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차문화, 하노이의 연꽃차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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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다음으로 많이 마시는 음료는
콜라도, 커피도 아닌 차다”

차(茶)를 즐기는 나라들은 각자 다른 문화와 맛을 가지고 있다. 동양에서는 예절이나 정신 수양과 관련된 음료라면, 서양에서는 시간마다 마셔야 하는 중요한 기호식품이 된다. 나라마다 대표하는 차의 맛도 달라서 모로코에는 박하향 가득한 페퍼민트 차가, 터키는 졸여내듯 끓인 차가, 미국은 아이스티가 인기다.

차 문화가 시작된 중국에 오랜 영향을 받은 베트남 역시 고유의 차 문화를 가지고 있다. 오늘 마시즘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차는 어떤 의미고, 또 어떤 독특한 향을 가진 차를 즐기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베트남에서는 술 친구보다
‘차’ 친구가 귀하더라

(이거 마시면 나랑 친구…하는 거다?)

다민족 국가인 베트남은 모든 민족과 문화권이 차를 즐겨왔다. 차는 가정집에서, 길가의 찻집에서, 그리고 식당에 이르기까지 차를 즐길 수 있다. 혼자도 즐겨 마시지만, 누군가와 함께 차를 마신다는 것은 특별하다. 베트남에서는 차를 마시는 것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한다.

‘첫째는 물, 둘째는 차, 셋째는 찻잔, 넷째는 주전자, 다섯째는 사람(Nhất thủy, nhì trà, tam bôi, tứ bình, ngũ quần anh)’

우리는 이를 통해 알 수 있다. 사람보다 차가 먼저라는 사실을(아니다). 물론 이들에게 ‘함께 차를 마실 사람’은 차음료만큼 중요하다. 시간을 내어 차를 권하고 함께 마신다는 것 자체가 긴밀한 사회적인 관계를 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술 한 잔을 나누면 서먹한 사이가 가까워지듯이, 베트남에서는 차를 함께 마시면 서로 감정을 교류한 것으로 의미한다고.


베트남 사람들에게
‘커피’만큼이나 의미 깊은 차(tea)

(이 나라는 커피도 나오고, 녹차도 나오네…)

오랫동안 차를 즐겨온 베트남을 주목했다가 낭패를 본 나라가 있다. 바로 19세기의 프랑스였다. 제국주의 시대였던 당시의 큰 돈벌이는 바로 ‘차’였다. 프랑스는 베트남이 중요한 ‘차 농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이들에게 차는 사고파는 상품이 아니라 자급자족하는 음료였다는 것이다.

결국 프랑스는 베트남을 차 농장 대신 커피농장으로 만들게 되었다. 물론 그 와중에 영국과 네덜란드가 중국의 차 나무와 기술을 인도, 스리랑카 등에 이식했듯 녹차와 홍차를 생산하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빛을 보지는 못했다고.

이후 1986년 베트남의 ‘도이 머이’ 정책(베트남의 개혁, 개방)이 펼쳐지며 베트남의 차는 단순 음료가 아닌 상품과 산업으로 발전할 여지가 만들어진다. 다음 해에는 베트남녹차공사(VINATEA)를 설립되어 차 생산과 제조, 소비는 물론 수출까지 관리를 한다. 이제 베트남은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차 수출국이 된다.

베트남은 지난해 13만 톤의 차를 수출하고, 2억 3,600만 달러를 벌었다. 쌀과 커피에 이은 중요한 경제작물이 된 것이다. 단순히 개인의 목마름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경제를 촉촉이 만드는 음료로 발전했다고 할까?


베트남을 대표하는
하노이의 ‘연꽃차’

(보지 마세요, 미각에 양보하세요)

베트남에도 녹차와 홍차가 있다. 하지만 연꽃이나 재스민 꽃, 국화 등 꽃잎을 이용해 만든 차가 특징이다. 특히 베트남의 국화인 연꽃으로 만든 연꽃차는 가장 귀하고, 독특한 차로 알려져 있다. 연꽃차의 대표적인 생산지는 하노이 서쪽의 ‘서호(West Lake)’다. 이곳의 연꽃은 향기가 좋고, 연꽃잎이 많아 차로 만들기에 좋다고.

(연꽃차는 손맛이었어…)

연꽃차는 만드는 방법은 정성 가득이다. 해가 뜨기 전, 이슬이 사라지기 전에 연꽃과 연꽃잎 위의 이슬을 채취한다. 이후 꽃밥을 분리하고, 녹차와 연꽃 속을 넣고 연꽃으로 감싸 향이 베도록 한다. 정성스러운 과정 때문에 과거에는 고위층만이 마실 수 있는 차였다고 한다. 현재는 하노이 사람들의 자부심이 담긴 차로 주목을 받는다.

하노이에서는 연꽃이 피는 여름철이면 호수 주변에 앉아 연꽃차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서로 연꽃의 부드럽고 달콤한 향기가 녹차와 어우러져 편안함을 느끼게 해 준다고.


그 나라가 마시는 차가
그곳의 문화를 보여준다

‘차’는 매력 있는 음료다. 같은 나무에서 태어난 찻잎이지만, 만드는 방법과 마시는 마음가짐에 따라 그 나라의 문화를 느낄 수 있다.

상품보다는 음료, 음료보다는 사람 사이의 솔직한 유대를 나타내는 베트남의 차. 손님이 올 때, 혹은 찬 바람이 불 때, 또는 호수에 연꽃이 피었을 때 마음을 교류할 사람과 함께 마시는 차의 맛은 얼마나 여유로울까?

해당 원고는 VEYOND MAGAZINE에 기고한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VEYOND’는 베트남을 거점으로 세계 각국에서 성공신화를 건설하고 있는 대원 칸타빌의 베트남 전문 매거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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