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 와퍼, 와퍼는 참아도 기네스는 못 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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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가 가득한 매장을 마스크를 쓰고 줄 선다. 커피를 사지도, 신상음료를 사지도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새로 나온 햄버거다. 잠깐만.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음료신상털이가 이럴 수 있는 거야?

아니다. 음료 외길을 걷는 마시즘. 그는 오늘 한 음료의 탈주를 검거하러 왔다. 바로 오늘의 주인공 ‘버거킹 기네스 와퍼’ 때문이다. 기네스! 어떻게 당신이 이럴 수 있어!

(세트에 9,500원입니다) 뭐욧? 옆에 기네스 머시룸 와퍼까지 2개 주세요!


프로 음료 리뷰어의
햄버거 리뷰

(뭔가 기네스 로고만 보이면 사는 병에 걸린 것 같다…)

오늘 점심에 햄버거를 먹은 이유. 오직 기네스 때문이다. ‘기네스’가 아니었다면 버거킹은 무슨 김밥천국이나 세븐일레븐 아니면 따끈한 국밥이나 한 그릇 사 먹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햄버거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마시즘이 잘못하면 햄시즘이 될 뻔도 했다. 하지만 어릴 때 롯데리아의 김치 라이스버거에 데었던 적이 있었고, 건너편 맥도날드에서 김치버거를 먹고 햄버거 선택에서는 쇄국정책을 했을 뿐이다(그리고 폴더 버거로 또…).

하지만 기네스라면 다를 것이다. 달라야 한다. 나의 최애가 햄버거가 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야.


기네스 와퍼의 맛
왜 빵이 까마쿤인데

(로고를 벗기니 오징어 먹물빵 비주얼이 나온다)

드디어 기네스 와퍼를 개봉할 시간이다. 과연 어떻게 콜라보를 했길래 햄버거에 앞에 (감히) 기네스란 단어를 붙인 것일까? 이는 포장을 뜯으면 알 수 있다. 일단 햄버거를 구성하는 빵이 검은색이다. 그렇다. 포장만 벗기면 오징어먹물 버거인 것이다(아니다).

빵의 이름은 ‘기네스 번’ 우리말로 하면 약간 술빵이라고 해야하나. 보다 담백하면서도 달달한 빵맛이 특징. 안타깝게도 알콜이 남지 않아서 취하지는 않는다. 기네스는 소스에도 들어가 있다. 안타깝게도 알콜은 또 빠졌다. 무엇보다 맛있다고 느껴지는 게 묵직함이 느껴지는 소스다.

달달한 빵과 버거킹 특유의 불맛 나는 패티, 바삭바삭 짭조름한 베이컨에, 여기에 달콤하면서 묵직한 소스가 조화를 이룬다(양상추, 토마토 등의 노고도 잊지 말자). 기네스와 버거킹. 둘의 콜라보에 코믹하다며 의아했을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맛에서는 장난 아니 한치의 양보도 없다.

오직 가격이 제법 있다는 점(단품이 8,500원)이 아쉬울수 있다. 하지만 기네스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전문가가 따라주는 기네스 생맥주의 맛은 계산서를 잊게한다). 그런데 햄버거계의 버거킹 역시 값이 어느정도 있기로 소문난 녀석. 그런 녀석들의 콜라보라니. 맛으로 이벤트를 하지, 값으로 이벤트를 하진 않는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버거킹에서는 기네스를 판매하지 않는다

(콜라가 빠진 자리에 들어간 당당한 기네스)

기네스 와퍼를 먹을수록 강한 느낌이 온다. 이 담백함과 묵직함에는 역시 기네스를 마셔야 할 것 같다고. 사실상 이 녀석은 기네스를 빵과 소스에 넣어서 기네스 와퍼가 아니라, 기네스가 급 당기는 햄버거여서 기네스 와퍼였던 것이다.

하지만 매장 어디에도 기네스를 살 수 있는 공간은 없었다. 만약 이곳에서 정성스럽게 내린 기네스 생맥주가 있다면 정말 완벽한 기네스 와퍼를 먹을 수 있을 텐데. 아, 그렇게 되면 그곳은 버거킹이 아니라 기네스 펍이 되겠구나.

다행히도 우리 냉장고에는 기네스가 비치되어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진정한 기네스 깔맞춤 점심을 먹었다. 보통 우리가 아는 버거 세트의 느낌이 화려한 맛의 햄버거와 톡 쏘는 콜라의 댄스 스테이지 같은 느낌이라면, 기네스 와퍼와 기네스는 담백하고 묵직한 맛을 부드럽고 잔잔하게 만드는 무용 같은 느낌이었다.

… 는 물론 기네스 와퍼를 핑계 삼아 점심부터 기네스를 마시게 된 덕후의 기분이다. 간만에 재미있고 맛있는 콜라보였다. 남은 녀석들은 누가 있을까? 진로소주 버거? 아니면 콜라맛 버거와 버거맛 콜라? 모르긴 몰라도 이 생각은 낮술의 여파가 맞는 것 같다. 미, 미안.

※ 가볍게 쓰려고 했던 점심(겸 음료)리뷰가 저녁에야 완성되었습니다. 낮술이 이렇게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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