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을 위한 맥주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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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런. 꼬마돼지 베이브. 아기돼지 삼형제… 한때는 나의 베프 같던 녀석들이다. 하지만 이런 멋진 이야기도 치킨에 대한 나의 욕망을 멈추지는 못했었다. 고기(특히 콜라가 함께하는)는 왜 먹을수록 맛있는 거지? 그렇게 고기와 음료로 점철된 마시즘의 생활에 독자 문의가 들어왔다.

“비건을 위한 맥주는 없을까요?”

잠깐만. 맥주는 비건 식품이 아니었어?


음식도 음료도
비거니즘의 시대다

비건에 대해 돌아보자. 한때는 반찬투정(?) 정도로 여겨졌던 비거니즘(채식주의)은 음식과 음료계의 가장 떠오르는 트렌드가 되었다.

그저 식생활을 채식으로 하는 것이 아닌 ‘동물을 물건이나 식품에 필요한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시각에서 태어난 것이다. 유럽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미국으로 번졌고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5~34세 미국인 중 25%가 비건’이며 국내에는 약 150만~200만 정도로 비건 인구를 추정하고 있다.

그들이 채식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동물권’, 지구온난화’, ‘개인의 건강’까지… 하지만 한 가지 같은 것은 현재 육류 소비가 너무 많다는 문제의식이 아닐까.


맥주에 동물성 재료가
들어간다고요?

(맥아, 물, 홉, 효모 밖에 안 넣었는데?!)

그런데 맥아, 홉, 물, 효모로 만드는 맥주가 비건이 아니라니. 맥주순수령을 선언한 빌헬름 4세가 들으면 펄쩍 일어날 일이다(물론 그 당시는 비건이 없었지만). 분명 맥주를 만들 때 들어가는 재료에는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양조과정에서 ‘부레풀(isinglass)’이 들어간다. 부레풀은 물고기의 부레(공기주머니)다.

부레풀. 이 녀석은 양조과정 중 맥주에 침전물을 제거할 때 쓴다. 보통은 사용한 후에 부레풀을 걷어내기 때문에 맥주에는 부레풀이 들어있지 않다. 하지만 비건에게는 맥주를 만드는 과정에 들어가는 동물성 재료를 가볍게 넘어갈 수 없기에 난감한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이는 맥주뿐만 아니라, 와인을 비롯한 다른 음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대로 맥주를 포기할 수는 없다. 분명 맥주 중에서도 비건이 마셔도 되는 맥주가 있을 거라고!


기네스 맥주
250년 레시피를 바꾸다

(갓네스… 그저)

비거니즘은 맥주의 전통도 바꾸게 한다. 전통적으로 부레풀을 사용하던 기네스 맥주는 2015년 “양조과정에서 부레풀을 사용하지 않겠다”라고 발표했다. 마시는 사람에겐 단순해 보일지 몰라도, 만드는 사람에게는 256년 동안 이어지는 레시피를 수정하는 것이었다(이후 더블린에서 생산된 맥주부터 차차 부레풀 사용을 안 한 맥주를 만들고 있다).

비건을 위한 맥주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직접 맥주회사에 문의를 해서 부레풀 여부를 확인하여 올려주는 사이트가 늘어나고 있다. 부레풀을 사용하지 않는 맥주로는 국내에서는 카스(CASS)가 있고, 미국의 버드와이저, 일본의 아사히 맥주, 중국의 칭따오 맥주, 태국의 싱하 맥주가 있다. 필리핀의 산미구엘 맥주 역시 부레풀을 사용하지 않지만, 스페인 투우 경기를 후원하기 때문에 비건들이 선택하지 않는 맥주라고 한다.


비거니즘은
음료를 바꿀 수 있을까

(이런 비건 인증마크들이 생기고 있다)

비거니즘에 맞춰 업계들도 변화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늘어나는 비건 인구를 고려해 빨리 비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쟁이다. 편의점에는 비건을 위한 간편식 등을 준비하고 있고, 야쿠르트의 그레인 레시피, 지난번에 소개했던 슈퍼말차도 비건 인증을 받은 음료로 시선을 끌고 있다. 이제는 비건들이 원재료명이나 제조과정을 일일히 물어보지 않아도 구분할 수 있는 시대가 가까워지는 것이다.

식음료 문화는 계속하여 바뀌어왔다. 비거니즘 역시 개인의 문제의식과 취향에서 소비 트렌드로 변하듯 하나의 표준이 될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음식과 동물을 따로 생각하는 우리의 모습도 많이 바뀌지 않을까? 그때의 축배를 기다리며 비건 맥주, 와인, 음료들을 잘 찾아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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