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 과거이자 미래의 음료에 대한 4가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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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름에 녹차 뜨거운 걸 시켰어?
이열치열이야?”

회사에서 에어컨을 관장하고 있는 선배가 말한다. 선배는 여기가 북극인가 남극인가 싶게 온도를 조절하고 있다. ‘제가 사실은 <쪄 죽어도 뜨거운 물 샤워협회·온돌침대>의 멤버인데요’라고 말하려다 호로록 따뜻한 녹차 한 잔을 마시며 입을 다물었다.

따뜻한 볕을 맞고 자란 어린잎을 가마솥에 덖고 잘 건조한 찻잎에서는 햇볕과 잘 자란 초록의 맛이 난다. 차의 따뜻한 기운이 몸 구석구석에 스미면서 활기가 도는 게 느껴진다. 가끔은 회사가 남극이어도(아니다)이 차 한잔만 있으면 괜찮다고 생각이 들 정도니까. 누가 이렇게 멋진 음료를 만들었는지!

오늘은 <얼어 죽어도 아이스커피> 멤버인 선배를 위해, 혹은 차의 매력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차의 기원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물고, 뜯고, 씹고
맛보며 발견한 차

(신농, 아무 풀이나 뜯어먹으면 이렇게 됩니다)

차의 기원을 찾아 세월을 뒤로 넘기다 보면 기원전 2737년까지 가서 고대 중국 전설 속 황제이자 농사의 신, 그리고 의학의 신인 ‘신농(神農)’을 찾을 수 있다. ‘농사’와 ‘의학’ 이걸 다 표현하려다 보니까 머리는 소이고 몸은 사람이고, 또 오른손에는 약초를 맛보는 재밌는(혹은 엉터리) 몽타주가 나오지만… 그는 백성을 사랑한 황제였다.

고대 중국은 무인도에 표류된 로빈슨 크루소 같았다. 신농이 쟁기질을 가르쳐 농사 짓는 방법을 알아냈고, 먹을 수 있는 것과 못 먹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 온갖 나뭇잎, 열매, 과일, 뿌리 등을 맛봤다. 자기 몸으로 직접 약초의 효능을 관찰한 것인데, 문제는 독초도 똑같은 방법으로 먹어 죽기 직전까지 가곤 했다.

하지만 신농에게는 ‘차’가 있었다. 중국 남부 산맥 지대를 돌다가 끓는 물에 마른 잎이 똑 떨어졌다. 물을 다시 끓여야 하나 싶었을 때 (독초도 먹는) 신농이 그 물을 그냥 마셔봤다. 그런데 왠 걸, 온몸에 독소가 빠지고 힘이 도는 게 아니겠는가. 이렇게 발견한 ‘차나무’ 덕분에 신농은 계속해서 독초를 견뎌냈을 수 있었다(찻잎의 오남용 사례다). 왜냐면 결국 독초 중의 독초(단장초)를 씹고 죽고 말았거든.

세계 최초 의약서인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 차의 효능을 구구절절 적었을 정도로 신농은 차를 사랑했다. 독초도 사랑(?)했다는 게 문제지만. 신농 덕분에 백성들은 먹어야 할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 그리고 인류 역사와 함께할 멋진 음료를 만나게 되었다.


차(茶)와 티(Tea)의 차이는 뭐야?
유럽으로 건너간 차 문화

(육지배송은 차, 해상배송은 티로 이름이 변했다)

차의 기원이 중국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다. 후한 시대 한 승려가 인도에 불교공부를 하러 갔다가 일곱 개 차나무를 가지고 돌아와 사천성 산에 심었다는 설도 있기 때문.

무슨 소리야 싶겠지만 1823년에 영국의 탐험가 ‘로버트 브루스(Robert Bruce)’는 인도에서 오래된 야생 차나무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아쌈(Assam)’차다. 하지만 당시 영국인들에게 진정한 차는 메이드 인 차이나였기 때문에 인도에 차나무가 있음에도 중국에서 가져온 차나무를 심어 길렀다.

중요한 점은 서양인들은 차를 티(Tea)라 부른다는 것이다. ‘티(Tea)’라는 이름 역시 어원이 중국이다. 이는 차가 광둥성(육로)과 복건성(해로)을 중심으로 유통했기 때문인데,

광둥성을 통해 차를 공급받은 한국, 일본, 러시아, 이란, 티베트 등의 국가는 광둥성 사투리를 따서 차(Cha)라고 불렀고, 복건성을 통해 차를 공급받은 유럽은 복건성 사투리를 따서 ‘테(Te)’라고 불렀다. 이것이 유럽으로 전해지며 ‘티(Tea)’가 된 것. 이렇듯 택배회사를 어느 곳을 썼느냐에 따라 차를 부르는 역사가 달라졌다.


유럽만의 차문화
찻잔 받침으로 차를 마셔?

차는 서양인들에게 오랫동안(혹은 여전히) 동양의 신비로 여겨졌다. 하지만 차를 마시는 방법과 차의 맛을 잘 몰랐던 서양사람들은 그들만의 고유한 문화를 만들기도 했다.

가장 재미있던 것은 17세기 유럽에 차문화가 들어온 초기에는 찻잔을 받치는 접시에 차를 덜어내어 마셨다는 것이다(멀쩡한 찻잔을 놔두고). 이유가 분분하지만 먼저는 찻잔 속에 찻잎이 걸리기 때문에 접시에 음료만 덜어내어 마셨다는 설과, 중국산 도자기 잔에 손잡이가 없어 잡기에 뜨거웠기 때문에 접시에 덜어마셨다는 설이 있다.
지금도 그렇게 마셨으면 이상했을 것 같은데 손잡이가 달린 찻잔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접시에 차를 마시는 문화는 없어졌다고.

또한 영국에서 차 특유의 쓴맛을 가리기 위해 우유를 조금씩 섞은 것이 오늘날의 밀크티(Milk Tea)가 되었다. 아메리카노를 즐기기 전에 카페라떼를 먹는 심정이라고 할까. 단지 차의 쓴맛을 덜기 위해 시작된 이 문화가 아시아로 다시 돌아와 인기 있는 음료 메뉴가 되기도 했다.


음료의 과거도,
미래도 차다

(다양한 향과 맛, 그리고 탄산을 가진 티소다)

현대에 있어서도 ‘차’는 주목하는 음료 트렌드 중 하나다.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던 커피시장의 기세가 한풀 꺾였고, 다이어트나 건강, 힐링 등을 챙기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동양의 신비로운 음료’ 차가 다시 주목을 받는 것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동안의 격식을 갖춘 차 뿐만 아니라 다양한 변형이 나왔다는 것. 미국에서는 탄산음료와 함께 차음료가 블랜딩 된 ‘티소다(Tea Soda)’나 알콜이 함유된 차제품인 ‘하드 티(Hard Tea)’ 등 새로운 조합의 차음료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우리 주변 가까운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도 느낄 수 있다. 보리차나 옥수수수염차 등뿐이었던 음료진열대에 과일과 차를 블랜딩한 블랜딩티나, 카페의 차메뉴를 쉽게 만드는 스틱 등의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단지 맛있는 한 잔이 아니라 내 건강과 삶을 위한 선택이라고 할까.

수천년 전 우연히 발견된 찻잎 한 장을 이제는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저 사람이 건강하길 바라고, 좋은 것을 나누고자 했던 그 마음 하나는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하나인 것 같다.

  • 참고문헌
  • 차의 세계사 : 동양으로부터의 선물, 베아트리스 호헤네거, 열린세상, 2012.4
  • 홍차는 중장년층 음료? 20대가 차(茶) 더 마셨다, 노현섭, 서울경제, 2020.7.22
  • [트렌드인사이트] 점점 식는 커피시장, 달궈지는 차시장, 식품외식경영, 2019.2.14
  • [新커피트렌드]② 카페인 대신 건강…커피 말고 차 ‘봇물’, 강경주, 한국경제, 2019.9.29
  • 찬바람 타고…프리미엄 茶가 끓는다, 이호승, 이유진, 매일경제, 2019.11.28
  • 美 주류 업계, 차(茶)와 술이 만난 ‘하드티(Hard Tea)’ 시장 눈길, 유성호, 소믈리에타임즈, 2020.7.9
  • 중국 차 음료(RTD TEA) 시장동향, 김호대, KOTRA 해외시장뉴스, 20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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