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소다 청포도, 데미소다에도 계파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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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가 사라진 거리를 걷는다. 누구를 만나러 가지도, 인사를 나누지도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늘은 다르다. ‘새로운 음료만 찾느라, 그동안 함께한 소중한 것을 잊었던 거 같아.’ 동창회를 나가는 기분으로 데미소다 애플을 사서 나왔다. 오랜만에 보는 글씨체와 초록색의 애플…이 아니라 왜 청포도지?

(애플인줄 알았는데… 진화?)

그렇다. 그는 뇌가 기존의 것을 사고 싶어도, 몸이 신상음료를 고르는 남자. 무의식의 경지에 오른 음료신상털이. 마시즘이다.


데미소다 팬들이
새 멤버를 맞이하는 방법

(현재 6인조가 된 데미소다 그룹은 한 세트로 팔고 있다)

데미소다에 새로운 맛이 들어온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기존에 데미소다 애플만 기억하는 분들은 모를 것이다. 데미에도 나름의 팬덤이 있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나왔던 연장자는 ‘데미소다 오렌지’였고, 가장 매니아틱한 팬덤을 자랑하는 녀석은 ‘데미소다 레몬’이다. 데미소다 레몬성애자들은 레모네이드의 최종 진화형이 데미소다 레몬이라고 주장한다. 그냥 마셔도 맛있고, 술에 타도 맛있고, 물 대신 마셔도 좋다.

섞어마시기를 좋아하는 마시즘은 데미소다 피치와 코카콜라로 ‘코카콜라 피치’를 흉내내기도 한다. 술에 섞어도, 음료에 섞어도 놀라운 친화력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데미소다 아니던가. 때문에 같은 데미소다를 마셔도 각자가 좋아하는 버전이 있어 팬들간에 겸상(?)을 안 하는 음료. 그것이 데미소다다. 그런데 자몽에 이어 이번에는 청포도라고?

10대의 매점과 도서관 인생을 데미소다에 바친 오랜 팬 입장에서 이 녀석은 묘하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은 사라진 ‘데미소다 그레이프’파였기 때문에.


데미소다 청포도
데미의 자격이 있을까?

(각종 청포도 음료로 다져진 혀로 너를 검증한다)

추억은 접어두고, 데미소다 청포도를 살펴보자. 과거 데미소다 그레이프는 한쪽에는 적포도를 한쪽에는 청포도를 디자인한 하이브리드 한 녀석이었다. 하지만 데미소다 청포도는 양쪽 다 청포도로 디자인이 되어있다. 보다 달콤하고 새콤한 청포도의 길을 걷기로 한 것이다.

데미소다만의 전통은 놀라운 균형감각이다. 적당한 탄산과 적당한 과즙 함량. 탄산과 과즙의 맛. 둘 중 어느 쪽이 강해져 버리면 일종의 ‘한입만’ 음료수가 되고 만다. 한입만 마셨을 때 가장 맛있는 음료랄까? 하지만 데미소다는 나름의 균형감을 자랑한다. 그런데 달콤하고 새콤한 강도가 강한 청포도가 데미소다에는 어떻게 녹여져 있을까?

데미소다 청포도의 캔 뚜껑을 땄다. 청포도의 향기가 난다. 진짜 청포도향을 이육사의 시라고 치면, 데미소다 청포도의 향은 마시즘의 리뷰다. 둘 다 위대… 아니 청포도 고유의 향들을 데미소다 내에서 은은하기보다 선명하게 구현을 했다. 컵에 따라보니 더욱 느낌이 강하다. 투명한 연두색의 음료에 보글보글 탄산 거품이 떠오른다.


탄산으로 길을 열고
청포도로 맛을 보인다

(제법 근사한 거품이 피어오른다)

데미소다 청포도를 마실 차례다. 데미소다 특유의 자잘하고 얕은 탄산이 길을 열어주면. 새콤달콤한 청포도의 맛이 지나간다. 비슷한 계열의 청포도 탄산음료들은 탄산의 강도가 세서 약간 매운맛도 났다면, 데미소다에서 탄산은 길을 열어주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 청량하게 입을 정리하고, 달콤함으로 승부한다.

청포도 밭에 가진 않지만, 그동안 많은 청포도 사탕, 청포도 주스, 알로에 주스(알로에 주스는 청포도 주스다), 와인으로 다져진 청포도 학습으로 보았을 때. 제법 과즙 함량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약간 새벽안개 낀 청포도 밭을 걷는 기분이랄까? 은은하지만 향과 맛은 확실한 풍미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잘 어울리는 과자까지 생긴다면 데미소다 청포도는 앞으로 많은 팬을 모을 것 같다. (과자 전문가는 아니지만) 나름 데미소다 애플과 포카칩, 데미소다 레몬과 썬칩… 등 잘 나가는 데미소다파들은 각자 함께할 과자를 가지고 있다.

저탄산음료이기 때문에 마시면서 탄산이 줄어드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탄산음료를 마시면 동시에 혀도 지치게 된다. 나의 혀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탄산 강도를 맞춰가는 페이스 메이커라고 생각하면 편한데. 마시는 게 느린 마시즘의 데미소다 청포도는 마지막 모금에는 거의 청포도 주스가 되었다. 탄산음료와 주스. 내가 산 게 1+1이었다니.


데미소다 청포도는
대미를 장식할 수 있을까?

(청포도로 데미소다를 기억하는 사람은 어떤 추억을 갖게 될까?)

지난 <저탄산음료의 역사>를 쓰면서 생각했다. 사소한 추억이지만 돌아보고 이야기를 모아 보면 그 음료가 시대를 대표할 수 있겠다는 것. 누군가는 독서실 앞 자판기에서, 누군가는 매점에서, 누군가는 PC방, 누군가는 노래방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데미소다기를 지난다. 그때 함께하는 데미소다는 어떤 맛이었을까?

데미소다 청포도는 새로운 이들을 위한 녀석이다. 새콤하면서 달콤한 매력을 하진 싱그러운 데미소다 청포도가 그릴 새로운 사람들의 모습은 어떤 그림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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