의 결혼은 같은 맥심 브랜드의 이나영과 했지만.

(티오피 10주년 한정판, 이정도면 인간 티오피 인정)

키스 마케팅으로 사람들에게 주목받은 티오피는 이후에도 원빈과 11년을 같이 하며 원빈은 인간 티오피로 만들어버린다. 역시 안성기와 맥심, 이나영과 맥심 모카골드, 공유와 카누의 경우처럼 장기근속이 가능한(?) 모델계의 공기업 동서식품답다. 제품에 따라서 약간의 스타일을 다르게 하고, 서로가 서로의 좋은 이미지를 주고받는 관계가 된 좋은 사례라고 할까?


프리미엄 캔커피의 경쟁과 변화는
커피 시장을 성장시킨다

시장의 1, 2위를 나눠가지고 있는 2세대 캔커피 칸타타와 티오피(그 사이에 아라비카, 조지아 등 많은 프리미엄 캔커피가 생겼다)는 빠르게 변화하는 커피시장을 유연하게 반응하고 있다.

뭔가 레쓰비도 변화를 하긴 하지만 기존의 파란색 모습과 맛이 각인이 되었다면, 2세대 캔커피들은 그때그때의 트렌드에 발맞춰 라인업을 확장시켰다. 싱글 오리진을 내기도 하고, 콜드브루를 내기도 하고, 마시즘 1회 음료 대상을 탄 칸타타 스파클링도… 트렌드를 이끌거나 빠르게 적용하고 도전하는 2세대 캔커피들의 도전이었다. 요즘에는 가용비 시대에 발맞춰 NB캔을 넘어 페트병으로 크기를 확장시키고 있다.

칸타타와 티오피만의 경쟁이 아니다. 그들의 라이벌은 어쩌면 바로 편의점 밖의 카페전문점이 아니었을까? 한 잔의 커피가 다시 한 캔, 한 병으로 담길 때까지. 이 흥미로운 커피 오케스트라의 끝에 마실 캔커피는 과연 어떤 맛과 풍미를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 참고문헌
  • 캔커피 ‘칸타타’ 출시 5개월새 매출 100억, 홍석천, 파이낸셜뉴스, 2007.10.29
  • 롯데칠성, 캔커피 1위 독주, 조강욱, 아시아경제, 2009.2.20
  • 전문점 원두커피, 난 편의점서 마셔, 정세라, 한겨레, 2009.4.23
  • 원빈·신민아, 실제로 잘 됐으면.., 박신영, 파이낸셜뉴스, 2009.11.5
  • “그냥 커피론 승부 안돼”… ‘프리미엄’ 경쟁 후끈, 전성철, 동아일보, 2012.06.01
  • 커피믹스에 이어 캔커피도 원두 고급화 바람, 최승근, 뉴스토마토, 2012.7.23
  • 커피음료, 캔 지고 컵·NB캔 뜨네, 박경훈, 서울경제, 2013.6.18
  • 원두 캔커피 최초 1000억 브랜드, ‘칸타타의 질주’, 엄성원, 머니투데이, 2014.12.26
  • ‘칸타타 vs 맥심 티오피’ 콜드브루 커피 신제품 격돌, 민경종, 조세일보, 2016.7.27
  • “한 통의 이메일에서 얻은 위대한 아이디어! 칸타타(Cantata)”, 신동호, 서울와이어, 2017.11.14
  • 10주년 동서식품 ‘TOP’, 1000억 메가브랜드 눈앞, 김소연, 머니투데이, 2018.1.8
  • 티오피-원빈, 10년 인연과 22편의 광고, 조성미, 더 피알, 2018.6.7
  • “언제 어디서나 즐긴다” 원두커피 12년 절대강자 롯데칠성 `칸타타`, 이덕주, 매일경제, 2019.2.21
  • 통 크게 붙자…’대용량 커피’ 전쟁, 김보라, 한국경제, 2019.6.5
  • [식품박물관]①찻잔 독립정신 이어받은 ‘맥심 티오피’, 송주오, 이데일리, 2019.11.8
  • [식품박물관]②”이 사람은 티오피야”…원빈과 함께한 11년史, 송주오, 이데일리, 2019.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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