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맞이하는 음료회사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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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줄 알았는데 끝나지 않는다
수련회 팔 벌려 뛰기 마지막 구호처럼”

끝날 듯,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도돌이표 같은 코로나 정국이 계속되고 있다. 지역에서 전국으로, 전국에서 해외로 코로나19의 피해가 미치는 곳은 넓어지고 있다. 모든 게 활동이 멈추거나 감소하는 이 시기. 집에만 박혀있는 나를 가족들이 흐뭇하게 보는 것 빼고는 좋은 소식이 없는 듯하다.

음료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코로나19 VS 코로나맥주>에서 말했지만 많은 음료 브랜드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좌절하면 음료가 아니지! 오늘 마시즘은 코로나19를 퇴치하기 위해 지원을 하는 음료업계의 변신에 대한 이야기다.


음주판 금모으기 운동
소주의 손소독제 변신

삶이 부유해져도, 반대로 삶이 궁핍해져도 놓지 않는 하나의 음료가 있다면 단연 ‘술’이다. 집에만 있으니 술을 마시는 비중이 적어질 수밖에. 때문에 코로나19의 여파는 전 세계의 양조업자들을 위기에 몰아넣었다. 특히 해외의 경우 유통기한이 짧은 맥주를 폐기하거나 다시 증류해서 사용한다고.

하지만 한국의 소주는 달랐다. 매출액은 줄어들었지만 소주 제조업체들이 손소독제와 소독용 알콜에 주류용 에탄올인 주정을 공급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했을 때 98배(14만 6,310드럼)나 많은 손소독제 생산의 중심에는 소주 주정업체가 있었다. 소…소주를 포기하고 소독제를 만든다고? 이건 음주계에서는 거의 금모으기 운동인데(아니다).

(방역에 힘쓴 주류 업체 중 2탑은 부산지역 소주다)

‘대선주조’는 발 빠르게 2월 28일 주정 32톤을 부산지역에 기부했다. 지금까지 주정 132톤을 지자체에, 받고 20톤을 의료기관에 기부하였다고. 원래 소주회사는 술을 만드는 용도가 아닌 주정을 사용할 수 없지만 국세청에서 발 빠르게 허가를 해주었다.

부산의 라이벌. 대선이 하면 무학도 한다. 무학은 500ml 살균소독제를 제작하여 지자체와 교육청 등에 무상제공을 하였다. 이쪽도 살균용으로 100톤, 의료용으로 20톤으로 기부했다고. 이 둘의 알콜봉사가 치열해지자 다른 주류업체들 역시 가지고 있는 주정을 방역용으로 기부하는 훈훈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역시 소주도, 방역용 손소독제도 나눠야 더 가치가 있고 기쁘다.


마스크 대란을 끝내러 왔다
커피필터의 마스크 변신

코로나19와 함께 구하기 어려워진 것. 그것은 ‘마스크’다. 쉽게 구할 수 있던 마스크의 물량이 떨어지자, 전국의 봉이 김선달이 나오기 시작했고 정부까지 나서서 마스크 나누어 팔기를 실행해야 했다. 미세먼지로 쓸 마스크를 코로나 때문에 쓰게 되다니.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여러 가지 가내수공업 마스크(?)가 등장했다. 각종 옷가지로 마스크를 만드는 이도 있었고, 커피필터를 이용해서 만드는 이도 있었고, 미국 캘리포니아 한 맥도날드에서는 강아지 기저귀로 마스크 만들라고 말했다(?)가 파업이 나기도 했다.

(창의성의 민족인 한국은 귀 안 아픈 마스크 패치까지 발명했다, ⓒ 맥심 인스타그램)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워 온갖 기이한 마스크가 나오는 시대. 그중 한 아이디어로 생산하기로 결정한 브랜드가 있다. 바로 독일의 커피 업체 ‘밀리타(Melitta)’다.

밀리타는 커피 필터를 생산하는데(무려 112년 동안 만들어왔다) 자신들이 만들던 커피 필터의 모양이 입과 코, 턱에 딱 맞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를 두고 이들은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왜냐고? 마스크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커피필터는 이렇게 마스크가 된다, ⓒ Melitta)

밀리타는 공장 설비에서 섬유를 바꿔서 의료용 커피필터 마스크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야매(?)로 만든 다른 마스크와 달리 의료용 마스크에 필적하는 성능을 가지고 있고, 첫 달에만 천만 개를 넘게 생산하였다고 한다. 만들어진 커피 마스크는 현재 밀리타의 근로자와 퇴직자, 그리고 그들의 가족에게 제공되었다고 한다. 생산량의 많은 부분을 기증했다고.

코로나19 이전에는 터무니없을 아이디어도 사람들이 해보고 브랜드들이 움직인다. 과연 커피필터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을까?


음료 브랜드의 역할은
마시는 일에만 그치지 않아

무언가를 마신다는 것이 사회적인 행동이라는 사실을 코로나19의 여파로 알게 된다. 누군가를 만나지 못하니 새로운 음료를 나눌 수 없고, 술잔을 기울일 일도 줄어든다. 물론 와인 시음회를 온라인으로 하기도 하고, 어느 때보다 음료를 주문하고 배달하는 기술이 발전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만족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음료를 마시는 것은 수분 보충도 단지 맛만으로 그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음료 브랜드들이 다시 사람들의 생활을 정상적으로 돌려주기 위해 음료가 아닌 분야에서 발 벗고 나선 것이 반갑다(물론 음료뿐만 아니라 많은 브랜드들이 함께 하겠지만).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어 모두 고생했다며 마실 맛있는 음료들이 기다려진다.

  • 참고문헌
  • 코로나로 안 팔리던 소주, 규제 풀었더니 방역효자 됐다, 김도년, 중앙일보, 2020.4.30
  • 부산의 유명 소주회사에 ‘땡큐’ 인사가 쏟아지는 까닭은?, 김용우, 아시아경제, 2020.5.21
  • “개 기저귀 마스크 쓰라?”…미국 맥도날드 노동자들 파업, 김윤나영, 경향신문, 2020.5.27
  • “커피필터가 마스크로?!”… 밀리타 커피필터 공장의 색다른 변신, 전은희, 소믈리에 타임즈, 2020.5.12
  • ‘A gift from heaven’: The company turning coffee filters into face masks, Christopher F. Schuetze, INDEPENDENT, 2020.5.22
  • From Coffee Filter to Safety Mask, in a Hurry, Christopher F. Schuetze, , Ny Times20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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